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원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가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감산에 글로벌 수요, 달러 약세를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있는 전망이다. 그러나 공급증가가 수요증가를 앞지르면서 6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3일(미국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BBL커모디티스 설립자인 조너선 골드버그(Jonathan Goldberg)는 최근 스위스 다보에서 한 인터뷰에서 OPEC 주도 감산에 힘입어 원유 재고가 급감하고 있다는 이유로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BBL커모디티스는 운용자산 6억달러 규모로 원유에 집중투자하는 몇 안 되는 헤지펀드다. 골드버그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상품회사 글렌코어에서 원유 트레이딩을 시작해 2013년 뉴욕에 본사를 둔 BBL커모디티스를 설립했다. 골드버그는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칼리드 알 팔리 석유장관과 은밀히 만나 유가를 논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헤지펀드 운용자이면서 트레이더다.

골드버그는 재고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68.50달러 수준에서 배럴당 약 80달러로 오를 것이라면서 현물가격이 선물가격을 웃도는 역조(백워데이션) 현상에 따라 선물가격 프리미엄(가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브렌트유가 WTI보다 5달러 이상 비싸기 때문에 브렌트유 80달러는 WTI 가격이 74달러 선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선임 분석가는 "저유가가 강한 수요와 성장을 낳고 이제는 수요가 선도하고 있다"면서 “WTI가 올해 연평균 배럴당 67달러를 기록하고 OPEC의 감산합의가 지속된다면 연말께에는 배럴당 8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WTI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는 2014년과 2015년 공급과잉에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억제 기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2016년 말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단행함에 따라 유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그 결과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65달러,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7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플린을 비롯한 분석가들이 유가 상승세를 점치는 것은 공급감소와 수요증가가 겹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연평균 원유수요가 2016년에 비해 1.6%증가한 9780만배럴이라고 밝혔다. IEA는 원유수요는 계속 증가해 2019년에는 991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원유 공급은 계속 줄고 있다. OPEC는 아후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올해 말까지 계속한다. 여기에 OPEC 3대 산유국인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채무 불이행 위기 등 산유국 정정불안도 원유 공급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10월 하루 산유량이 195만 5000배럴로 전년 평균보다 41만 8000배럴 줄었다.

골드버그는 “OPEC이 감산합의 규율을 유지하는 게 꼭 필요하다”면서 “올해 미국의 셰일이 반등하는데 OPEC이 감산합의 이행을 주저한다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버그는 석유산업의 자본지출이 지난 몇 년간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유전탐사의 효율이 높아져 돈을 덜 피룡로 했기 때문이라면서 2020년 이후에는 전기차가 원유수요와 유가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날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원유 재고량 감소에 따른 유가 상승에 주목하는 것은 근시안이라고 비판한다. 바클레이스는 시장은 올해와 내년에 가시화할 재고증가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클레이스는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올해 140만배럴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당초 55달러에서 6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나 내년에는 57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수요 증가는  하루 140만배럴이지만 하루 180만배럴의 공급 증가로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