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금융투자상품의 가격 차트를 볼 때 시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해당 상품 가격의 등락률이다. 어제 혹은 몇 시간 전 가격과 비교해 지금의 가격이 얼만큼 오르고 내렸는지에 따라 투자자들은 매수∙매도를 결정한다. 주식∙외환 등 기존 금융투자상품은 물론 최근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통화(가상화폐)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가상통화 시장은 주식∙외환시장과 달리 장이 열리지 않는다. 개장과 폐장이 없으니 자연히 시가와 종가도 없다. 통상 종가를 기준으로 등락률을 결정하는 주식, 환율과 달리 가상통화는 종가를 기준으로 등락률을 표기할 수가 없다. 가상통화 시장의 등락률은 어떻게 결정될까.

가상통화 거래에서 등락률은 24시간 전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내 거래소는 물론 바이낸스(Binance), 오케이엑스(OKEx), 비트파이넥스(BitFinex) 등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도 등락률은 24시간 전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일종의 글로벌 표준이다. 거래소마다 거래량과 24시간 전 체결 가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떤 거래소에서는 10% 넘게 가격이 떨어지는 동안 다른 거래소에서는 한 자릿수만 떨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와 코인원은 가격변동률을 표기할 때 '전일'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출처=각 사

24시간 전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이를 표기하는 방식에서 거래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가격 차트를 보면 전일가, 전일대비 등 ‘전일’이라는 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전일이란 문자 그대로 24시간 전을 의미한다. 가령 23일 오후 3시 30분 현재의 등락률은 24시간 전인 22일 오후 3시 30분을 기준으로 표기되는 셈이다.

종가가 있는 주식시장의 경우 같은 ‘전일대비’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때의 전일은 전일 종가가 기준이 된다. 외환시장 역시 역외 시장을 제외한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하는 오후 3시 30분을 종가로 상정해 등락률을 결정한다. 

국내 4대 거래소를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업비트와 코인원은 ‘전일’이라는 표기를, 빗썸과 코빗은 전일이라는 표기 대신 ‘24시간’이라는 표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의 경우 24시간 외에도 12시간, 1시간, 30분, 종가 등 보다 세분화된 기준으로 변동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의 종가는 전통적인 의미의 종가와는 차이가 있다. 빗썸 관계자는 “차트에 표기되는 종가의 경우 전날 0시가 되기 직전 23시 59분 59초에 체결된 가장 마지막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과 코빗의 경우 '전일' 대신 '24시간'이라는 표기로 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출처=각 사  

같은 ‘전일’ 표기를 쓰는 업비트와 코인원의 경우도 숨은 의미는 다르다. 두 거래소의 거래표준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인원은 한국 표준시(KST)를 기준으로 24시간 전을 전일로 상정하는 반면 업비트는 협정세계시(UTC)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KST보다 9시간이 느리다. 업비트 관계자는 “국제 시세와 비교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데이터 기준 시간을 UTC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마다 등락률을 표시하는 표기법과 기준 시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차트를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가상통화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20%, 30% 가격이 급락했다는 소식에 섣불리 매도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투자하고 있는 거래소의 변동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