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셀트리온 홈페이지 캡쳐.

[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이 하락세다. 창사 이래 최대실적에도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한 장에 맥을 못추고 있다. 이는 외국계 보고서가 외국인 자금의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도 있지만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보고서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시장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이날 전거래일 대비 7200원(2.5%) 하락한 28만60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000원(4.84%) 내린 11만8000원에 셀트리온제약은 5400원(5.94%) 떨어진 8만55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의 약세는 최근 외국계 증권사가 낸 부정적인 보고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하며 주가가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19일에는 독일 도이치방크가 셀트리온의 목표가를 현재 주가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한 8만72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외국인 자금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계 증권사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셀트리온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였다.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19일에도 셀트리온은 전거래일 1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대표주인 셀트리온의 하락세에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제약·바이오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 등락이 다른 코스닥 바이오주의 투자 심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역시 하락세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90포인트(0.78%) 내린 873.09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부터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면서 셀트리온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해 1년간 105.86% 상승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지적하는 것은 이부분이다. 셀트리온의 실적 대비 주가상승률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무라 증권은 보고서에서 “최근 셀트리온 주가수익비율(PER)은 내년도 이익 전망치 기준보다 64배나 된다”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연간 35%가량 성장하고 있으나 한국의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밸류에이션에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셀트리온이 연구개발(R&D) 상당 부분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어 수익성에 착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이치방크는 “제약회사의 R&D 비용은 연구비와 개발비로 나눠 회계처리를 하는데,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수천억원이 비용(연구비)이 될 수도, 자산(개발비)이 될 수도 있다”며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R&D 비용을 빼면 셀트리온의 실제 영업이익률은 57%가 아닌 3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부터 제약·바이오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있음에도 투자자가 참고할만한 보고서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희소성이 높은 외국계 보고서의 시장 영향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와이즈리포트 등에 따르면 올들어 증권가에 작성된 셀트리온 3사 관련 보고서는 단 2건에 불과하다. 또 매수의견으로 도배된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보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더 먹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주는 실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측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또 매도의견을 내놓으면 기업으로부터 압박이 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 전화폭탄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거품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크고 작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