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결정했다. Fed는 견실한 미국 경제를 기반으로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올릴 것임을 시사했으며 내년에도 2차례에서 3차례 정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로써 한미 간 기준금리는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됐다.

21일(현지시각)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50~1.7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6번째 금리 인상이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취임 후 첫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다.

파월 의장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 일자리가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호조로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저수준(4.1%)을 나타내고 있으며 다른 경제 지표도 긍정적”이라면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물가도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Fed 위원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4%로 높였다. 실업률은 올해 말까지 3.7%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제롬 파월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오른 1.50~1.75%로 인상 결정됐다. 출처=블룸버그

미국 기준금리 상단, 연말까지 2.25%로 높아질 듯

이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였다. 선물시장 금리로 내다본 3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95%에 육박했다. 따라서 시장의 눈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인상 횟수에 쏠렸다. 긴축 채비에 나선 미국이 얼마나 빨리 통화정책 정상화를 실현할 지, 그 속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Fed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 남은 미국 FOMC는 5월, 6월, 7월과 9월, 11월, 12월 총 여섯 번이다. 3월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1.50~1.75%) 수준에서 2.00~2.25%까지 올라간다.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6월과 9월께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은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상향 조정됐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과 감세 정책 등을 감안하면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영향을 줬다. 예상대로라면 내년까지 미국 기준금리는 최대 2.75~3.0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의 한 가지 변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는 물가와 임금 상승률이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파월 의장 역시 “임금 상승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다소 수수께끼(a bit of a puzzle)”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낮은 실업률과 기업들의 구인난을 생각하면 임금 상승률은 연간 2.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재닛 옐런 전 의장의 ‘오르지 않는 물가 상승률은 미스터리’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날 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움직임은 바빠질 전망이다. 한은은 22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서울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출과 투자 심리 위축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시장의 눈은 한국은행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