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대한민국 최다 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 지난해 10월 문을 연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는 자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8일 기준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통화는 모두 123개다. 10개 내외의 코인거래만을 제공하는 타 거래소보다 다양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다. 특히 타 거래소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통화) 투자 수요가 늘어나며 업비트는 개장과 동시에 국내 1위 거래소로 올라서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업비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23종의 가상통화 거래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업비트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업비트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통화 123개 중 원화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코인은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업비트에서 모든 가상통화에 코인지갑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인지갑은 해당 가상통화를 보관할 수 있는 지갑으로 각각의 가상통화 별로 코인지갑이 별도로 존재한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지갑에, 리플은 리플 지갑에 저장할 수 있는 식이다.

투자자는 코인지갑을 이용해 다른 거래소로 가상통화를 옮기거나 가상통화 거래를 한 뒤 원화로 출금할 수 있다. 만약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통화를 거래했을 경우 출금을 하려면 코인지갑이 있는 가상통화를 거쳐야 원화 출금이 가능하다. 일종의 환전을 거치는 셈이다. 외환시장을 예로 들면 달러 지갑은 없고 유로 지갑만 있는 경우 달러를 원화로 바로 출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달러를 유로로 환전하고 환전한 유로를 원화로 출금하는 방식이다.

코인지갑 있는 가상통화 30종 뿐…에이다∙스텔라 등 거래량 많은 코인도 ‘無지갑 거래’

이날 기준 업비트가 제공하는 코인지갑은 30종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거래량이 많은 코인과 더불어 스토리지, 엣지리스, 메탈, 어거, 디직스다오, 머큐리 등 이름조차 생소한 알트코인들도 대량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93종의 가상통화는 여전히 코인지갑없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에이다(ADA), 스텔라루멘(XLM), 네오(NEO), 스팀(STEEM) 등 업비트 거래량 기준 상위권에 랭크된 가상통화도 지갑없이 이용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많은 가상통화의 경우 코인지갑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이날 기준 업비트에서 일 거래대금이 100억원이 넘는 가상통화 18종 중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통화는 뉴이코노미무브먼트(XEM), 스팀달러(SBD), 리스크(LSK), 코모도(KMD) 등을 포함한 8종으로 45% 가량을 차지했다.

▲ 일 거래대금이 100억원이 넘는 가상통화 18종 중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통화는 8종이었다. 출처=업비트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통화의 경우 지갑이 있는 코인으로 환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이중으로 붙는다. 현재 업비트는 원화로 구매할 때 0.139%(이벤트 수수료 기준 0.05%),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때 0.2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통화를 원화로 출금하려면 최대 0.389%(이벤트 수수료 기준 0.30%)의 수수료가 붙는 셈이다.

가령 코인지갑이 없는 에이다를 업비트에서 사려면 먼저 원화로 비트코인을 산 뒤 비트코인으로 에이다를 사야 한다. 출금도 마찬가지로 에이다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비트코인을 원화로 출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이중으로 붙기 때문에 “거래소가 수수료 장사에 나서기 위해 코인지갑 준비를 미루고 있다”는 목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업비트의 수수료 수익은 일평균 수십억원, 연간 1조원 수준으로,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8일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과 수수료율을 바탕으로 업비트의 일평균 수수료 수익이 96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거래소의 하루 평균 수수료 수익이 수십억원대라는 것이 놀라울 수 있으나 이는 해당 거래소에서 파악하고 있는 숫자들만을 이용한 계산"이라며 "어떠한 임의적 가정도 들어있지 않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코인지갑 없는 가상통화, 실체 없는 ‘장부상 거래’ 의혹도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업비트의 ‘無지갑’ 거래가 결국 실체 없이 이뤄지는 ‘장부상 거래’라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해당 코인을 지갑으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코인이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장부상 거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가상통화 출금이 몰렸을 때 이를 거래소가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출금에 대비해 일정 비율의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지급준비율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거래소 역시 미래를 대비해 일정 규모의 가상통화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만약 실체 없이 장부 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졌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8일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직접 조사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거래소 해킹과 전산사고 등이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거래소 문제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거래소 등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실제로 가상통화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상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코인지갑이 있는 30종의 경우 '입출금'으로 표시되지만 나머지 93종은 '입출금 준비중'으로 표시된다. 출처=업비트

코인지갑이 없는 경우 해당 코인의 거래는 그 거래소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스텔라루멘(XLM)의 경우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고팍스 두 개의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지만 업비트가 스텔라루멘의 코인지갑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스텔라루멘을 고팍스로 옮길 수 없다.

코인 거래가 한 거래소에만 국한될 경우 이른바 ‘작전세력’이 시세를 조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업비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23종의 가상통화 거래를 제공하고 있고 거래량 역시 국내 1위, 세계 5위권에 드는 대형 거래소이기 때문에 특정 세력이 시세 조작에 나서기 좋은 환경을 지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거래소 개시 초기에는 트래픽이 몰리면서 코인지갑 확보가 다소 지연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현재는 그런 부분이 해결됐으니 (지갑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