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오각진 기업인/오화통 작가 ]

지난 주말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았습니다.

주례 부탁받았을 때, 세상이 하도 빨리 변해 내 아들의 진로조차

상의해주지 못하는 내가 주례를 볼 수 없다고 거절했지요.

더구나 친구는 둘째 아들을 장가들이는 마당인데,

나는 아직 하나있는 아들의 장가조차 얘기도 못하고 있으니,

더욱 안 될 일이라고 고사했음에도 결국 그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주례사를 하기에 앞서

우선 신랑 신부에게 진심으로 격려의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12월 통계를 보니 한 여자가 평생에 걸쳐 출산하는 합계출산율에서

우리나라가 1.05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머지않아 ‘한국이 소멸한다’는 책제목처럼 될 거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인데, 그 차가 크지요?

이런 심각함을 이제 모두가 알게 되어, 결혼을 장려하기위한 획기적인 대책과 혜택이

조만간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들 신랑 신부는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결혼한 것이 너무 이쁘고,

대견하지 않느냐며 큰 격려의 박수를 주자고 했습니다.

결혼식을 조금은 재미있게 하려고 이부분을

과장해서 얘기한 부분도 있습니다만,심각하게 여겨지기도 했고,

또 며칠전 보았던 사연이 나를 좀 감상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며칠전 골목 빵집을 소개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양심적으로 재료를 고르고,

착한 가격까지 갖고 있는 주인장의 빵집이니

잘 될 수 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홀로 일하는 여 주인장의 일상을 이리 저리 담아내던 제작진이

새벽 4시부터 일하는 모습,

오전 잠시간의 짬을 내 빵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이

안스러웠는지 개인적 질문을 던집니다.휴가는 안가냐? 결혼은 안하나?

휴가가 주어지면, 아무것도 안 먹고 잠만 자겠다고 했고,

30대 처자로서 결혼에 대해 희미하게 웃으며

‘이생망’이라 말하는데, 순간 가슴이 탁 막혔습니다.

취업 포기생들이 말하는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얘기잖습니까?

무슨 사연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이생망이라니요?

이번에 둘째까지 장가들인 내 친구로부터

그 비결을 들어 이분께 꼭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맹목이고,무계획적인건데, 내가 또 별 걱정을 다 하는 거겠지요?

부드러운 봄 바람에 그녀의 행복한 소식을 기대해봅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이후 12년간 기업의 CEO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