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항상 활짝 핀 꽃을 본다. 문제가 발생하면 알려진 그대로를 보고 느낌을 서로 이야기한다. 벚꽃이 피면 벚꽃 이야기를 하고, 목련이 피면 목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색이 좋다 향이 좋다. 국민은 원래 그렇다. 국민들에게 그 꽃이 피기까지 생물적 환경적 이야기를 해 봤자, 분위기만 깨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이제 좀 분위기를 깨보자.

기업 위기를 두고도 국민들은 그런다. A사가 무언가 잘못 했다 언론에 기사화 되면, 국민들은 또 그렇게 꽃 같은 감상을 한다. 대표가 나쁜 사람이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꼴 좋다. A사가 뭘 잘 못 한 거야? 너희들은 깨끗하냐? 뭐 이런 여러 다양한 감상평들이 생겨나곤 한다.

그 감상평들이 어떤 흐름을 이루어 큰 주류가 되면 그걸 여론이라 한다. 그래서 기업은 그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떻게든 여론을 약화시켜야 자기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금새 다른 수사기관이나 규제기관으로 압력이 전이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들의 오버 액션이 시작된다. 별 것 아닌 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공개소환을 하고, 영장을 친다. 이런 오버액션이 계속되면 기업은 나 죽었다 곡 소리를 낸다.

기업은 내심 이런 도미노 액션을 두려워한다. 그러던 중 최근에는 청와대와 그 홈페이지까지 두려워하게 되었다. 많은 기업이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를 들여다 보고 노심초사한다. 혹시나 우리 회사와 관련한 청원이 올라가지는 않을까? 청와대가 우리 회사관련 논란에 한마디 하게 되면 어떤 도미노가 시작될까 두려워하는 거다.

최근 한 항공사 오너 가족의 갑질이 화두다. 국민들은 또 꽃놀이를 시작했다. 몇 년 전에도 봤던 그 꽃놀이인데도 대대적이다. 꽃에 대한 품평이 좋지 않다. 화를 낸다. 그때 국민들이 가진 공분보다 이번에는 더 크고 광범위한 공분이 생겨났다. 최초 한 명에 집중되던 공분이 이제는 오너 패밀리 전반으로 확산 되어 전세계적인 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대통령께서 한마디 하셨다. ‘물벼락 갑질’을 두고 “인격모독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하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말씀을 들어보면 마치 대통령께서 국민들과 함께 꽃놀이를 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국민도 그런 말은 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의 시각을 듣고 싶어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아쉽다는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꽃보다는 보다 구조적인 뿌리를 같이 좀 봐달라는 것이다. 모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는 그 문제를 만든 주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주체로 하여금 그 논란을 장기간 숙성하게 만든 공범이나 조력범들이 꼭 존재한다. 최소한 그 근처에는 방관자라도 있다. 이런 기초적인 사실을 청와대나 대통령이 모른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번 갑질 논란의 주제와 주체는 이미 꽃처럼 화려하게 펴서 국민들의 감상꺼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꽃들이 여러 해 지속해 필 수 있도록 지켜보고, 모른척하고, 더 나아가 어떤 형식이라도 조력을 행사했던 뿌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대통령은 해 보셔야 한다.

그 갑질의 꽃을 두고 국토부는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했었는지, 관세청은 또 정확하게 맡겨진 일을 해왔던 것인지, 그 외 갑질 방지를 위한 여러 부처들의 성실한 견제는 존재했었는지 대통령은 좀 더 챙기는 것이 어떨까? 국민은 꽃을 보아도 대통령은 뿌리를 살피면 어떨까?

사기업의 일탈이나 문제를 두고 디테일 한 의견을 내시는 것도 좋지만, 솔루션을 주시면 더 좋겠다. 그 솔루션은 다양하겠지만, 대통령이 책임지는 행정부의 각 부처들과 기관들이 혹시 갑질의 냄새 나는 꽃 잔치에 조력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먼저 돌아보시는 것이 진정한 솔루션 마련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한쪽, 단 한쪽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면 사회적 논란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 부처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죄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했다면 그건 더 큰 죄다. 대통령은 ‘혹시’ 그런 죄의 뿌리가 그런 냄새 나는 꽃을 피우게 하지 않았나 돌아보셨으면 한다.

다음부터는 대통령의 단순한 꽃 품평 보다는 뿌리를 들추어 잘라내고, 제대로 향기 나는 다른 꽃을 피게 하시는 그런 접근을 기대한다. 꽃 구경은 국민들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