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지난달 1100원 밑으로 빠르게 내려앉은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060원대 하단이 단단하게 지켜지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소폭 상승(원화가치하락)하며 마감했다. 

원화강세가 주춤거리는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 경기 상승으로 올해 1분기 중 달러강세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3월부터 달러 약세가 점차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미국 물가가 목표 수준만큼 오르지 않아 지금과 같은 달러 약세,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달러 약세가 꺾이면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국제유가 상승, 수입물가 상승,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미국 물가는 목표 수준으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3월께 미국 근원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근접할 가능성이 높고,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3월부터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달러환율은 1030원을 저점으로 3월부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원∙달러환율이 빠르게 하락한 원인으로는 3분기의 북핵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진 연구원은 “3분기에 달러가 빠르게 약세로 전환되는 와중에도 원화 약세 때문에 환율이 내려가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북핵 문제가 안정되면서 이전까지 반영하지 못했던 원화 강세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급속하게 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인상된 기준금리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미국이 보유자산 감축을 통해 긴축 도약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5%로 인상했다. 금리를 인하한 국가들의 환율이 대체로 약세를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홀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원화가 초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주요국 모두 기준금리를 올리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원화 강세가 꺾여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는 인도를 제외한 모든 아시아 국가를 비롯, 남미의 브라질과 칠레, 동유럽의 헝가리와 폴란드 등 주요 이머징 국가들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나타났다.

진 연구원은 “주요 이머징 국가 대부분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들 사이에 환율 차별화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원화만의 초강세 현상은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무역흑자폭이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위안화 약세 방어 의지를 표명한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입장을 바꾸면서 위안화 강세가 제한된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진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07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067.0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65원과 1070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지난 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달러 약세 움직임에 따라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이날 소폭 상승해 1070원대로 거래를 마쳤다.

오는 23일 일본 중앙은행(BOJ)와 25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있는만큼 원·달러를 둘러싼 변수에 따라 향후 환율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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