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24일 임지훈 대표 체제를 끝내고 여민수 광고사업총괄부사장과 조수용 공동체브랜드센터장을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O2O와 플랫폼 전략, 온디맨드 생태계 행보를 거듭하던 임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나는 한편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다는 설명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여민수, 조수용 사장 투톱 체제가 완성된다.

▲ 왼쪽부터 여민수, 조수용 대표 내정자. 출처=카카오

문책성 경질?

임 대표가 퇴진을 두고 업계에서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 대표의 퇴진이 ‘경질성’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카카오의 사령탑으로 활동하며 제대로 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실제로 취임 초기 임 대표를 보좌하는 집단지도체제인 CXO팀이 운영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김범수 의장이 임 대표를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30대라는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40대, 50대가 대부분인 부사장들과 화학적 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간 벤처 캐치털 업계에 몸 담았던 임 대표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렸으나, 비대해진 카카오 생태계를 총괄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퇴진을 택했다는 말도 나온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부터 2015년부터 포도트리 분사, 카카오페이 분사, 카카오모빌리티 분사 등 사업구조 전반을 바꾸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나 비대해진 카카오 플랫폼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패스 모바일을 이끌던 송지호 부사장이 국내로 들어와 카카오 계열사의 유기적인 화합을 추구하는 업무에 투입된 것도, 역으로 임 대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한 때 송지호 부사장은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임 대표의 소통 능력이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제로 임 대표는 취임 초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자연스럽게 ‘대외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임 대표는 지난해 이코노믹리뷰와의 만남에서 “카카오 대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아 결심을 굳혔지만, 초기 회사 상황이 참 어려웠다”면서 “도약을 위해 조직 내부에 집중하려던 생각이었지, 의도적으로 소통을 피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임 대표 한계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가 30대의 젊은 나이에 카카오의 수장이라는 큰 중책을 맡았고, 취임 초기부터 CXO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 대표의 역량이 계열사 분리와 인수합병 등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비대해진 카카오 생태계를 총괄할 능력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끈질기게 임 대표를 흔들었던 ‘근거없는 루머’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거론하는 CXO팀은 2016년 3월 해체됐으며 계열사 분리, 인수합병, 심지어 O2O 정책에 따른 골목상권 논란 등에 있어 임 대표는 큰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책임경영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 대표는 “조직의 수장이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면서 “큰 그림을 그리면서 방향성에 대한 것만 대표인 내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임 대표에 대한 믿음은 올해 초 부여된 스톡옵션 행사조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가가 150%는 되어야 스톱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핵심 임직원 책임경영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한 대목으로 읽힌다. 최근 카카오의 행보도 고무적이다. 성공적인 계열사 분리에 이어 지난해 3분기 매출 5154억원, 영업이익 473억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4분기에는 범 카카오 계열사로 여겨지는 두나무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연결실적이 반영되어 최고 실적을 또 한번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리더십이 달라져야”

카카오의 실적이 최고성적을 누리는 한편, 5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분리된 계열사의 전망도 밝다. 임 대표가 문책성 경질을 당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대표 교체는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투톱 대표 체제에 단서가 있다.

일반적으로 최세훈, 이석우 전 대표 시절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던 시기를 카카오 1기로 본다면 2기는 임 대표 체제로 구분한다. 여민수, 조수용 부사장 체제는 3기로 분류할 수 있다. 1기가 다음과 카카오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임 대표의 2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방향성을 잡고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는 순간이다. 다음과 카카오라는 다른 조직의 결합을 위해 최세훈, 이석우 전 대표가 투톱으로 뛰었다면 임 대표의 2기는 어느정도 정리된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지금의 3기는 임 대표가 일부 서비스의 종료, 인수합병, 계열사 분리 등을 통해 카카오의 생태계를 키웠기 때문에 다시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최세훈, 이석우 전 대표 시기와 비슷해진 셈이다. 계열사의 유기적 결합을 추구하는 송지호 부사장의 도움으로 두 신임 대표 내정자의 다음 행보는 카카오 생태계의 ‘내적 연결’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이를 두고 “시기에 따라 리더십이 변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3기와 1기가 다른 점은 3기의 투톱이 각각 광고와 브랜드 전문가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융합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광고라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고, 카카오 플랫폼의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해 브랜드 전문가를 전면에 세웠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2기 카카오가 높은 실적을 거두며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기 때문에, 3기의 목표는 화학적 결합에 ‘실질적인 성과’라는 미션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여민수, 조수용 부사장은 NHN 시절부터 김 의장과 인연을 맺은 동지적 관계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두 사람 모두 2016년 합류해 카카오에 몸 담았던 시기는 짧지만, 김 의장의 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한편 여민수 대표 내정자는 “기술과 서비스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수 많은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며 편리하고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며 조수용 대표 내정자는 “대한민국의 모바일 시대를 개척해온 카카오의 서비스와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로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