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은 23일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Pod)의 출시일이 2월 9일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newsfactor.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애플이 23일(현지시간)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Pod)의 출시일이 2월 9일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 비서를 처음으로 유행시켰던 애플이 가정에서의 가상 비서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홈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 대해 던지고 싶은 질문은 너무 늦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이 출시된 것이 2016년이니 벌써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애플은 당초 이 스마트 스피커를 쇼핑 절정 기간인 연말 휴가 시즌 전인 지난 해 12월에 선 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쇼핑과 선물을 주고 받는 시기가 지난 2018년 초로 연기된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를 사려는 사람 중에 애플의 신제품을 살 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이미 지난 19일부터 사전 부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홈팟과 기존의 에코·구글홈을 비교했다.

가격

애플은 홈팟의 가격을 350달러로 책정했다.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고급 제품으로 보기를 바라는 것 같다.

구글 홈의 가장 싼 버전인 130달러짜리와 비교되기 보다는 가장 비싼 버전인 400달러짜리 구글 홈맥스(Google Home Max)와 비교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아마존이 기존의 오디오 장치에 스크린을 추가한 최고급 버전 에코 플러스(Echo Plus)의 150달러 보다도 훨씬 비싸다. 아마존의 주력 상품인 에코는 100달러 수준이다.

결국, 애플은 소비자들이 홈팟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제품보다 훨씬 더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이것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기기로서는 쉬운 판매 전략은 아니다.

과거 같으면 애플이 프리미엄 가격으로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마트 스피커를 사기 위해 수백 달러를 쓰라고 소비자에게 요구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테스트 하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스피커

애플은 홈팟이 다른 제품과 구분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오디오 품질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홈팟이 단순히 시리(Siri, 애플이 개발한 음성 인식 인공지능)가 살고 있는 상자가 아니라 고품질의 스피커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강조하려고 한다. 홈팟이 다양한 음악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구글도 홈맥스를 출시할 때 오디오의 품질을 강조했지만, 경쟁사가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홈팟은 홈맥스와 마찬가지로, 음파가 방의 구조를 파악해 그에 따라 음향 재생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벽 근처의 테이블 위에 놓으면, 방 가운데에 놓는 것과는 다르게 음향을 재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홈팟의 최대 수혜자는 애플 뮤직(Apple Music) 가입자인 음악 애호가들일 것이다. 애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홈팟은 애플 뮤직이 보유하고 있는 4500만 곡 카탈로그에서 선곡하라는 명령을 수행 할 수 있다. 홈팟은 또 “이봐 시리, 다른 곡을 보내줄 순 없어?” 같은 대화식 질문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에 홈팟은 중요한 오디오 기능, 즉 홈팟끼리 서로 연결하는 기능 없이 출시됐다. 구글과 아마존의 스피커가 이미 할 수 있는 기능인데도. 애플은 올해 말까지는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구글과 아마존은 스피커의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소노스(Sonos)와 같은 전용 스피커 회사와 제휴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 애플은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경쟁을 거쳐야 할 것이다.

▲ 홈팟이 진정으로 고가의 가치 있는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새 플랫폼에 주변 기술과의 관계를 가능한 많이 모아 두어야 할 것이다.       출처= cepro.com

인공 지능

홈팟은 타이머 설정이나 날씨 확인 같은, 시리가 휴대 전화에서 이미 수행하고 있는 작업을 수행 할 수 있다. 스피커에는 애플의 홈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내장되어 있어서 전등, 온도 조절기, 그 외 이미 아이폰으로 작동할 수 있는 모든 장치와 호환된다. 또 음악과 비디오 겸용 스피커로서 애플 TV와도 연동된다.

홈팟은 또 스피커폰이나 페이스타임(FaceTime,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들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영상 통화)의 오디오 채팅을 사용하여, 스마트폰 통화의 스피커폰 기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홈팟 지능의 상당 부분은 시리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시리의 기능은 이미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의 알렉사에 비해 대화 기능이나 다재 다능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큰 의문은, 애플이 홈팟을 애플 기기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것들과 얼마나 잘 작동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다른 회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스피커에서 쓸 수 있는 기술들, 예컨대 간단한 퀴즈 게임을 하거나, 피자를 주문하거나, 고양이처럼 짖거나 하는 등의 유용하고도 재미있는 기술들을 개발하도록 적극 장려해 왔다.

애플은 홈팟이 에버노트(Evernote, 메모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나 왓츠앱(WhatsApp,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턴트 메신저) 같은 몇 가지 인기있는 서비스와 함께 연동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은 또 앱 스토어(App Store) 덕분에 앱 개발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홈팟이 진정으로 고가의 가치 있는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새 플랫폼에 그런 관계를 가능한 많이 모아 두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그것을 인공지능 비서의 생태계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