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시스템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유기적인 시스템’이다. 크고 작은 수많은 시스템의 결합으로 조직이 바라는 다양한 가치 중에 리더 혹은 절대 다수가 원하는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말에 대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당신은 나름 고수다. 이른바 시스템이란 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스템을 조직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누군가 빠져도 크게 문제없는 유기적인 관계들을 말한다. 그 속에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구성원 모두가 자연스럽게 좇아 달성하는 데 최적화된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가는 모든 것을 뜻한다. 따라서 조직을 영어로 Organization, 유기체에 비유해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 속한 직장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스스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 안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조직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이해하는 이가 조직의 리더의 역할을 하거나, 이러한 역량을 가진 이가 시스템을 만들고 완성해 나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시스템을 단순히 조직 내부의 관점으로 이해해서는 무리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더욱 무리다. 조직의 시스템은 대부분 외부의 다양한 시스템들과의 관계 속 교감을 통해 나름의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거치고, 이를 조직의 유지 발전시키려는 끊임없이 변화 속에 이해해야 하는 것이 현 시대에 어울리는 시스템의 추가 정의다.

당연히 바깥과 연결된 각각의 부문은 그 역할과 책임을 기업 조직이 목표로 하는 고객을 위해 최적화되는 것이 최상의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직화해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모두에게 당면한 과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스템을 이해 및 실제 운영자가 되는 과정 속에서 조직 및 시스템을 각자의 입장에서 이해한다. 여기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끊임없이 “나는 제공했다”라고 하며, 대부분의 문제는 나한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직스쿨 그리고 이전의 직장 속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 그러했다. 그들이 이해한 시스템은 조직 전체를 이해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내가 보다 일을 잘하기 위한 나만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에 목을 맸다. 소위 내가 편하자고 일을 만들었던 것이다.

문제는 조직의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조직 시스템에 걸림돌이 되기 직전까지 인식하지 못해 스스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위기에 있던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해는 한다. 애초에 일과 조직, 시스템을 보다 상위의 카테고리와 그 속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배우지 못했다. 일이 너무 많아 쳐내기 바빴으며, 그렇게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고, 심지어 그걸 잘한다고 보상까지 받았으니 말 다 했다.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 겨우 조직다운 조직이라고 하는 것들이 생긴 지 50년이 갓 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다운 시스템을 설계해서 성공까지 만들어본 이가 극히 드물고, 그것이 단순히 양적 팽창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무조건 크게 만들면 ‘잘 만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저성장 시대에도 과거와 비슷한 맥락과 구조로 시스템을 설계해서도, 운영해서도 분명 무리가 있다. 오히려 보다 긴밀한 관계 속에서 조직이 바라는 가치를 최소한의 올바른 방법과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연하게 감수해야 할 것, 그것이 고객을 위한 것이라면 단순 희생의 관점이 아니라, 상생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우리네 평범한 직장인은 시스템 설계자가 아니었다. 설계할 기회를 갖기도 어려웠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창업을 했지만 대부분 누군가에게 귀속되기 위한 시스템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전에 없던 시스템 또는 시장을 만드는 것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조직 시스템의 설계자는 창업자가 유일하다. 그가 만들어놓은 기반 아래에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 모두가 바라는 모습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면서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이 양적 성장에서 정체를 보이면서부터 보이지 않는 위기와 갈등에 휩싸인다. 바로 내·외부 상황에 맞는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함에도 이를 내부에서 적절히 대응할 만한 인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본래 대표자에게 ‘Leader’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그저 Boss이자 Owner에 불과하다. 그가 Leader 역할을 잘할 것이라 기대하기보다는, 그가 Boss로서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않도록 기대하는 것이 더욱 빠를 것이다. 아마도 수년째 발생하는 재벌들의 오너 리스크는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의 설계자부터 그 안의 순응하는 이까지 그들이 맡은 역할을 조직이 원하는 목적에 부합한 시스템으로 꾸준하게 변화하는 데 조직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가장 민주적인 시스템이 다소 느릴 수 있지만, 어쩌면 성장 폭이 과거와 다르게 크지 않는 지금의 저성장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지 모른다.

물론 체계화되거나, 쉽게 알 수 있도록 구체화되어 있는 시스템이 모든 조직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조직 및 1인 기업에게는 굳이 필요 없다. 그 즉시 바로 바로 소통을 통해 최적의 방향을 도출하고, 실행에 옮기면 그만이다. 그러고서 아니면 새롭게 다른 시도를 탐색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시스템에 의해 단련된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 또는 거대화된 조직은 이야기가 다르다. 쉽게 시스템을 바꾸기도 어렵고, 모든 이들의 동의를 얻어 변화를 리드하기에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들 작은 조직으로 다시 또 나눠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조직이 파생될 수 있는 형태의 아메바 조직, 그에 어울리는 린 경영을 택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것 또한 지금의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조직의 발악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조직의 자원을 활용해 크고 작은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속의 구조화된 업무 및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성해보고, 이를 시범 운영하면서 실제 수익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미래의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 중에 유일하게 경험을 통해 역량의 존재 유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기에 절대적으로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은 변화하는데, 만약 내가 하는 일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하면 나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발전이 없는 것이다. 굳이 모든 직장인이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한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관점에 의해 업무를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해한 시스템 속에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실제로 와서 후회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때부터는 수년째 해온 ‘식은 죽 먹기 식’의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나름의 준비는 필요하다. 그 나름의 준비는 지금 몸담은 조직 시스템 속의 내 역할과 책임, 여러 관계 속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가늠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