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엘비스(Elvis)는 막 새 일자리를 얻었다. 비록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루한 일이지만. 라스베이거스 르네상스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칫솔이나 여분의 타월을 요구하면 그런 물건을 그들 방에까지 직접 가져다주는 일이다.

3피트 키에 별 장식이 달려 있는 엘비스는 로봇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인간 종업원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등장은 조만간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신호라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1월 초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국제 전자 전시회(CES)가 열렸다. 수많은 자율주행차량과 청소 로봇, 기타 인공지능(AI)으로 작동하는 각종 시스템들이 총출동해 도시의 미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런 전시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조차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은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레드랜즈 대학교(University of Redlands)의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내에 이 도시의 일자리의 65%가 자동화될 수 있다.

대부분의 라스베이거스 근로자들은 출납원, 사무원, 청소 직원과 같은 저임금 서비스 직책을 맡고 있다. 그들은 주로 식당, 호텔, 사무실 등에서 일한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대개 자동화되기 쉬운 반복 작업들이다.

예를 들어, 라스베이거스에는 약 3만9000명의 소매점 영업원이 있다. 레드랜즈 대학교의 조사에 따르면 이 중 3만6000개의 일자리는 2035년까지 기술적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 계산원, 요리사, 게임 딜러 같은 일들은 거의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실제로 자동화될 것인지는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고객이 그런 전환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자리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레드랜즈 대학교의 연구를 이끈 조아네스 뫼니우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인력의 공급이 많아지겠지요. 그중 일부는 교육을 통해 새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교육시킬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조기 퇴직해야 하겠지요.”

뫼니우스 교수는 또 자동화로 인해 백인보다는 흑인과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여성들이 자동화로 인해 대체될 수 있는 유형의 일자리에서 많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일자리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교육이다. 레드랜즈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박사 학위를 소지한 사람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확률이 13%에 불과하지만, 고등학교 학력의 노동자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확률은 74%나 된다.

▲ 출처= Savioke

전(前) 라스베이거스 조리사 조합장이자 현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 미국과 캐나다의 호텔, 식당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조합장인 D. 테일러는 “우리는 러다이트족(Luddites, 신기술을 이해하고 적응하려 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집단. 19세기 초 영국 산업혁명 과정에서 벌어진 노동자들의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에서 유래됐다)이 아닙니다. 기술 발전은 중단되지 않을 테니까요.”

기계파괴운동을 벌이는 대신 테일러는 근로자들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경우, 새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교육과, 건강 및 은퇴 수당 지급을 근로 계약에 포함시키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산업 혁명입니다. 공공 정책은 아직 이에 관해 충분히 고려를 하지 못하고 있지요.”

재교육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도시와 기업들은 지금 재교육에 투자해야 하며, 나이가 많은 직원처럼 쉽게 직업 전환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다른 많은 도시들보다 로봇 혁명에 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뫼니우스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그 여파가 도시에 직접 미칠 것이다.

자동화는 이미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지만 고용 지수에는 아직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 맥도널드 같은 식품 체인에는 자동 주문 매장이 생기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나이트스코프 (Knightscope)라는 회사는 경비원을 대신하는 로봇을 만든다(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엘비스의 제조사인 사비오케(Savioke)는 전국에 호텔에 릴레이(Relay) 로봇을 공급한다. 아마존도 최근 계산원이 없는 식료품 가게를 열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람들이 자동차가 스스로를 운전할 수 있다고 상상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비슷한 문제와 씨름해 왔다. 슬롯머신이 동전만 받던 시절에는, 돈을 동전으로 바꿔 주기 위해 카지노 바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직원들이 있었다. 포커 기계에서부터 ATM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단순한 기술이 지난 수년 동안 많은 게임 일자리를 대체했다.

다른 지역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상황이 어렵게 될지라도, 이 도시는 휴가를 즐길 여력이 있는 외지인들을 위한 관광지로서 계속 자리매김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여전히 라스베이거스일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를 다른 지역과 구분 짓는 특징은 여전히 ​​변치 않을 것입니다. 다만 서비스 부문에서 직접 얼굴을 맞댈 사람은 줄어들겠지요. 그래도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