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제약사 여성 임원 수와 남녀 직원 수·평균 연봉 현황.출처=금융감독원, 각 사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국내 주요 제약사의 여성 임원의 수가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직원 비율에 있어서도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 대비 2~3배나 많았으며 남녀 직원 임금의 격차도 최대 3300만원까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이코노믹리뷰가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국내 주요 상장 10대 제약사의 임직원 성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제약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있는 곳은 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女임원 비율 1위 ‘한독’, 女임원 수 1위 ‘한미약품’

국내 주요 제약사의 여성 임원(미등기임원 포함) 수는 지난 3월 말을 기준으로 ▲유한양행 0명 ▲녹십자 2명 ▲대웅제약 1명 ▲한미약품 7명 ▲종근당 2명 ▲동아에스티 0명 ▲JW중외제약 1명 ▲일동제약 0명 ▲한독 4명 ▲보령제약 4명이었다.

전체 임원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독이다. 한독은 전체 임원 19명 중 4명이 여성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21.1%였다.

여성 임원 수가 제일 많은 곳은 한미약품이었다. 한미약품은 전체 임원 37명 중 여성 임원이 7명(18.9%)로 비율에 있어서도 한독 다음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았다.

여성 등기임원 있는 제약사 3곳에 불과

국내 주요 제약사의 여성 등기임원은 남성 등기임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원으로 ‘임원 중의 임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분석 대상 제약사 중 여성 등기입원이 있는 곳은 대웅제약(1명), JW중외제약(1명), 보령제약(1명) 등 3개사뿐이었다. 대웅제약의 유일한 여성 임원이자 등기임원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다. 양 대표는 대웅제약의 비상근임원으로서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JW중외제약에서는 이의경 전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회장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보령제약의 여성 등기임원은 보령제약 창업자인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은선 대표다.

유한양행·동아에스티·일동제약, 여성 임원 ‘제로(0)’ 불명예

임원 중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일동제약은 국내 10대 제약사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낮은 양성평등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위 제약사인데도 양성평등 지표 전반에서 실망스런 결과를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사 중 연봉도 높고 근무 환경이 좋아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약업계 근무자에게는 가고 싶은 제약사 최상위권에 드는 회사다.

유한양행은 남자 직원과 여성 직원의 평균 임금 격차가 3300만원으로 국내 주요 10대 제약사 중 남녀 임금 차이가 가장 큰 제약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직원 수에 있어서도 유한양행의 남성 직원은 1344명, 여성 직원은 416명으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 수의 3배 이상 많아 직원 성비가 심각하게 불균형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국적제약사, 여성 임원 비율 53%로 남성 임원 수 앞질러

이 같은 국내 제약사의 남녀 직원 성비 불균형은 다국적제약사와 큰 차이가 난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최근 국내에 진출한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여성 임직원 비율을 집계한 결과, 이들 제약사의 여성 고용 인원 비율은 약 45%, 여성 임원의 비율은 53%인 것으로 나타나 여성 임원의 수가 남성 임원 수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제약사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BMS제약이다. 한국BMS제약의 여성 임원 비율은 70%며, 여성 직원의 비율은 50% 수준이다. 또 이 회사의 수장은 여성인 박혜선 대표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매출액 상위 다국적제약사들이 여성 직원 비율을 30~50%로 유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는 기본적으로 여러 국가에 포진해있기 때문에 인종, 성별, 신체적 차이에 따라 직원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라면서 “이 때문에 여성 직원의 비율도 높을 뿐 아니라 여성을 배려하기 위한 출산 휴가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