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오는 20일 우리나라는 스위스와 100억프랑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한 서명식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만기를 연장하고, 11월에는 캐나다와도 통화스와프를 새롭게 체결하며 통화스와프 체계를 늘려가고 있다. 통화스와프란 무엇이고 체결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통화스와프란 문자 그대로 통화(Currency)를 교환(스와프∙Swap)한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국가의 통화를 미리 정해둔 환율로 일정한 시점에 교환하기로 하는 외환 거래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할 때를 대비한 ‘외화 안전판’으로 불린다. 주로 만기가 있고 일정 한도가 있어서 해당 기간동안 한도 내에서 자국 통화와 외화를 미리 정한 환율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다.

스위스 통화스와프를 예로 들어보면, 한국과 스위스는 필요 시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만큼의 외화를 차용할 수 있다. 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 만기는 3년, 한도는 100억프랑(약 11조2000억원)이므로 2020년까지 한도 내에서 스위스 프랑이나 같은 값의 미국 달러를 빌려다 쓸 수 있다.

▲ 17일 현재 우리나라가 체결한통화스와프 규모는 1222억달러 규모다. 출처=한국은행

통화스와프를 맺는 이유는 외화 부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외화 확보를 위해 크게 두 가지 수단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우리 곳간에 직접 외화를 쌓아두는 외환보유액이고 다른 하나가 위기 시 외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인 통화스와프다. 외환보유액이 돈을 직접 쌓는 ‘적금’이라면 통화스와프는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마이너스통장’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957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 뿐 아니라 통화스와프도 차차 안전망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과의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만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고, 11월에는 캐나다와 사전 한도와 만기가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특히 캐나다와 오는 20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앞두고 있는 스위스는 세계 6개 기축통화국 중 하나다. 이들은 미국, 유럽, 영국, 일본 등 4개국과 무기한∙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어 이중 2개국과 협정을 맺은 우리나라도 이들 네트워크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 6개 기축통화국은 2013년 10월 무기한·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운영 중이다. 출처=한국은행

그 외에도 말레이시아(47억달러), 호주(77억달러),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아랍에미리트(54억달러) 등 4개국과 784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고,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의 다자간 통화스와프로 최대 384억달러까지 인출이 가능하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외화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는 대외무역비중이 높고 외국인 투자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외화 관리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외화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환율 급락 등 변수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석유나 원자재 등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은 주로 외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외화 확보는 경제 안정에 필수적이다.

특히 20여년 전 외화가 부족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외화를 빌려와야 했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러한 위기 의식은 더 높아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가간 통화스와프 시스템이 없어 IMF에서 외화를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 2008년에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사전에 체결한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한편 통화스와프는 경제 안정과 더불어 국가 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축통화국 등대외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할수록 우리나라의 금융 신용에도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통화스와프를 맺은 캐나다와 스위스의 경우 세계 3개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의 트리플 A 국가 신용등급을 받고 있어, 이들 국가와 계약을 맺은 우리나라도 수혜를 입게 됐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9일 스위스 통화스와프 체결을 알리며 “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되며 선진국이 한국 경제와 금융의 안정성을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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