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교통체증은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아침 등교, 출근시간에 가장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귀성길 행렬로 인해 고속도로가 곳곳이 마비되며, 명절 첫날 교통체증이 가장 심하다. 그렇다면 고속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차는 막히는 걸까.

교통체증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교통사고, 도로 공사, 그리고 병목현상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차가 막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유령 체증(Phantom jam)’이라고 한다. 이런 체증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영국 엑서터·브리스톨대, 헝가리 부다페스트대 공동 연구팀은 2007년 영국 최고 권위의 왕립학술원(Royal Society) 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운전자들의 ‘반응 시간 지체(Reaction-time delay)’를 ‘유령 체증’의 원인으로 꼽았다.

▲ 반응시간 지체현상. 자료=위키커먼스

내용은 이렇다. 운전자들은 앞차가 운전 중 갑자기 옆 차선으로 옮긴 것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는데, 이때 약 1초 정도의 '반응시간 지체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뒤이어 오던 차들도 연속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그 시간이 쌓이면 정체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지체 현상은 명절 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과학적인 이유다.

연구를 주도한 가보 오로즈 박사는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얼마나 세게 밟느냐가 중요하다. 뒤늦게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정체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도로 1㎞ 구간에 34대까지는 정체가 생기지 않으며 이론적으로 차량이 증가해도 똑같은 속도로 달리면 도로가 막히는 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유령 체증’을 벗어날 묘수는 없을까. 유감스럽게도 당장은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캐나다 앨버타대 모리스 플린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9년 교통체증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물리학 '파동방정식'이 기본이 됐다. 어떤 물체에 충격이 가해지면, 충격이 가해진 지점부터 파동이 연속적으로 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파동현상이 교통체증에서 앞 차량의 움직임이 잇따라 뒤 차량에 영향을 주는 점과 닮아있다는 설명이다.

모리스 플린 교수팀은 “교통체증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운전자들이 차로 변경을 자제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차선을 바꾸는 이유는 뭔가. 옆 차로가 더 빠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도널드 레델마이어 교수팀과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팁시라니 교수팀은 이를 착각이라고 단정했다. ‘인지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추월당할 때 걸리는 시간이 추월할 때 걸리는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자신의 차로가 막힌다고 본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는 교통체증에 관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통상 도로 ㎞당 차가 20대 이상이 되면, 자기 차선보다 옆 차선이 덜 막힌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두 차선의 평균 속력이 같더라도 심리적인 이유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다. 도로가 주차장이 된 상황에서도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는 차들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차들 때문에 정체는 더욱 심해진다.

안전하고 빠른 귀성길을 위한 방법은 뭔가. 먼저 급가속과 추월은 가급적 피하고 1차선은 추월차량을 위해 비워둬야 한다. 차종별 고속도로 주행 차로를 인지해야 한다. 고속도로의 차선은 편도 4차로를 기준으로 1차로는 추월도로, 2차로는 중소형 자동차의 주행차로, 3차로는 대형 승합차 또는 1.5톤 이하의 화물차 주행도로, 4차로는 1.5톤을 초과하는 화물차 및 특수자동차·건설기계 등의 주행도로로 지정되어 있다.

안전을 위해 도로 내 제한속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제한속도를 지키는 것은 교통체증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교통체증 원인 중 ‘무빙 보틀넥 현상’도 있다. 무빙 보틀넥 현상은 도로 위에 있는 한 차량이 다른 차량보다 저속 주행하여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