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 VR∙AR 엑스포가 19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20일 현장을 찾았습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생태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행사로 기획됐으며, 콘텐츠 개발사와 제작사는 물론 시뮬레이터와 콘트롤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했습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섭렵하는 행사라는 설명이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가상현실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속도를 고려하면 당연해 보입니다.

가상현실에 집중해 보면, 무엇보다 게임 외 다양한 가상현실 사용자 경험이 등장한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물론 많은 부스들이 게임 가상현실을 중심으로 참관객을 맞이하고 있으나 게임 외 공포물, 재난대비, 여행, 쇼핑몰, 교육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 일변도로 치부되던 가상현실 사용자 경험의 확대는 이번 행사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 서울 VR∙AR EXPO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데이트 체험부터 성인용 VR까지

오아시스 VR이라는 업체는 가상현실 데이트 기술을 보여줬습니다. 전국의 명소를 360도 촬영해 담아낸 후 가상의 여자친구가 등장해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개념입니다. 실제 해보니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슷합니다.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가 여자친구와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알콩달콩 데이트를 하는 콘셉입니다. 체험을 위해 많은 남성들이 한 자리에 앉아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앉아있는 장면이 흥미롭습니다.

▲ 가상현실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가상현실 체험하는 사람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성인용 VR도 있습니다. 국내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업체인 두리번 부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100여편의 성인용 콘텐츠를 현장에서 시연할 수 있으며, 일체형 기기를 착용하고 별도의 연결 라인이 없기 때문에 ‘혼자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묘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부스 관계자를 취재한 후 자리를 이동하려고 했으나, 오로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성인용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운드는 서라운드 시스템이 아닌 일반 이어폰 제품이라 다소 음향이 거칠지만 눈 앞에 갑자기 한 여인이 등장해 깜짝 놀랐습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시야각도 괜찮고, 무엇보다 현실감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화질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해상도는 2600 사이즈 수준이며, 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차차 나아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성인용 가상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만, 시장의 확장성에 있어 중요한 성장요인이 될 듯 합니다.

▲ 성인용 VR을 제험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게임부터 노래방까지

아직 가상현실의 주류는 게임입니다. KT와 협력해 가상현실 테마파크 브라이트를 개관한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 VR: ACE>를 포함해 총 6개의 게임을 공개했습니다. 인천 송도에 대형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지피엠은 익스트림 게임과 정글탐험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가상현실 라이딩 게임이 구동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몬스터VR의 가상현실 게임이 구동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익스트림 존의 인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가상현실과 어트랙션의 만남은 당분간 게임의 영역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페이크 아이즈는 가상현실 기기와 패드 게임기를 접목했으며 바로텍 시너지는 슈트 형태의 기기에 탑승해 하늘을 날아보는 가상현실을 보여줬습니다.

▲ 몬스터 VR의 대형 익스트림 게임기.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가상현실로 하늘을 날아보는 기기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가상현실 쇼핑몰도 눈길을 끕니다. 이용자가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가상의 백화점에 입장해 상품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전자상거래와 접목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상품의 이미지가 실사 이미지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가상현실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 가상현실로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메타포트는 재난현장 체험 시뮬레이션을 공개했습니다. 지진이나 화재 등의 상황을 가상현실로 보여주며, 일종의 가상현실 교육 프로그램에 가깝습니다. 실제 해보니 ‘현실같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지만, 만약 소방관 교육이나 학교 교육에 활용되면 생생한 체험 교육 커리큘럼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교원은 역사 공부를 가상현실로 지원하는 기술력을 공개했습니다. 구몬학습과 빨간펜 선생님으로 유명한 교원이 가상현실로 역사 공부를 지원하는 개념이 새롭습니다. 전통 산업에 새로운 ICT 기술이 지원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재난 상황을 가상현실로 체험하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놀라 넘어지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 교원이 가상현실로 역사교육을 지원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가상현실 노래방도 선보였습니다. 루씨드드림은 태진 노래방 기기에 가상현실 기기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코인 노래방을 연상하게 만드는 작은 룸에 사람이 들어가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가수들이 서는 무대가 펼쳐지는 구조입니다. 화려한 무대에서 환호하는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정면 중앙에는 노래 가사가 표시됩니다.

재미있는 사용자 경험이지만 한편으로는 ‘성공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국내의 경우 코인 노래방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아직 노래방은 ‘다들 함께 놀러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가상현실 노래방도 ‘다들 함께 놀러가는 곳’이 될 수 있지만 현장의 가상현실 기기는 한 대만 설치돼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머지는 오프라인 현실에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가상현실 무대로 접속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현장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기를 기다려야죠”라고 웃었습니다.

▲ 가상현실 노래방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인스퀘어의 부스에는 휠체어가 설치된 가상현실 기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휠체어에 앉아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체험을 하는 구조입니다. 왜 휠체어일까요? 인스퀘어의 가상현실 콘텐츠는 공포영화 <곤지암>에서 모티브를 따 왔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작중 주연급 인물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인스퀘어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캐릭터의 시야에서 영화 <곤지암>의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가상현실 PC방을 비롯해 공포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도 있습니다.

▲ 영화 곤지암의 휠체어 탄 캐릭터의 시선으로 가상현실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가상현실 “플러스 알파로”

현장에서 만난 박선미(26세) 씨는 “가상현실은 게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쇼핑부터 노래방, 교육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박 씨는 “어트랙티브를 활용해 가상현실로 재미있는 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씨의 말대로 이번 박람회의 중요한 성과가 바로 ‘가상현실 플러스 알파’입니다. 단순히 게임을 넘어 삶의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면, 가상현실 대중화는 빨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실감형 미디어 기술들은 내년 5G 상용화 일정이 시작되면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아직 증강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점, 가상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을 더욱 넓혀야 한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여행과 게임, 쇼핑을 모두 가상현실에서 지원한다면 현존하는 경제 생태계가 안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듭니다. 여행사는 문을 닫고 게임사는 소수만 살아남으며, 유통 생태계는 일대 파란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여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