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감자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차례 오른 감자 가격은 이달 평년보다 도매가격은 3배, 소매가격은 2배가량 올랐다. 감자 한 알 가격이 무려 2000원일 만큼 귀한 몸이 됐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금값’이란 말이 나돌고 ‘감자대란’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봄 가뭄과 여름의 폭우 그리고 겨울의 한파로 국내 감자 생산량이 20%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수급안정화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만 속수무책으로 가격 부담을 떠안고 있다. 칩 등 감자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계약재배로 감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고, 감자튀김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은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감자 100g에 8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감자 소비자가격, 한 알에 2000원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7일 도매 기준 감자 20㎏의 가격은 11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년기준 2만8227원보다 약 320% 올랐다. 소매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100g당 415원이던 감자 가격은 17일 811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는 100g짜리 한 개를 8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 마트에서 만난 유진아(42세, 여) 씨는 “감자 한 알에 거의 2000원 정도 한다”면서 “너무 비싸서 살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들이 감자를 사지 않으면서 이 마트는 판매대를 두 곳에서 한 곳으로 줄였다.

감자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공급 부족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5만~60만t의 감자가 생산되는데 지난해 50만t으로 급감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었으니 값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 감자 20kg 기준 월평균 도매 가격. 출처= 농산물유통정보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감자 출하 시기는 4번이다. 3월부터 5월 사이 출하하는 ‘시설봄감자’ 3만t, 5월 말부터 7월까지 출하하는 ‘노지봄감자’ 40만t, 8월부터 11월까지 출하하는 ‘고랭지감자’ 12만t, 10월부터 1월까지 출하하는 ‘가을감자’ 2만5000t이다.

그런데 지난해 감자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 가뭄, 폭우, 한파로 평년보다 20% 줄었다. 통상 연간 55만~60만t 생산되는 감자는 지난해에는 50만t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지봄감자는 국내 감자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노지봄감자의 재배면적이 소폭 줄었다. 감자는 같은 장소에 매년 농사를 지으면 병충해 피해를 입어 지난해 노지봄감자 재배를 하지 않은 농가가 많았다.

▲ 감자 100g 기준 월평균 소매 가격. 출처=농수산물유통정보

그 다음 출하하는 고랭지감자도 생육기간에 비가 많이 와 생산량이 줄었고, 가을감자도 추위로 피해를 입어 생산량이 감소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시설감자도 겨울철 냉해 피해를 입어 생산량이 줄었다.

이 같은 이유에서 감자 공급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 것이다.

 

팔짱 끼고 먼 산 구경하는 정부 “감자, 비축대상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3배 가까이 오른 감자 가격을 잡을 방법이 없다며 지켜보고만 있다. 감자는 따로 수급안정을 위한 비축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 한파로 많은 농작물들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 특히 겨울에 출하하는 ‘월동무’는 제주도에서 90% 이상 생산된다. 제주도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파로 냉해 피해를 입었다. 무는 수급안정화를 위한 비축사업에 포함돼 있어 가격이 오르자 정부가 이달 초 비축물량 600t을 방출하고 계약재배물량을 조기 출하하면서 가격오름세가 꺾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감자는 수급안정을 위한 비축사업을 하는 품목이 아니다”면서 “감자는 연중 계속 생산되고 저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감자는 시설감자로 원래 일반 감자보다 가격이 높은 감자”라고 덧붙였다.

현재 농협을 통해 비축물량을 가지고 있는 고랭지감자를 방출했지만 전체 물량 자체가 적어 가격을 낮추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의 뚜렷한 수급 안정화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감자 생산량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월 출하될 노지봄감자도 이달 초 꽃샘추위로 냉해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위로 고사한 것은 아니지만 조기출하를 목적으로 빨리 심은 감자들의 생육이 느려 출하 시기가 늦춰졌다. 농식품부는 피해 수준을 1~2% 내외로 보고 있지만, 산지에서는 생산량이 10~2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고육지책으로 지난해 말부터 수입감자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수입하지 않고 업체에 수입권 공매 입찰을 벌여 선정해 수입하고 있다. 현재 낙찰된 물량은 4534t이며 2000t을 추가 입찰할 예정이다.

수입감자 물량은 국내 연간 수확량의 1% 정도로, 농가가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수입감자는 통상 직접 소비하는 금식업체 또는 가락시장 같은 도매시장으로 납품되고 있어서 가격적인 부분에는 안정효과가 있지만 국내 생산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감자 수입과 함께 수급안정화사업을 병행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수입은 필요 시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감자는 수급안정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으로, 예산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내년 예산에 반영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