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의료계 블록체인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해 의료기관의 허위청구가 줄어드는 등 장점이 많다. 또 환자 의료정보의 주도권이 관련 기관에서 환자에게 간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의료계 도입에는 기관들의 참여 문제, 병원마다 제각각인 정보의 표준화 등 선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블록체인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케어 블록체인, 환자 편의 높이고 해킹 위험 낮춰

국내에도 헬스케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병원 내 블록체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블록’이라고 하는 소규모 단위에 저장해 블록과 블록끼리 연결(chain)해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로, 누구나 거래내역을 열람할 수 있지만 임의로 수정할 수 없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치과 대학병원으로서는 최초로 경희대학교치과병원이 메디블록과 손잡고 올 3월 설립하는 치과종합검진센터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개인의료정보 플랫폼을 도입한다. 김성훈 경희대치과병원 교정과 교수는 블록체인이 대중에 잘 알려지기 전부터 경희대치대 출신으로 동문인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와 만나 블록체인 도입에 대해 논의한 끝에 메디블록 측에 먼저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김성훈 교수는 “치과병원에서 치과 검진을 새롭게 시도하면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메디블록에 먼저 요청해서 들여오게 됐다”고 말했다.

▲ (윗줄 왼쪽 세 번째)김성훈 교수, (아랫줄 왼쪽 두 번째)고우균 대표.경희대학교치과병원과 메디블록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경희대치과병원 6층 회의실에서 병원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기에 앞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출처=경희대치과병원

블록체인 기술을 들여오면서 가장 먼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환자의 편의성이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환자가 A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B병원에서 또 다른 검진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려고 하면 따로 씨디(CD)에 자료를 구워가거나 프린트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저장소에 환자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특히 블록체인을 통해 저장한 자료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완전한 데이터를 갖고 환자가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병원이 자체적으로 환자 데이터를 내부에서 관리할 때 해킹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 김성훈 교수는 이어 “환자가 데이터를 저장할 때 원본 그대로가 기록되고 한 번 기록된 자료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킹 위험에서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환자 동의, 생태계 조성 등 선결과제 ‘산더미’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까지 모두에게 생소하다는 점이다. 특히 환자의 건강정보를 담은 개인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저장한다는 것에 환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환자들이 이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만약 병원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도 환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블록체인 기술을 쓸 수 없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기관이 적어 블록체인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다. 의사전용 어플리케이션 닥터슬라이드 박태윤 대표는 “블록체인으로 세상에 갑자기 변화가 생기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면서 “아이티 업체 한 두 개가 시장에 뛰어든다고 근본적인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닥터슬라이드는 최근 헬스케어와 연계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에 나선 업체 중 하나다.

박 대표는 병원 데이터끼리 포맷이 다르다는 점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데이터가 헬스케어 블록체인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인데 A병원 데이터와 B병원 데이터끼리 포맷이 달라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블록체인으로 공유가 된다고 해도 데이터를 그대로 보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데이터 포맷을 하나로 합쳐보는 시도가 최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성공하면 이때부터 병원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을 잘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임상의학과정보실은 데이터의 상호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지난해부터 연구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에 OMOP-CDM(Observational Medical Outcomes Partnership, 공동데이터 모델)을 접목해 의료기관별 제각각인 정보를 표준화하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해 블록체인 기술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과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분야 블록체인 활용방안 정책간담회’에서 “먼저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부분에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올해 블록체인 관련 연구개발 지원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뛰어넘을 ‘메디컬 코인’ 나올까

향후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계에도 비트코인과 같은 ‘메디컬 코인’, 즉 의료 가상화폐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컬 코인을 내면 환자가 원하는 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사에게는 수가 대신 지급할 수 있다. 메디블록이 개발한 의료 특화 가상화폐인 메디토큰은 지난해 말 국내 거래소인 코인레일에 상장했다. 이 가상화폐는 비트코인과 다르게 환자의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 메디컬 코인을 확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상화폐를 모든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환자가 이 가상화폐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껴야 도입이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윤 대표는 “미국은 의료 쪽에서는 원격진료도 가능할 만큼 굉장히 개방적이어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도를 많이 한다”면서 “특히 병원 한 번 갈 때 최소 몇 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각기 다른 병원을 다닐 때마다 비싼 검사료를 내는 것이 없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 이에 따라 블록체인 관련 기술 도입에 대한 니즈도 강하지만 한국은 병원에 가도 돈이 얼마 들지 않아 미국과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정보 주도권 병원에서 환자에게 돌려준다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개인정보의 관리 주체가 병원과 같은 기관에서 환자로 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블록체인과 의료 가상화폐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박태윤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부분이 많고 한국도 해외처럼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의료선진화를 이뤄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교수도 “블록체인은 환자가 본인의 의료정보를 본인이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기술로 정보의 주도권이 환자에게로 가는 것”이라면서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의료 가상화폐를 받고 필요한 곳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