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위드이노베이션은 국내 숙박 O2O 전문 예약 플랫폼인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해 온라인 부문 기준 매출 520억원, 영업익 60억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2014년 등장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시장을 선도한 것도 놀라운데, 최근에는 액티비티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동시에 꺼내들며 존재감을 더욱더 키우고 있다.

▲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글로벌과 액티비티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위드이노베이션

업계가 많이 궁금해 하는 지점이다. 화려한 장밋빛 전망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심명섭 대표를 3월 27일 서울 삼성동 위드이노베이션 본사에서 만났다. 1977년생인 심 대표는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창업가로 채웠으며, 2015년 10월 위드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액티비티 본질은? 왜 글로벌인가?

여기어때는 지난 3월 5일 액티비티와 글로벌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액티비티에 시선이 집중된다. 본질은 무엇일까? 심 대표는 “숙박 이상의 가치”라면서 “숙박과 다양한 관광, 체험 상품을 연결해 고객의 사용자 경험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한 숙박 플랫폼을 넘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다. 여가나 휴식이 정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액티비티는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풍긴다.

액티비티라는 카드를 꺼내며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심 대표는 “국내 숙박 시장이 거대하다면 액티비티와 글로벌 시장 개척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시장의 트렌드를 보니 숙박 이상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 숙박 플랫폼만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이 어렵다는 현실이다. 심 대표는 “아직 시장에 1등 액티비티 사업자가 없다. 액티비티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 글로벌로 나가는 것이 여기어때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국내부터다. 국내 액티비티 상품이 연내 오픈되며 하반기에는 아웃바운드 고객(국내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 관광객)에 숙박과 액티비티가 함께 지원되고 내년에는 인바운드 고객(외국에서 국내로 오는 관광객) 대상, 후년에는 글로벌 전용 서비스가 확장된다.

국내 숙박 시장이 좁아 글로벌 전략을 고민하던 중 액티비티에 집중하게 됐다는 뜻. 그렇다면 심 대표가 액티비티에 유독 ‘꽂힌 이유’가 궁금했다. 심 대표는 홍콩에 본사를 둔 클룩(KlooK)이야기를 꺼냈다.

▲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직원들과 글로벌과 액티비티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출처=위드이노베이션

그는 “2014년 액티비티 예약 앱으로 출발한 클룩은 홍콩을 중심으로 시작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겨냥한 플랫폼”이라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단순한 숙박이 아닌 클룩과 같은 액티비티 기반의 사용자 경험 확대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심스럽지만 강한 자신감도 넌지시 보였다. 심 대표는 “우리가 글로벌 액티비티 1위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티비티와 글로벌 전략이 세워졌다면 다음은 세부적인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심 대표는 “지난해부터 고민을 시작해 현재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라면서 “상장을 보류하고 집중하기로 결정한 이상 공격적인 액션플랜을 세울 생각이지만, 현 단계에서 공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단서는 있다. 현재 여기어때는 액티비티 전략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으며 올해 200명의 신규 채용자를 뽑을 생각이다. 그중 100명은 개발자로 채우고 개발자 출신인 심 대표가 직접 직원 선발에 관여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원래 직원 선발에 관여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더욱 옥석을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 계획은 어떨까. 심 대표는 “우리가 지금까지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았으나, 이제는 다를 것”이라면서 “4월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신규투자를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사내 보유금도 상당한 편이기 때문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좋은 기업이 있으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물론 경쟁사도 액티비티와 관련된 소규모 스타트업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협력을 타진하는 중이다.

심 대표는 “액티비티와 글로벌 전략은 면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타당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지 시장의 주요 기업들과의 전략적인 제휴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글로벌 진출의 전략은 정보의 교환이 될 수도, 인수합병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 출처=위드이노베이션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한다”

여기어때의 등장으로 모텔로 대표된 국내 숙박 시장의 트렌드가 많이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 대표는 “과거에는 모텔을 검색하고 예약한다는 개념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여기어때는 예약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장 확대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액티비티와 글로벌 전략의 당위성을 비롯해 액션플랜의 존재도 확인했지만, 더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업은 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심 대표는 ‘여행의 틀을 바꾸고 싶다’는 큰 그림으로 대답했다.

그는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여행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여행도 한계가 있다. 고객이 직접 숙박과 여행지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정보 접근 등이 어렵고, 특히 글로벌 고객은 더욱 어렵다”면서 “여기어때가 모든 서비스를 묶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숙박은 거들 뿐, 관광과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사용자 경험 확대다. 그런데 이 방식이 예전 패키지 여행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심 대표는 “패키지 여행은 고객이 볼 때 운신의 폭이 좁다. 원하지 않는 쇼핑도 해야 하는 등 문제가 있어서 자유여행이 트렌드가 된 것”이라면서 “제휴 대상은 크게 세 곳이다. 대형과 중소형, 그리고 철저한 로컬(지역). 우리의 목표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에어비앤비 방식을 접목해 로컬 중심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가 한 때 로컬 플랫폼과 협력해 핫딜(단기간에 특정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 방식으로 다양한 여행상품을 제공했으나 지금은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여기어때는 그 틈새를 활용해 숙박과 로컬 중심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심 대표는 “가끔 내외부에서 통찰과 담대함으로 저와 여기어때를 칭찬한다”면서 “과분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 액티비티와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면서 통찰과 담대함의 키워드가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숙박 O2O 사업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액티비티와 글로벌 전략을 선택했을 때 10배의 확신이 들었다”면서 “공유경제 플랫폼의 강점까지 살린, 제대로 된 시장 확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