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GM의 구조조정과 자금 지원에 대한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대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지분율 76.96%)에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고  주주와 채권자, 노동조합의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등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대주주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GM을 강하게 압박했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여금 3조원 중 상당액을 출자 전환하고 향후 감자까지 해야 2대 주주인 산업은행(17.02%)도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됐다. GM이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기획재정부 1차관과 산업부 1차관이 배리 엥글 GM본사 지역총괄 사장과 면담을 갖고 한국 GM정상화방안을 논의햇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 회장도 21일 엥글 사장을 면담했다.

산업부는 GM측과의 면담은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과 재무실사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으며 GM측은 한국정부와의 협의 과정에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특히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정부는 GM측에  한국GM의 경영정상화 지원여부 검토를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공식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정부가 제시한 3대 원칙은 ①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②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③장기적으로 생존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다.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은 최대주주인 GM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3조원 중 상당액(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뒤 향후 차등 감자를 수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게 맞다면 GM은 한국GM에 상당 규모의 신규 자금을 자본금으로 투입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원칙도 GM 책임론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 회생이 아니라 중장기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최소 연간 30만 대 이상을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글로벌 신차 2종을 한국GM에 배정하고 앞으로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과 생산에도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주와 채권자, 노조의 고통 분담’은 한국 정부와 산은이 채권자인 GM이 성의를 보이면 산은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원론 수준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GM이 한국 정부에 요구한 한국GM 지원 내역은 3조원 안팎 증자에 참여(산은 5000억원),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 재개, 세금 감면과 부평공장 담보 제공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측은 이날 정부가 제시한 3대 원칙에 대해 '합리적(reasonable)'이라고 평가하고, 이른 시일 안에 공식 채널을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실사 관련와 관련해 정부와 GM측은 한국GM의 경영상황 판단을 위한 산은과 GM간 재무실사 실시에 원칙으로 합의했다.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PWC)을 실사 담당기관으로 선정했으며, 현재 GM측과 실사진행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중이다.

GM측은 실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하고, 실사가 최대한 빨리 개시돼  조기 완료되기를 희망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정부와 산은은 앞으로 실사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3대 원칙하에 GM측과 정부 지원 여부를 포함해 한국GM의 정상화 방안에 대해 신속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협상 전문가인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는 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삼일회계법인이 정부 지명으로 한국GM 실사 착수했다"고 전하면서 "별 새롭게 부실이나 위법 탈법 행위 밝혀 내는 것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못 하는 데 일개 회계법인으로선 애당초 무리"라며 부정으로 평가했다. 박 대표는 "그들이 한낱 한국 회계법인에게, 감추어 온 더러운 속살을 보여 달라고 보여줄까요"라고 묻고 "오만가지 이유를 들어 안 보여주고, 뭉개고, 조작하고, 비협조의 별 짓을 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대표는 "한국정부가 뭐가 무섭고, 한낱 장난감 같은 로컬 회계법인 하나 농락 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묻고 "GM은 겉으로는 공정하게, 성실히 실사에 임하는 척 할 것이며  속으로는 자기들의 게임처럼 재밌는 협상시나리오 대로 농간을 부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공무원이나 국내 금융사, 은행원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의 협상이 아니란 것을 인정하고  실전협상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