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릴 때 몸이 약해서 어유정(魚油錠, Fish Oil Capsule)을 늘 섭취했다. 의사인 필자의 가친이 어유(魚油)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아서였을 것이다. 지금은 오메가(Omega)3가 풍부한 어유정의 건강효과를 비롯해 각종 건강 의학 관련 정보와 방송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룬다. 무슨 약초를 먹고 암이 치료되었다, 당뇨가 사라졌다, 남자는 힘이 불쑥 난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한다 등 끝이 없다.

얼마 전까지 건강상식에 의하면 동물성인 계란 노른자와 붉은 고기, 버터 등은 기피 식품이었다. 붉은 고기와 버터에 포함된 포화지방산(Saturated Fat)과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계란은 건강의 적(敵)으로 간주되었다.

2006년 미국 뉴욕 시에서 식물성 지방인 트랜스지방을 식당에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식물성 버터라고 불리던 마가린의 주성분이 트랜스지방이었다(최근에는 트랜스지방이 포함되지 않은 마가린이 생산된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트랜스지방 금지 후 뉴욕에서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6% 줄었다고 한다.

1999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진행한 11만7000명의 식생활에 대한 14년간의 추적 연구에 의하면 계란이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4년 3월 미국의 내과학회지에 포화지방산이 심장질환 위험부담을 늘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60만명이 포함된 72개 연구를 메타 분석해 얻은 결과다. 버터와 붉은 고기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심장학회는 하루에 13g 정도를,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20g 정도의 포화지방산을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소고기 등심으로 치면 150~200g 정도다.

대부분의 건강의학 관련 상식은 과학이라기보다는 그럴 듯한 추측이다. 포화지방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콜레스테롤은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포화지방은 심장질환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포화지방은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높이고 나쁜 LDL을 무해(無害)한 LDL로 변환시키기 때문에, 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을 높이지만 심장질환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소금과 건강 관계도 흥미롭다. 너무 많은 소금, 너무 적은 소금 섭취 모두 심장 건강에 나쁘다고 한다. 저체중이 과체중보다 건강에 나쁘고 나이가 들면 과체중이 더 건강하다고 한다. 이렇듯 각종 건강 관련 주장이 만연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건강에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역학(疫學)연구에 근거한다(역학연구는 중요한 통계학적 방법의 하나다). 계란과 포화지방의 누명을 벗기는 데 역학이 한몫했다. 트랜스지방의 해(害)도 역학 연구가 증명했다. 그러나 역학연구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고 임상시험에 의해 결과가 뒤집히기도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면서 각종 폐경기 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체 호르몬을 복용한다. 호르몬 대체요법에 관한 역학연구는 방법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 결과가 교차했다. 미국 정부는 혼란스러운 호르몬 대체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규명하기 위해 1993년 건강한 폐경기 여성 1만6608명을 대상으로 위약대조군 대체 호르몬 임상시험을 했다.

임상시험에 의하면 호르몬 대체요법이 해롭다는 결론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유사한 임상시험들도 호르몬 대체요법이 해롭다는 결과를 보였다. 대체 호르몬이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대체할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각종 야채 과일 등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아스파라거스에는 루테인(Lutein), 마늘에는 알리신(Allicin), 호두에는 셀레늄(Selenium), 바나나에는 브로멜라인(Bromelain), 당근에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 등이 풍부하다.

이를 비롯해 다양한 영양소들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섭취한다. 그러나 야채 과일 등 식물에서 추출되거나 제조된 영양소가 자연 상태의 영양소와 많은 경우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임상시험으로 증명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영양소는 항산화 효과로 각광받는 베타카로틴이다. 폐암을 예방한다는 역학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1985년 핀란드에서 베타카로틴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50~69세의 2만9133명의 핀란드 남성 흡연자가 참가한 임상시험에서 놀랍게도 베타카로틴 그룹에서 폐암 발생률이 더 높았고 사망률도 높았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도 시행한 1만8314명의 폐암고위험군 임상시험에서도 베타카로틴 군에서 폐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높았다.

필자가 섭취하던 어유정 제조과정에서 산화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청정 선진국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36개의 어유정 가운데 30(83%)개가 과다하게 산화되었으며 22(69%)개는 유익성분이 함량 미달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심장질환 고위험군 7만8000여명이 참여한 10개의 어유정 임상시험 메타 분석에 의하면 어유정은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다. 필자의 가친이 지금 생존해 있다면 필자에게 어유정을 주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