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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자율규제 강제성 없고, 거래소 23개 중 14개만 심사 참여

허지은 기자 hur@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4.17  16: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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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암호화폐거래소 자율규제 심사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다음달부터 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소 14개 회원사에 대한 자율규제 심사에 들어간다. 지난해 12월 중순 자율규제안 초안 을 발표한 후 5개월만이다. 협회는 자금세탁행위 방지에 관한 규정을 강화하는 등 거래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거래소 ‘자율’에 맡기는 ‘규제’안인 만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 자율규제 심사계획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날부터 거래소들의 자체평가 보고서를 받고 다음달부터 회원사 14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일반 심사와 보안성 심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자율규제의 목적은 혼탁한 국내 가상통화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가상통화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래소 업계의 자산 안전성과 건전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규제 심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자율규제 평가 대상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고팍스, 에스코인, 오케이코인 코리아, 코미드, 코빗, 코인원, 코인제스트, 씨피닥스, 한빗코, 한국디지털거래소, 한국암호화화폐거래소, 후오비 코리아 등 14개 회원사다.

이번 자율규제 심사의 주요 평가 항목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마련 여부 ▲이용자 자산보호 체계 적정성 여부 ▲신규코인 상장 시 투자 정보 제공 여부 등의 일반 심사 항목과 ▲사용자 인증과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 ▲서버와 월렛 관리 ▲복구와 운영 시스템 ▲개인정보 보호 부문 등 보안성 심사 항목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블록체인협회는 법무법인과의 협의를 통해 거래소 통합 표준약관과 해킹 사고 등에 방지한 단체보험 가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3월 거래소 회원을 대상으로 인증평가를 실시해 합격자에 한해 정회원 자격을 주고, 매년 6월∙9월∙11월 등에 실시되는 수시평가를 통해 인증평가에서 떨어진 회원을 포함한 준회원에게 추가로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자율 규제, 강제성은 없어"

그간 가상통화 거래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장의 눈은 블록체인협회가 마련 중인 자율규제안으로 쏠렸다. 이날 현재 블록체인협회에 회원사로 가입된 거래소는 모두 23개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중∙대형 거래소들은 모두 협회에 가입돼 있다. 이들 거래소의 회원 수만, 수백만 명에 달해 사실상 협회 차원의 대응 방안이 나온다면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3개 거래소 회원사 중 이번 자율규제 심사를 받는 곳은 1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거래소는 심사를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심사를 앞두고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23개 회원사 모두를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23개사 중 14개사만 심사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율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심사를 받겠다 하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심사 신청을 한 거래소 중에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곳도 포함됐다. 영업 준비를 하는 단계에서 심사 신청을 했으나 실제로 영업을 개시하지 않은 곳은 평가할 항목이 없는 상태”라면서 “다음 심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회의 심사 계획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투자자 A씨는 “거래소 환경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자 B씨 역시 “협회 심사를 통과한 거래소는 믿을만 하겠다. 리스트에 없는 거래소는 피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C씨는 “협회 회원이던 코인네스트 대표가 횡령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는데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면서 “소 잃고 외양간 읽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블록체인협회 “법정통화 아닌 코인 시장, 규율할 방법 있나”

자율규제안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말 협회 차원에서 거래소 회원사들에 한해 “신규 코인 상장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한 이후 별다른 공지가 없었는데도 회원사들이 경쟁적으로 코인을 상장하면서 협회의 공시기 발언과 상충하는 행동을 했던 전적도 지적됐다. 협회의 공신력에 의문을 가질 수 있을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작년 연말에 (신규코인을 상장하지 않겠다는) 발표 이후 중간 중간 코인 시장에 상장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협회의 발표도 협회 차원의 컨센서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각각 거래소도 지난해 이후 가상통화 시장 침체기가 오면서 신규 코인 상장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실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자율규제안을 마련하면서 규제 범위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는데 법화 시장이 아닌 코인 시장을 규율할 방법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이번 규제안에 ‘자율’이 붙게 된 이유로 추정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다른 코인과 거래하는 시장, 즉 코인 투 코인(Coin to Coin) 시장에 대한 제재 수단이 있으려면 위해 케이스가 축적돼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전하진 위원장은 “블록체인대륙(블대륙)은 현재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정리가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초기 혼란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대표는 “이번 자율규제안을 두고 거래소 업계에서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협회 차원의 거래소 평가 항목이 마련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코인네스트, 유빗 사태 등을 보더라도 국내 거래소 중에 자격없는 거래소들이 상당수 섞여있다”면서 “협회의 평가를 통과한 거래소들은 공신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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