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가짜뉴스 파문과 과격한 알고리즘 변화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던 중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대형악재와 직면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각 국은 페이스북의 정보유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출석 압박까지 받고 있다.

왓츠앱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을 지워라"는 글을 남겨 일침을 날렸으며, 논란이 시작된 후 페이스북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젊은층 유저의 유출로 어려움을 겪던 페이스북이 정보유출이라는 악재를 만나며 크게 휘청이는 분위기다.

▲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최악의 위기와 직면했다. 출처=페이스북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외신은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기간 활용되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이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데이터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로 무단 제공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만 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특정 앱을 이용해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취득한 정보를 무단으로 운용할 경우 불법이다. 코건 교수의 일탈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지만 페이스북이 확보된 데이터의 활용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코건 교수가 확보한 데이터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활용되었다는 점이 폭로되며 페이스북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다. 영국의 채널4에 따르면, CA는 스리랑카 선거에 나선 정치인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능력을 자랑하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우리의 역할이 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수사기관도 나섰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일부터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마크 저커버그 CEO가 의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은 "저커버그가 의회에 출석할 때"라면서 "미국인들은 2016년 기간 있었던 정보조작의 진실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위 러시아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던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악재다.

주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표면화되고 있다. WSJ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주주들은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페이스북의 정보유출 논란으로 투자 손실을 입었다'는 소장을 제출했다. 왓츠앱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튼은 자신의 트위터에 "페이스북을 지울 시간이다(It is time. #deletefacebook)"는 글을 게시하며 반 페이스북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한 때 인수하려고 했던 경쟁사다.

독일과 영국의 수사기관도 페이스북 정보유출 논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반 실리콘밸리 정서가 번지는 대목이 부담이다. 페이스북은 시장 독과점 문제에 이어 정보유출과 관련된 논란의 해명에 나서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됐다.

최근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파동, 정치뉴스 삭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젊은층 유저는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서비스 노후화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은 정보유출 논란이라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크게 휘청이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이 플랫폼 공공성과 관련된 현안이라는 점이 문제다. 미국 CNN은 "페이스북 DNA와 관련된 현안"이라면서 "페이스북이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