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거주하는 이 모씨(35세)는 곧 거리에 나앉아야 할 상황이다.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경매절차로 넘어가기 직전이기 때문.

이씨는 전세자금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으로 넣었다. 전세 기간의 만기는 지난해 9월이었다.

하지만 경매로 인해 이 씨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못건지게 될 상황이다. 이사 직전 다른 곳으로 한차례 전입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늦은 전입신고로 배당순위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바람에 집이 경매되더라도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것.

결국 대출받은 전세자금 1억2000만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됐다. S은행으로부터 받은 이 대출금에 대해 주택금융공사는 연대보증인으로 나서는 보증서를 제공했다.

주택금융공사는 두달 후 S은행에 1억2000만원을 이씨를 대신해 변제(대위변제)하고 향후 이씨에게 이 변제금을 청구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씨는 이 전세금 대출이외에 신용대출금 3000만원도 있다. 월 300만원인 급여 말고, 특별한 재산이 없다. 아내는 최근 아이를 출산, 육아휴직 중이다.

이씨는 전세대출금과 신용대출금 채무를 개인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절차로 조정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대위변제 안된 전세금 대출, 개인워크아웃 어려워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과 같이 보증서가 있는 대출금이 연체가 됐다면 대위변제 전에는 개인워크아웃 절차는 밟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위변제는 대출금에 대해 보증인이 대신 갚는 것인데, 대위변제 전에는 채권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채무조정이 어렵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씨의 경우 두 달 후에나 대위변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미룰 수밖에 없다. 그사이 다른 신용대출금의 연체 등으로 독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씨가 이 같은 독촉을 견디며 두 달을 버텨야 할까.

채무조정 전문가들은 대위변제를 기다리기에 앞서 개인워크아웃으로 ▲얼마나 채무가 조정되고 ▲얼마나 월 상환금을 내야 하는지 먼저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사전채무조정 상담과 재무설계를 하는 사회공헌기업 ‘희망 만드는 사람들’ 서경준 본부장은 “이씨의 채무가 아직 상각 전이라 원금 1억5000만원(전세대출금+신용채무)을 최장 8년(96개월)동안 갚아야 한다”며 “이씨가 워크아웃을 신청한다면 매월 약 150만원씩 상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각이란 금융회사가 대출금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 처리하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상각된 채권에 대해 채무자의 사정을 감안해 채권가액의 30~60%를 감면하고 있다.

서경준 본부장은 “대위변제를 기다리는 동안 독촉이 예상되고 원금이 감면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개인회생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회생, 대위변제 없어도 신청 가능...변제기간 따지면 개인회생이 유리

채무자가 특별한 재산이 없다면 변제기간이 짧아진 개인회생을 검토할 만하다. 

개인워크아웃의 변제기간이 8년인데 반해, 최근 개인회생 변제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개인회생은 대위변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개인회생신청 후 주택금융공사가 대위변제를 한다면 그 시점에서 변경된 채권자를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압박이 우려되는 채권자 독촉에 대해서도 개인회생이 편하다. 개인회생 신청과 동시에 법원이 채권 독촉 금지명령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씨가 개인회생을 선택한다면 매월 변제금액을 어떻게 달라질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김준하 사무처장은 “이씨의 경우 부양가족의 수가 월 변제금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개인회생에서 부양가족은 가정 구성원 전체가 아니고, 미성년자와 60세가 넘는 부모만 간주한다.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부양가족에 포함되지 않지만, 소득, 학력, 자녀 양육, 장애 등을 고려해 법원이 포함할 수도 있다.

채무자회생법과 대법원규칙에 따르면 개인회생 절차에서 2인 생계비는 170만원이고 3인 생계비는 220만원이다.

법원이 아이만을 부양가족으로 인정할 경우 부양가족 수는 이씨와 아이 1명 등 를 포함 2명이다. 

김 처장은 “이씨는 이때 월 급여 300만원에서 2인 생계비 17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130만원을 3년(36개월)에 거쳐 총 4680만원을 변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월급여 300만원-생계비 170만원=월130만원✕36개월=4680만원)

법원이 아이와 배우자를 부양가족으로 인정할 경우 부양가족수는 총 3명이 된다. 김 처장은 “이씨는 이때 월급여 300만원에서 3인 생계비 22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80만원을 3년(36개월)에 거쳐 총 2880만원을 변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월급여 300만원-생계비 220만원=월80만원✕36개월=2880만원)

이씨가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것이 워크아웃에 비해 여러모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