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부동산 시장 활황을 등에 업고 주택관련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세대별로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금융권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하는 실수요 목적의 금융부채가 크게 늘어난 반면 노년층은 금융부채보다는 전월세 보증금을 통해 집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았다. 

60대이상 총부채액의 60%가 전월세 보증금 부채였다. '전월세 보증금 부채'는 개인간 거래인만큼 부동산가격 변동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세대별 가계부채의 특징 및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가격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상승했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완화와 주택경기 개선으로 주택관련 대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관련 대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택 실수요를 위해 금융권 등에서 대출받는 ‘주택 실수요 금융부채’와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인 ‘주택 투자용 금융부채’가 있다. 이외 개인간 거래인 전월세 등 보증금을 임차인이 주택구입에 이용하는 ‘임대보증금 부채’ 등 세 가지다.

임대보증금 부채의 경우 일반적인 가계부채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지만 세입자가 방을 뺀다면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부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한국은행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말 기준 전월세 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1911조원 수준이다.

금융권 대출 통해 청년층은 ‘실수요’ 중장년층은 ‘투자용’ 많아…노년층은 보증금 통해 주택 구매

주택 관련 대출은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청년층의 경우 금융권에서 주택 실수요 목적으로 받는 대출 비중이 가장 많았다. 주택 실수요를 위한 금융부채 비중이 가장 많은 세대는 30대 청년층(114조1000억원)으로 청년층 가계부채의 60.1%를 차지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주택 실수요 목적으로 대출받는 비중은 점점 낮아져 40대(182조5000억원∙47.2%), 50대(140조4000억원∙34.4%), 60대이상(72조9000억원∙23.1%) 순으로 낮아졌다.

60대이상 노년층은 세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증금을 추가 주택 구매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현구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노년층의 경우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고 상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금융권 대출보다는 전월세 보증금 부채를 활용해 주택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증금 부채는 실수요 부채와는 반대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졌다. 연령이 낮을수록 자가 보유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입자로부터 거둬들이는 보증금 부채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대보증금 부채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는 60대이상 노년층(189조4000억원)으로 노년층 가계부채의 60.0%를 차지했고, 50대(174조6000억원∙42.8%), 40대(140조7000억원∙36.4%), 30대(46조8000억원∙24.6%) 순이었다.

40∙50대 중장년층은 투자 목적의 부채가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의 5분위 이상 고소득층은 금융부채를, 40대의 4분위 이상 고소득층은 보증금 부채를 중심으로 투자목적 부채가 늘어났다. 실수요 목적의 부채는 40대, 50대 모두 3분위 이상 중상위 소득층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건전성, 청년층∙노년층 특히 취약해

가계부채 건전성 역시 연령별로 취약세대가 다르게 나타났다. 한은이 가계의 부채∙자산 등을 10분위로 나눈 뒤 색의 농도로 표현한 ‘열지도’로 분석한 결과 전 연령 평균으로는 대체로 안정적인 패턴을 그렸지만 청년층과 노년층은 부채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은 전 연령 평균에 비해 45도선 부근의 집중도가 낮아 부채와 금융자산 간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적은 분위에서는 금융자산 분위가 넓게 퍼져있는 반면 금융자산 중간분위에서는 가계부채가 많은 분위에 가계 집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박범기 한은 조사국 조사역은 “이는 청년층이 금융자산을 축적한 후 가계부채를 통해 주택마련에 나서는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층의 경우 가계의 상당 부분이 금융자산은 적고 가계부채는 많은 왼쪽 아래 지역에 넓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1,2분위 노년층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전체 노년층 부채의 37%로 전 연령대 평균(2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중장년층의 경우 45도선을 중심으로 분포가 집중됐다. 부채가 많을수록 금융자산도 많은 가구가 많다는 것으로 금융자산과 가계부채 간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성 과장은 “세대별 가계부채 건전성은 청년층 및 노년층이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면서 “특히 노년층의 경우 소득에 비해 부채가 많고 금융자산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당국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노년층의 부채 확대 및 실물자산 의존도 심화라는 리스크 확대에 유의하면서 정책을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