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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기업인에게 재도전은 다시 태어나는 것”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장영성 기자 runforres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2.07  15: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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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사단법인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유희숙은 2015년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협회는 2011년 재창업에 성공한 기업인들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2013년 정식 출범했다. 협회는 사업을 운영하다 실패했던 기업인들의 재도전(재창업)을 돕는다. 정부 정책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유 회장도 재도전협회 일원인 만큼, 재도전에 성공한 사람이다. 본래 영화 제작자였던 그는 영화를 제작해 개봉할 때마다 대박을 쳤다. <블랙잭>, <노랑머리>, <파란 대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유명작품을 제작했다. 영화는 저예산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고, 전문가의 호평 일색이었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파란 대문>은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그녀는 영화 산업에서 큰 무리 없이 승승장구해왔다. 영화 산업도 성장가도에 오르면서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02년 개봉한 <하얀 방>이 참패했다.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간 개봉하는 족족 화제가 됐고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제작자가 되니 부담감이 컸다. 유 회장은 영화 규모를 키웠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전액 투자를 받아 진행했다. 예산 규모가 수십억에 이르다 보니 관리에 허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산은 부족했고 세금 문제도 불거졌다. 특히 영화 완성도에 욕심이 생겨 유 회장의 사비를 털어 보충 촬영을 감행한 것은 큰 타격이 됐다. 결국 영화는 실패하고 2억2000만원의 세금이란 빚만 남았다. 유 회장의 화려한 30대는 그렇게 끝났다.

이후 그는 사는 게 지옥이었다. 실패 후 맞은 세금 폭탄 때문이다. 세금은 비면책 채권으로 개인 회생이나 파산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부가세 3억원 중 2억2000만원을 냈으나 매입과 매출을 맞추지 못해 8000만원을 내지 못했고, 신용불량에 등재됐다. 가산세까지 붙으면서 빚은 2억2000만원까지 불어났다. 빚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어디에서도 해결책을 찾을 순 없었다. 결국 회사는 세금 체납 문제로 폐업했다. 영화사 폐업으로 유 회장은 회사 관리, 경영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유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사업을 준비하고 뛰었다. 재창업하기까지 부족한 경영 철학을 갖추고 비즈니스 감각을 쌓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다. 이후 유 회장은 중국 한류 쇼핑몰 ‘스타 스토리몰’을 차렸다. 유 회장은 콘텐츠를 유통으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는 당시 새로운 콘셉트와 개념으로의 접근이었다. 상품 확보 부담도 있고 이익이 크지 않았지만, 사업을 구현했다는 자체가 유 회장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

유 회장은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잡힐 때까지 기다렸다. 오프라인 매장 오픈은 그다음이었다. 사업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연간 매출액은 5억원가량 됐다.

재기에 성공한 유 회장은 실패를 경험한 중소기업인들의 멘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멘토 역할을 자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유 회장은 김만도 1대 재도전협회 뒤를 이어 도전에 나서는 기업인들을 돕고 있다.

   
▲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실패는 사회적 자산… 공감대 형성돼야

회장직에 오른 유 회장은 특별한 문제에 직면했다. 재도전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다. 국내 벤처 창업기업들은 대부분 융자에 의존하다 보니 ‘한 번 실패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연대보증이 대표적이다. 국내 정책금융기관은 지난해 8월부터 창업 7년 이내 기업엔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 등 민간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연대보증이 존재한다.

유 회장은 “원활한 재창업 환경을 강조하기에 앞서 폐업할 때 리스크를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안전망 정책을 함께 마련해야 창업에 재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초기 창업에 실패하고 재도전을 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도전 기업들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창업 자금을 지원받기 힘들다. 그만큼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 회장은 “재도전 기업가들은 신용면에서 더 불리하기 때문에 정책금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지원자금이 아니면 금융권 연계 상품 등을 활성화해서 재도전 기업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보증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인에게 보증이란 성공을 향한 대로를 달리기 위해 있는 자동차와 같다. 재도전 기업인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지난해 10월 재도전기업인의 채권을 소각한다고 말했으나, 보증에 대한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 재도전 기업인들이 보증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나,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유 회장은 “정부 정책의 여러 문제점이 해결됐으나 보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전히 수박 겉핥기식”이라면서 “수출보험공사의 경우 수출을 장려하면서도 재도전 기업이 어렵사리 수출 계약을 따도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창업 콘트롤 타워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보의 보증 99% 이상은 중소기업 보증임에 불구하고 주무 부처가 금융위원회다. 그러다 보니 재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중기부 업무상 이해 상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재도전 자금 상한년도는 미래부에선 3년을 지정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

유 회장은 “재도전 정책은 중기부에서 관장하고 있으나, 타 부처는 정체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없고 관심도 적다”면서 “중소기업들은 데스밸리를 5~7년으로 보는데 어떻게 3년 안에 돈을 갚으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신규 창업기업 10개 중 8개가 폐업하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재도전 기업들은 창업 성공률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원자금은 신규 창업기업 자금의 5분의 1도 채 안 된다”라고 질타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재도전 지원기업 성과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정부의 재도전 사업 지원을 받은 965개 기업의 2년 생존율은 83.9%로 조사됐다. 창업기업의 2년 생존율이 47.5%인 것과 비교하면 재도전 수혜 기업이 36.4%포인트나 높다. 그러나 폐업 시 재창업에 나서는 기업인은 7.2%에 불과했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재도전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최근 만난 모 기업인 대표는 중진공의 창업지원금이 모자라 창투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정부에서도 재도전 기업인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안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고 부실채권 정리, 민간투자와 연계한 재도전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재도전 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부족하다.

유 회장은 “근본적으로 실패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실패도 사회적 자산이라는 것을 정부 당국이 일깨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유 회장은 인터뷰 내내 정책들의 현실적인 보안에 대해 강조했다. 양적인 면에선 활성화됐으나 질적으로 아직 미흡하다는 주장들이다. 유 회장뿐만 아니라 재도전 기업인들도 시각이 비슷하다. 지난해 IBK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실패기업인의 재창업 지원제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도전 업체들은 환경 만족도에 대해 57.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자금조달 곤란(58.9%), 신용불량으로 인한 금융거래 불가능(23.2%)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지원제도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들은 현재 재창업 지원 제도의 문제점으로 ‘재창업 지원 제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부재(30.5%)’,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제도 부족(24.5%)’, ‘효과적인 재창업 지원 프로세스 미비(19.9%)’ 순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회장은 “창업의 핵심은 재도전에 있다”면서 “창업국가 조성을 위해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창업정책을 재도전 지원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재도전 업무를 총괄하는 ‘재도전 콘트롤타워’를 수립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재창업 자금 조달체계를 강화하고 민간기관 지원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신용회복을 비롯해 교육, 상담, 컨설팅 등의 지원도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앞으로도 정부정책의 현실적 대안을 보완하고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에 나가는 방향에 초점을 둘 방침이다. 물론 유 회장의 도전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 회장은 2019년 개봉을 전제로 새로운 영화를 제작 중이다.

유 회장은 “기업인에게 재도전은 ‘다시 태어나는 것(Re-born)’과 같다”면서 “누구나 삶은 도전이다. 많은 이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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