[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역시 쿠팡이다. 지난 4월 16일 발표된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2017년 실적은 경쟁 업체들의 실적 발표와 확실히 다른 파급력을 보여줬다. 쿠팡의 실적은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미디어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됐다. 업계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연간 ‘6388억원’이라는 큰 영업손실을 근거로 들어 쿠팡의 존폐위기를 걱정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계속된 영업 손실에도 외부에서 꾸준한 투자를 받으며 큰 그림을 그리는 쿠팡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커머스의 뜨거운 감자 쿠팡이 발표한 2017년 실적 보고서를 근거로 쿠팡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파악해봤다. 

1. 쿠팡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결론은 아니다. 쿠팡의 미국 법인인 쿠팡 LLC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글로벌 벤처캐피탈 업체 세콰이어 캐피탈(1억달러, 2014년 5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3억달러, 2014년 12월) 그리고 글로벌 IT기업 소프트뱅크(10억달러, 2015년 6월)까지 총 3곳의 투자 주체로부터 14억달러(약 1조5500억원)를 투자받았다. 이 투자금과 미국 법인의 주식 증자를 합쳐 쿠팡은 2014년에서 2017년 1조6605억원을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 같은 기간 쿠팡 실적에서 가장 문제가 된 영업손실의 합은 총 1조8821억원이다. 여기까지 반영된 지난해 실적만 보면 쿠팡은 자본잠식이 맞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쿠팡은 ‘현재’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2018년 4월 총 3차례에 나눠 쿠팡 미국법인의 증자로 한국 법인에 투입된 자금 5100억원이 기존 운영자금에 더해졌다. 이렇게 확충된 자본의 합 2조1700억원은 3년 영업손실의 합인 1조8821억원을 넘어섰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이 부분은 2017년 실적의 정산이 마감되는 2018년 3월 이후의 자금 투입이기에 재무제표상에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감사보고서 주석에는 투자금의 일부에 대한 내용이 표기됐다. 쿠팡 감사보고서 주석 27번 항목 ‘보고기간 후 사건’에는 “연결회사는 보고기간 말 이후 지배기업에 대한 유상증자를 실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약 3021억원의 주금이 납입됐습니다.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구성 및 지분율의 변동은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2. 자금 ‘5100억원’은 인천, 덕평 물류센터를 담보로 잡은 대출이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2018년 4월 쿠팡 한국법인에 유입된 5100억원의 자금은 물류센터 담보와 관계가 없다. 쿠팡이 물류센터 운영을 위해 차입한 돈은 싱가포르 투자사인 머서 인베스트먼트(Mercer Investments)로부터 받은 3000억원,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500억원 그리고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58억3800만원의 시설차입금이다. 이는 쿠팡의 재무제표 주석 13번과 24번에 명시돼 있다.

3. 쿠팡의 부채 비율은 위험한 수준이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쿠팡의 부채비율은 매우 높다. 이 수치는 회사의 존립을 걱정할 만한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2017년 기준 쿠팡의 자본총계는 -2610억원, 부채는 1조3336억8200만원이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이 상태로는 부채 비율의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4월에 추가 투입된 5100억원이 계산되면 자본은 3000억원대가 될 수 있지만, 올해 4월까지 부채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시점의 부채비율은 계산할 수 없다. 부채가 큰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쿠팡의 부채비율은 약 400% 이상이 된다.      

4. 쿠팡의 매출은 큰 의미가 없는 ‘허수’다? 

쿠팡이 매년 실적에서 가장 강조하는 수치는 매출액이다. 그러나 업계는 매년 5000억원이 넘는 큰 영업손실에 매출액보다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투자받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2년의 영업손실로 거의 소진했다는 것은 충분히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매출액은 회사의 의도에 따른 조작으로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쿠팡의 매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쿠팡 매출액의 구조를 보면 직접 매입한 상품 판매 매출을 의미하는 상품매출액(2조4591억6800만원)이 온라인 마켓에 입점한 판매자들로부터 받은 수수료 매출(2254억원)보다 훨씬 높다. 비율로 계산하면 전자는 전체 매출의 약 90% 후자는 10% 정도가 된다. 즉, 쿠팡 매출액의 대부분은 순수한 제품 판매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4년 3485억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 2조7000억원대로 증가한 것은 유의미한 성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