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United Libert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이슬람 입국 금지조치는) 외국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마약과 범죄를 가져오고, 성폭행범들입니다."
“(샬럿市 흑인 사망 사고는)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연코 그렇습니다."
"미국은 구속력 없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중단합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합니다."

미국 우선주의, 반이민정책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논란을 일으켰던 발언들이다.

국제사회는 들끓었고 미국은 갈라졌다. 계속된 반이민정책과 인종주의 논란 속에 민심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질문했다.

"대통령님,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입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결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속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당초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개인별장인 마라라고에서 '기념 샴페인'을 터뜨리려던 계획도 취소한 가운데 백악관에 머물며 셧다운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고심하는 처지가 됐다.

AP통신은 "타이밍이 안 좋게 됐다. 셧다운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 축제 기분을 망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자 참모들에게 "어쨌든 사람들은 셧다운에 대해 내게 책임을 돌리며 내 탓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오늘은 내 취임 1주년 기념일"이라며 "민주당은 나에게 멋진 선물을 주길 원했다. 바로 '민주당 셧다운'"이라고 반어법을 써가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이날 미국 전역에서 '반(反) 트럼프 집회 성격의 대규모 '여성행진 '(Women's March) 행사가 진행된 데 대해서도 트위터를 통해 "전국적으로 아름다운 날씨에 여성 행진을 위해서는 완벽한 날"이라며 "지금 밖으로 나가 지난 12개월간 일궈낸 이 역사적인 이정표와 전례 없는 경제적 성공, 부의 창출을 축하하라. 여성 실업률도 18년 만에 최저!"라고 썼다.

▲ 시카고의 반트럼프 여성 행진            출처= npr.org

셧다운 19 차례, 대부분 사흘 안 넘겨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상원의회에서 임시 지출 예산안이 부결되면서 미국 연방정부가 20일 자정부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이로써 2013년 1월 이래 4년 3개월 만에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재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셧다운과 함께 취임 1주년을 맞았고, 정치적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셧다운은 여러 행정부에서 반복됐다. 이번이 19번째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엔 21일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엔 17일간 지속됐지만, 사흘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 때인 1990년에도 3일간 셧다운이 있었다.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20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들은 화면 하단에 마치 운동 경기를 중계하듯 '스톱워치'를 표시해 놓고 시시각각 의회의 움직임을 생중계했다. 셧다운은 장기화 여부가 관건이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된다고 연방정부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는 것은 아니다. 국방·교통·보건 등 국가 운영 필수 분야의 업무는 이뤄진다. 그러나 셧다운 기간엔 보수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필수 분야로 분류되지 않는 부처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셧다운이 되면 자동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비필수 요원의 비율은 주택부는 96%, 교육부와·환경보호청은 95%, 상무부 87% 등이다. 사실상 이들 부처는 셧다운과 동시에 업무가 중단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방부도 민간인 직원의 경우 50%가 비필수 요원으로 분류돼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 공무원노조는 이번 셧다운으로 약 85만명의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가(일시 해고)로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백악관 직원 60%도 일시 해고 대상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국 전체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말 물밑 협상 관건

또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여야 모두 셧다운 장기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임시예산안의 기한을 기존 4주에서 3주로 줄이고, 불법 이민자와 관련해 민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타협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오는 22일 오전 1시 임시 예산안 재표결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에 들어간 시점이 주말이라 아직까지 미국인들이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만약 관공서 업무가 재개되는 22일 전에 예산안이 처리되면 실질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오는 30일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셧다운이 지속하는 가운데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1주일 이상 셧다운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1976년 이후 18차례 셧다운 대부분이 사흘을 넘기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셧다운이 지속하면 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감 팽배 등으로 미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역대 최장 셧다운 기간은 21일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말에 일어났다.

지지도 36%, 역대 최저

한편 취임 1주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해서 하락하는 반면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민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8%에 달했다. 그러나 경제가 나아진 것이 트럼프 행정부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38%)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50%)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3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취임 1주년인 20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파티를 열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소식에 파티 참석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23~26일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도 불투명해졌다. 정부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필요한 직원과 시설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