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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사내 성범죄 예방, '상대방 존중'교육으로 해결해야"

하민회 경영컨설팅 회사 이미지21 대표

견다희 기자 kyun@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3.23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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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아우성(性)’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교육, 문화, 예술, 정치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진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한 폭로에 국민들은 탄식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아우성은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한 왜곡된 성의식, 극심한 여성차별, 지위를 악용한 남성의 권력횡포 등을 고발하고 개선안을 고민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의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이런 일그러지고 시대에 뒤진 의식을 바로잡아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개방되고 평등하며 수평사회로 이끌어갈 방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경영컨설턴트인 하민회(52) ‘이미지21’ 대표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이 고질에 대한 처방전으로 ‘교육’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 대표는 국내 1세대 경영컨설턴트로 기업 문제점 분석, PI(최고경영자 이미지)교육과 인재 콘텐츠 개발, 사내소통 교육을 해온 전문가다. 하 대표는 서울 삼성동 이미지21 본사에서 가진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폭로되고 있는 성범죄는 왜곡된 성의식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그릇된 의식이 발단”이라면서 “여성도 자기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기르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하 대표는 “인식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하민회 대표가 제시하는 직장 내 성범죄 예방 방법. 출처= 이미지 21

특히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와 같은 고맥락의 문장보다는 ‘경어를 사용해야 한다’, ‘단 둘이 있을 때는 문을 열어둔다’와 같이 특정 상황에 대한 행동 지침을 설명하는 저맥락 캠페인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외출 후에는 손을 닦아야 한다’처럼 그 지침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일 수 있도록 반복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기업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나이가 많은 남자는 희롱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잘 몰라서 실수로 벌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문을 튼 다음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남성들이 많이 하는 실수 몇 가지를 꼽았다.

그는 ‘여자는 좋아도 한 번은 싫다고 한다’ 식의 인식은 사회적 망신을 받는 지름길이라고 일갈했다. 또 ‘얼굴이 예쁘다’, ‘몸매가 늘씬하다’ 등 칭찬의 의도로 말하더라도 희롱이 될 수 있으니 아예 대화의 화제로 삼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따끔하게 일러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방방법 리스트를 유치하지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머리로 몸으로 익힐 수 있다”고 실천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몇 가지의 말과 행동만 바꿔도 충분히 많은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음에도 ‘펜스룰’이 마치 대안인 것처럼 지침으로 삼는 것을 하 대표는 매우 우려했다.

펜스룰은 괜한 오해와 이에 따른 피해를 막아보려는 남성의 자기방어 행동이란 의미에서 울타리를 뜻하는 영어 ‘펜스(Fence)’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마이크 펜스(Mike Pence) 전 미국 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부인 없는 곳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리를 갖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펜스룰의 시초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아내와 사별 후 보좌관, 집안일을 도와주는 도우미 등 주변 인물을 모두 남자로 바꾼 것이 마치 미투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처럼 소개되고 있다.

몇몇 회사는 회식 ‘금지령’을 내리거나 ‘여자 직원과 함께 회식자리를 갖지 말 것’을 권고하는 곳도 생겼다. 남자 직원들만 따로 모아 식사를 하거나, 여자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식사하는 것 등을 자제하라는 곳도 있다.

하 대표는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면 되는데 왜 피할까 그게 더 이상하다”면서 “부정적으로 보자면 잘못된 것을 바꾸기 싫다는 고집일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펜스룰은 여성을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새로운 유리천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룰`을 여성을 하민회 경영컨설턴트 회사 이미지 21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 대표는 여성들에게도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로 자기를 믿는 힘이 필요하다. 성희롱, 성추행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몸이 굳고 놀라고 당황하고 온갖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직장을 잃지 않을까’ 또는 ‘피해가 돌아오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그 순간을 거래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버티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둘째, 현명하게 설득시켜 내 편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페미니즘 운동이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종종 남성들이 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당해봐라’ 식의 모습도 본다”면서 “그렇게 해서 불쾌감을 조성하는 건 하나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의 말에 남성들이 귀 기울여 듣고 싶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범죄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IT회사에서 강의 중에 남자 신입사원이 여자 부장이 자꾸 자기의 엉덩이를 툭툭 친다는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 내 성범죄는 대부분 수직관계에서 일어난다. 그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업 이미지 평가나 PI 교육으로 기업 CEO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 하 대표는 “요즘 여성 CEO들도 많이 늘어났다”면서 “남성중심 사회에서 살아온 여성 사업가들을 보면 남성과 행동이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권력과 관습의 문제로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똑같이 닮아간다”고 덧붙였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하 대표는 몇 년 전 다녀온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투운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갠지스강은 인근에 화장터가 있고 오물이 많이 흐르는 강이다. 그러나 우기가 되면 강물이 바닥까지 한 번 다 뒤집히면서 정화된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 빗대어 “미투운동도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저 밑바닥까지 다 깨끗해지고 사회가 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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