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산업국장]장사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세일즈'에 본격 나섰다. 방식은 동맹국에 무기를 사라고 압박하고 전임 정부에서 인권을 이유로 도입한 무기 출 규제 대폭 완화하는 것 등 다양하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로 F-35스텔스기를 만드는 록히드마틴, 한국이 애지중지하는 F-15를 만드는 보잉, 패트리엇 미사일을 생산하는 레이시언, 고고도정찰기 글로벌호크를 생산하는 노스롭그루먼 등 전세계에서 수요가 밀려드는 방산업체들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미국민들도 수출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한다는 트럼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무기 수출 정책은 미국제 무장 드론의 수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동맹국들이 최첨단 무기를 사들이도록 하고 저가 중국 무장 드론의 수출을 막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다목적 노림수가 깔린 정책이다.  영국과 프랑스, 이태리만이 산 미국제 무장 드론을 한국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한국 국방 당국은 눈여겨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무기 수출 관리가 허술해지고,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국가나 조직들이 미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무기 거래 승인 간소화, 정부 관계자도 판매 가능

미국 국방부 산하 안보협력국(DSCA)는 19일(현지시각) 무인 항공기 수출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무기 판매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물론 해외 주재 군인도 무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또 무기 거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하게 수출 승인을 내릴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안보상 절박한 이유'가 없는 한 수출을 허용하지 않은 무인기의 수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변화에도 무기 발주에서 인도까지 시차가 남아 있지만 국무부는 향후 90일 동안 이런 시차를 낳는 절차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해외 무기 판매 규제를 완화한 것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면서 “미국 방위산업을 뒷받침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책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인 19일 플로리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동맹국에 대한 무기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국무부와 국방부 내 거추장스런 관료주의를 대폭 단축할 것”이라라면서 “동맹국이라면 그들이 중요하고 대단한 무기를 사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한 직후 나왔다.

미국 국무부내 무기 수출협정을 담당하는 정무군사국 티나 카이다나우은 “이것은 균형 잡힌 정책”이라면서 “우리가 검토하는 여러 가지 고려 사항 중 하나인 인권도 틀림없이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외 무기 수출은 2017회계연도(2016년 10월1일~2017년 9월30일) 419억3000만달러였다. 2016 회계연도 무기수출은 336억달러, 2015 회계연도는 470억8500만달러였다. 

록히드마틴, 제너럴어토믹스. 텍스트론 등 방산업체 수혜

이 같은 새로운 정책으로 방산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트럼프는 주요 동맹국 수장들과 통화를 할 때마다 더 많은 미제 무기를 사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그런데 미국 방산기업을 지원하고 수출을 쉽게 하는 법까지 손에 쥐었으니 무기 수출을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출정책은 “제조와 방산기반을 강화하며, 그 일부로 제안된 무기 이전이 경제안보를 포함한 국익에 부합하고 외교정책에 맞는다면 행정부처는 미국 기업을 강력히 옹호할 것“이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방산업체로는 록히드마틴과 보잉, 레시이언과 제너럴다이내믹스, 노스롭그루먼, 제너럴어토믹스, 텍스트론과 크라토스방산안보솔루션 등 즐비하다.

록히드마틴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하고 보잉은 F-15 이글과 각종 폭탄, 레이시언은 미사일과 노스롭그루먼은 글로벌호크를 생산한다. F-35는 중국의 군사위협에 시달리는 대만이 미국이 팔라고 간청하는 무기다. F-15는 미국과 한국, 일본이 운용하고 있고 F-35에 뒤지지만 세계 무기 시장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글로벌호크는 북한과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한국과 일본이 산 무기다. 텍스트론과 크라토스는 소형 드론 등 무인 무기 생산업체다. 제너럴어토믹스는 미국의 공격 드론의 대명사 MQ-9 ‘리퍼’ 제조업체다.

한국, 리퍼 공격 드론 도입 문 열렸다.

이번 정책 변화 중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드론 정책 변화다. 이번 정책 벼화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사우디아라비아, 한국과 일본 등도 미국제 대형 드론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과거 정책 하에서는 탑재중량 500kg, 비행거리 300km이상의 드론 수출을 금지했다. 오로지 영국과 프랑스, 이태리만이 미국제 무장 드론을 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특정 동맹국과 협력국에 ‘ 드론 판매 승인추정’이라는 조항을 정해놓았다.

▲ 중국 중고도 무장 드론 윙룽2

미국의 대표 공격 드론인 MQ-1 프레데터와 그 개량 드론인 리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키스탄 영공을 누비며 반군에 공대지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맹활약을 펼쳤다. 리퍼는 길이 11m, 날개너비 20m, 높이 3.81m에 자체 중량 2.23t, 연료 탑재량 1.8t, 최대탑재량 1.7t 등 최대 이륙중량 4.7t을 자랑하는 드론이다. 7개 무장 장착대에 헬팔이어 공대지 미사일,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합동직격탄 등을 탑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492km이며, 무기와 연료를 전부 채우고 14시간 체공할 수 있다. 최고 15km 상공까지 올라 갈 수 있으나 작전 고도는 7.5km의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서해안에서 고속 침투하는 북한의 공기부양정을 감시하다 즉각 공격할 수 있는 드론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수출을 엄격히 규제했다. 그 결과 미국은 드론 시장에서 이스라엘과 중국은 물론 심지어 터키에도 밀렸다. 이스라엘은 헤론을 한국과 인도 등지에 수출했고 중국은 중고도 장기체공 드론인 윙룽II를 아프리카 각국에 수출했다. 미국은 윙룽II를 리퍼의 짝퉁이라고 비하했지만 수입국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리퍼는 미국과 미국 세관, 영국, 이탈리아 공군만이 도입했다.

새로운 드론 수출정책 덕분에 평탄한 운동장을 만들어 미국 업체들이 미국 동맹국과 협력국에 직접 드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국 등 미국 동맹국은 드론 구입 등에서 ‘편의’를 볼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무인기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무인기 시장 점유율이 중국과 이스라엘에 밀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이번 무기 판매 규제 완화 계획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주도했는데 그는 대표적인 반중 인사로, 미중 무역전쟁도 주도한 인물로 널리 알려진 인사다.

그러나 미제 무기 대외판매 결정권은 미국 의회가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 국방부는 무기판매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검토해 판매계획을 비공식으로 의회에 통지하고 3주 후에 공식 문서로 의회에 통보한다. 의회는 30일 안에 판매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