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자신들의 뉴스 서비스의 댓글이 특정세력에게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시되자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뉴스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 의뢰가 아니라 그들이 의심하는 댓글 조작의 실체를 명백히 밝혀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를 통해 '네이버에서 특정 세력이 댓글 조작을 감행하고 있으니 조사를 해야한다'는 청원이 올라옴에 따라 내려진 조치라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조작 이슈는 내부의 일이 아닌 외부의 일이기 때문에 공신력있는 단체를 통해 실체를 확인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네이버 뉴스 댓글 관련 청원. 출처=갈무리

블루일베에서 그린일베로?
한 때 많은 네티즌들은 페이스북을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 빗대어 '블루일베'로 불렸다. 일베의 극단적인 성향과 페이스북의 상징색인 푸른색을 합쳐 만든 명칭이다. 블루일베 논란은 페이스북이 여성혐오 콘텐츠 등이 노출되는 현상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결국 페이스북 코리아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2016년 6월 "IT 기술 등을 활용해 게시물을 검수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의도적인 혐오 콘텐츠 게시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최근 페이스북을 블루일베로 부르는 이들은 눈에 띄게 적어졌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이 수 차례 변하는 한편, 미국에서도 대선 정국을 기점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가짜뉴스를 일소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플랫폼 공공성을 두고 한 때 많은 지적이 나왔지만 페이스북의 노력으로 최근 이와 관련된 논란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불건전 콘텐츠를 걸러내는 한편 3000명의 신규 모니터링 요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인 직원은 모니터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입자가 전 세계적으로 21억명이 달하기 때문에 콘텐츠 검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용자들의 신고를 권장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변신으로 '일베 컨셉'의 빈자리는 네이버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포털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심해지면서 네이버의 상징색인 녹색과 일베를 결합해 '그린일베'라는 단어가 빠르게 웹상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스스로 자초한 감이 있다. 지난해 말 네이버 뉴스 편집 임원이 모 스포츠 재단 홍보팀장의 청탁을 받아 스포츠 콘텐츠 배치를 임의로 조절한 사실이 폭로되며 초유의 조작 파문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한성숙 대표는 지난해 10월20일 "감사 결과 네이버 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 지난해 뉴스 조작 파문 당시 사과문 일부. 출처=갈무리

물의를 일으킨 임원은 정직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에 다른 기업같으면 당연히 해고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발생할 것으로 보였지만, 일단 1년 정직에 그쳤다"면서 "외부에서는 징계수위가 낮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사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네이버 스스로는 강도높은 징계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네이버 홍보팀과 대관팀 핵심인력 몇 명이 위치를 바꾼 것도 조작 파문에 따른 징계성 보직 이동으로 본다"면서 "이 문제를 직원 트레이드로 덮거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네이버가 가진 한계"라고 지적했다.

다만 네이버는 해당 임원이 정직상태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노동법 등을 고려했을 때 회사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지난해 10월31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구글을 겨냥한 글로벌 ICT 역차별 이슈를 꺼내며 증폭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위원들이 네이버의 뉴스 플랫폼 공공성을 지적했으나 이 창업주는 끝까지 글로벌 ICT 역차별 이슈를 제기하며 일종의 국면전환을 꾀했다는 평가다. 결국 구글 코리아는 이 창업주의 국회발언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네이버는 다시 재반박문을 발표하면서 난타전을 벌였다. 글로벌 ICT 역차별 이슈와 플랫폼 공공성 문제를 둘러싼 서로의 '헐뜯기'가 극에 달했다.

최초 네이버의 뉴스 콘텐츠 조작 파문을 폭로했던 야구 전문기자인 박동희 엠스플뉴스 기자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현해 “스포츠 섹션 배치 조작에 이어 자동차 섹션에서도 비슷한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며 네이버 소속의 특정 에디터와 자동차 업체의 유착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 뉴스 조작의 몸통은 한성숙 대표"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네이버는 박 기자의 의혹제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이버가 주도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도움으로 진영을 꾸린 국내 스타트업들의 모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네이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논란이 심해지자 한성숙 대표는지난해 12월5일 열린 한국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최근 외부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기술중심의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소통하고 설득해야겠다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이슈를 거론했으나 네이버 뉴스 플랫폼 공공성을 둘러싼 논란이 심해지며, 그 원인을 소통의 부재에서 찾고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실시간 검색어 추이를 공개하는 등 플랫폼 공공성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력화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똥은 정치권으로 튀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네이버의 편향된 뉴스 배치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과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지난해 12월7일 오전 ‘포털뉴스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네이버 유봉석 미디어 지식정보서포트부문 전무는 발표시간 중 상당부분을 포털 공공성 논란에 할애했다. 유 전무는 “포털로 들어오는 언론사 기사는 하루 평균 1만8515건”이라면서 “신문사들은 주로 아침이나 저녁에 기사를 송출하고, 인터넷 언론사들이 실시간 이슈에 대응하는 등 상대적 특수성을 고려해 뉴스 공정성 논란을 살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포털 공정성 시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일이 대처하지 않고 ‘우리 인프라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성숙 대표 직속 뉴스배열혁신TF, 뉴스 알고리즘 혁신 TF,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TF를 가동해 뉴스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공정성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연관 검색어 삭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연관 검색어 노출 삭제를 단행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과다하게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동성 정유라 마장마술', '고영태 호빠설' 등 일부 민감한 연관 검색어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발표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연관 검색어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냉정한 판단을 통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고,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뉴스 기사배열의 공론화를 위해 포럼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포럼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정당, 사용자 등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었으며, 향후 3~4개월 동안 정기 회의와 공개 토론회 진행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동 기사 배열 방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추후 총 13인이 위촉될 예정이다.  유봉석 전무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춘 각계 외부 전문가들을 네이버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에 모실 수 있게 되었다"며 "포럼에서 전문가분들의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수렴된 의견을 적극 서비스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 출처=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제기 파문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 취임 후 기술기반 플랫폼 강화에 따른 자체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있다. 자칫 불거질 수 있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다양한 O2O 시장에 협력을 전제로 진출하는 이유다.

현재 네이버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에 콘텐츠 협력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야놀자와 여기어때 예약과 결제를 모두 네이버에서 이뤄지게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동산 O2O 업계에서는 다방과 직방 등에 비슷한 제안이 들어간 상태에서 부동산 업체들이 네이버를 포함한 모든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과 날을 세우는 등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에게)제안을 한 상태는 맞다"면서 "다양한 논의를 거듭하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인공지능 클로바의 영토가 넓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는 지난 12월 클로바를 통해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제3자(써드파티)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클로바와의 연결 고리를 제공하는 클로바 익스텐션 키트(Clova Extensions Kit / CEK)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CEK를 활용해 클로바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총 5곳(우아한형제들, 띵스플로우, 미래에셋대우, LG U+, LG전자)이며, 더욱 많은 개발사들이 CEK 도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 클로바 플랫폼의 정석근 리더는 "클로바는 LG 유플러스와의 제휴로 사물인터넷 영역으로 활용범위를 확대한 것에 이어, 배달의 민족과의 연계를 통해 배달 서비스 등 생활영역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이버가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빅데이터 확보, 인공지능 생태계으로의 진화에 필수요소다. 그러나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강력한 생태계를 꾸리는 도중 '플랫폼 공공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다면 '제3자의 신뢰가 전제'가 무너지게 되어 기본적인 플랫폼 성립도 어렵게 된다. 최근 불거진 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의혹이 민감한 사안이며, 네이버가 즉각적으로 경찰 수사를 의뢰한 이유다.

네이버 댓글은 어떻게 관리되는 것일까. 네이버는 지난해 6월23일 뉴스란에 달리는 댓글 통계를 삭제 주체별로 공개하고, ‘댓글접기요청’과 ‘공감비율순 정렬’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모든 삭제 댓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네이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유통이 금지된 음란 등 불법정보에 해당하는 댓글이 확인될 경우 무조건 삭제하고 있으며, 작성자 본인이 직접 지우는 댓글도 평균 17%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개편을 통해 운영자가 삭제한 댓글에 대해서도 삭제한 댓글 수와 삭제시간까지 자세하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조작 이슈가 제기되는 지점이 댓글이라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네이버 플랫폼 공공성 논란은 모두 메인 콘텐츠, 즉 어떤 방식으로든 네이버가 관여할 수 밖에 없는 현안이다. 네이버가 인공지능과 수작업을 통해 편집과 노출을 결정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댓글은 다르다. 네이버의 의지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극단적인 표현의 댓글 삭제만 제외하고 네티즌의 참여에 따라 기계적으로 노출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다.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조작이 발견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만약 주요 보도에 특정 댓글이 조직적으로 유입되거나 정해진 패턴이 적나라하게 발견됐는데 네이버가 이를 묵인했다면 메가톤급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물론 '묵인 여부'에 따라 논란의 방향성은 180도 달라지지만 불씨만 댕겨지면 파괴적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뉴스 페이지 내부에서 특정 댓글이 달린 뉴스면이 의도적으로 1면에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연의 일치냐', '보이지 않는 손'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나오는 중이다.

댓글이 가진 민감성도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소위 댓글부대를 운영하면서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현실로 확인되는 가운데 많은 국민들은 댓글 조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지난해 12월7일 “아직도 댓글부대가 운용되고 있다”면서  “포털에 '옵션 열기'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라”고 폭로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김 총수에 따르면 옵션 열기는 댓글부대가 활동할 때 사용하는 특정 프로그램의 결과로 추정된다. 그런데 댓글부대가 실제 활동을 하며 자동 프로그램 흔적인 ‘옵션 열기’라는 문구를 지우지 않고 반복으로 사용했고, 이것이 고스란히 검색결과로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댓글 조작 실체가 일부 확인되었고, 네이버의 입지는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 옵션 열기 증거. 출처=갈무리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법무법인 주원 변호사)은 "네이버는 뉴스 노출과 댓글 관리 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네이버는 자체적인 자율규제로 자정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 플랫폼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나 입법기관이 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정기능을 상실한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대한 권한은 물론 댓글 기능까지 아우르는 대부분의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