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서울시 송파구 잠실에서 신경정신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근덕(68) 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중 50~60대가 가장 많다”면서 “이들이 겪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재취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만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근덕 정신과 전문의.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실제로 이 원장의 병원은 환자 중 50~60대가 35%로 가장 많고 70세 이상 30%, 30~40대가 20%, 10~20대 15%다. 이 원장은 “50대 이상에서는 아직도 ‘신경정신과’ 하면 좋지 않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50~60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우울증, 다른 질병과 헷갈리기 쉬워 정확한 진단과 치료 필요

평균 수명이 늘어나 ‘백 세까지 산다’는 백세시대에 들어선 요즘, 50세는 인생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는 기점이 되는 나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지만 갑자기 퇴직, 구조조정을 마주한 50대는 건강이상 등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게 흔들려 극심한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50대에 들어선 이들은 의욕저하, 무기력, 식욕저하 등 우울증이 생겨도 ‘갱년기인가’라고 지레짐작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우울증은 갱년기, 알츠하이머, 치매, 갑상선질환, 관절염, 뇌졸중, 암, 심장질환 그리고 다른 만성 질환들과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

흔히 처방되는 약들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증상도 우울증과 유사하다. 항경련제(Anticonvulsant Medications),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s), 중추신경 억제제(Barbiturates) 등 많은 약들의 부작용이 증상이 그렇다.

그러나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두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점점 작아지면서 자기 존재의 무가치함을 느끼고 무기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는 급변하는데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자격지심을 느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예민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우울증 증상은 재취업을 통한 새로운 사회 적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 5060 우울증 극복 TIP. 출처= 대한내과학회지

이근덕 원장은 “사회적 위치 변화에 따른 50~60대의 정신건강 이상이 다른 세대들에게는 ‘퉁명스러운 사람’, ‘친절하지 않은 사람’, ‘함께 일하기 불편하고 꺼려지는 사람’으로 느껴진다”면서 “속된 말로 ‘꼰대’라 부르며 50~60대의 보편적인 성향으로 치부하고 그들을 기피한다”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치료할 것을 권했다.

이 원장은 “보통 신경정신과 방문을 기피하는 사람 중에 운동이나 취미생활, 사회 활동 등의 보조수단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증상이 심각한 환자는 어떠한 의욕이 없기 때문에 보조수단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없다”면서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가장 효과적이고 이후 증상이 완화됐을 때 운동과 같은 보조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재취업은 기능보다 마음가짐이 먼저다

기업의 관점에서 정년퇴직 연령 전후의 외부인에게 좋은 일자리를 선뜻 내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통상 퇴직 이후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 직업 연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새로운 기능 습득에 초점을 맞추는 게 보통이다.

이에 대해 이근덕 원장은 “기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회적 위치와 환경에 적응하는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과감히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아 50~60대 재취업을 하는 사람들의 실패율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나이가 많으니 대접을 받아야 한다’, ‘내 생각만 맞다’는 고집, ‘자격지심’ 등은 버리고, ‘솔선수범’, ‘나와 다른 생각 이해하기’, ‘다른 사람의 충고 귀담아 듣기’ 등 새로운 태도로 다시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위축됨은 50~60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출발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