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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는 ‘파이브 지’인가 ‘오지’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5G를 ‘오지’로 읽어 한때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큰 의미가 있는 논쟁은 아니었으나 당시 발음을 두고 설왕설래가 나왔던 행간은 곰곰이 복기할 만하다.

문 대통령의 ‘오지’ 발음을 공격하던 진영에서 문제 삼았던 주장의 논리. ‘5G와 같은 최신 ICT 트렌드의 일반적인 발음도 모를 정도로 어두운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가 되나’는 논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5G의 가치가 오롯이 담겨 있다. 5G는 그만큼 중요한 패러다임이다.

1G에서 4G까지

5G의 G는 Generation, 즉 세대를 의미한다. 이동통신의 발전을 나누는 척도다. ‘5’는 5번째로 등장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의외로 거창한 뜻이 아니다. 다만 G로 구별되는 기술은 하나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단계에서 사용되는 모든 기술을 통칭하는 단어다. 3G에 WCDMA(Wideband CDMA), CDMA2000, TD-SCDMA(Time Division-Synchronous CDMA), UWC-136, DECT, Wibro라는 기술이 존재하는 식이다. 결국 ‘G’는 다소 추상적인 기술형태를 규정하는 ‘세대’를 말하는 단어다.

이동통신 기술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다만 주파수 공용 통신이나 위성 이동통신 등은 사용 대상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이라는 용어는 서비스 대상 지역을 작은 크기의 여러 개의 셀로 나누어 각 셀마다 중심에 기지국(Base Station)을 세우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1G는 무엇일까? 이동통신을 처음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술이다. 2차선 국도에 비유할 수 있다. 1G의 대표 기술은 에릭슨이 개발한 북유럽 표준 NMT(Nordic Mobile Telephone) 방식과 영국표준 TACS(Total Access Communication System) 방식, 프랑스 표준 RC 2000(Radiocom 2000) 방식,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 방식, 독일 표준 C-450 방식(독일, 포르투갈) 등 5가지 방식이 있다. 국내 1G는 1984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가 처음으로 차량에 탑재하는 이동통신 단말기를 출시하며 태동했다.

2G는 아날로그 음성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전송했다. 음성통화 일변도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가능해졌다. 1990년대 초반 태동했으며 기술로 보면 유럽식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과 미국식인 CDMA 두 가지가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1993년 CDMA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된다.

3G는 기존의 CDMA와 GSM에서 진화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술에는 WCDMA와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등이 있다. 이들은 2G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다. WCDMA는 하향 기준으로 2Mbps, 3.5G로 불리는 HSDPA는 14.4Mbps로 WCDMA보다 7배까지 빠르다.

이후 4G 시대가 열렸다. LTE는 2009년 12월14일 유럽 통신사 텔리아소네라가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퀄컴과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LTE 진영으로 합류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

4G와 5G의 차이

우리는 현재 4G에서 5G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 지난해 3GPP의 NSA 표준 제정에 이어 올해 6월 정식 표준 제정이 예정돼 있다. NSA가 LTE-A 기술에 5G 기술 일부를 연결한 연결고리라면 올해 6월 표준은 향후 5G의 행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핵심이다.

4G와 5G의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4G는 최대 전송속도가 1Gbps인 반면, 5G는 20Gbps가 가능하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5G가 20배 빠른 셈이다. 속도가 빠르니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에도 차이가 난다. 4G는 10Mbps의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를 기록하는 반면 5G는 최대 1000Mbps가 가능하다. 처리지연속도는 4G가 10ms(밀리 세컨드, 1000분의 1초)인 반면 5G는 1ms에 불과하며 최대기기 연결수는 4G가 10만대인 반면, 5G는 이론상으로는 100만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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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8 기간 스페인을 점령한 5G의 실체가 속도에만 집중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긍정론과 회의론이 나왔다.

긍정론은 4G와 비교해 5G의 압도적인 속도, 그 자체에 답이 있다는 논리였다. 5G 네트워크를 통해 실감형 미디어와 자율주행차, 로봇 등 ICT 초연결 생태계 전반에 폭발적인 성장이 촉발된다는 주장이었다. 5G의 최대기기 연결대수가 10만대에 이르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초연결 플랫폼 구축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에서 4G와 비교해 5G가 속도‘만’ 빠르다고 해도,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월 12일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지능형 스마트 디바이스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5G의 가능성이 독보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5G 상용화를 위해 일정을 확정한 후 이를 맞추기 위해 풀어가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 시장을 열지 않으면 5G 시대 추종자로 끝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5G를 두고 “1G, 2G, 3, 4G의 연장선에 5G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해 눈길을 끌었다. 5G가 4G와 비교해 속도의 차이에 대한 차별성을 두지만, 그 압도적인 속도가 ICT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유 장관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지능형 디바이스 지원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네트워크의 5G가 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5G를 담아내고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디바이스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5G의 등장과 인공지능 등 초연결 생태계의 만남이 ‘찰떡궁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4G 시절 빠른 속도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ICT 생태계 기술이 부족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유럽 장비제조업체 글리터스는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5G의 속도와 최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ICT 기술의 발전이 동시에 대두된 것은 인류의 축복”이라면서 “4G와 비교해 압도적인 속력을 보여주는 5G야말로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한 상태에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ICT 미래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5G의 등장은 통신사들의 탈 네트워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LG유플러스의 프렌즈 플러스 등이 속속 등장하는 한편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IPTV 등을 연계한 ICT 플랫폼 사업에 나서는 이유다. 모두 5G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회의론도 있다. 5G가 화두로 부상했지만 속도 외 킬러 콘텐츠가 없는 데다 망 구축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본격 상용화는 향후 10년 이상이 걸리며 스마트팩토리도 최소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가 2019년 5G 상용화, 미국 등 글로벌 업체들이 2020년 5G 상용화를 내걸었지만 네트워크를 현실에 반영해 풀어나갈 동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