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의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모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대어급부터 스타트업 기업까지 코스닥 진입을 새롭게 계획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떠나는 자리에 ‘새 피’가 수혈되면서 최근 코스닥 시장의 긍정적인 분위기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IPO 공모금액은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와 지누스, JTC 등이 상장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지누스 등 공모규모 1조원 넘길듯

코스닥 상장예정 기업 중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은 카카오게임즈다. 올해 코스닥 상장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9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국내 서비스를 정식 오픈한 온라인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카카오버전이 동시 접속자수 10만명을 넘는 등 큰 인기를 얻으면서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시현했으며 현재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트리스업체 지누스와 일본 JTC의 상장에도 시장의 기대가 높다. 지누스는 미국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부문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기업으로 예상 시총은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JTC는 일본의 면세점 운영업체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2012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SBI액시즈(현 SBI핀테크솔루션즈)에 이어 약 5년 만에 한국 증시에 진출하는 일본 기업이 된다. 예상 시총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상장요건 대폭완화..."벤처기업 상장 늘어난다"

올해는 벤처기업들의 상장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이익미실현 특례상장(테슬라 요건) 상장사인 카페 24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테슬라 요건은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기술력이나 사업 아이디어 등 미래 성장성만 담보되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카페24의 흥행여부에 따라 향후 IPO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자료=유진투자증권

또 정부는 지난 11일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장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설립 후 3년 이상 경과’와 ‘계속사업이익이 있고’,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스타트업, 초기 시설투자 및 R&D 투자가 많아 자본잠식이 발생하는 창업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이익미실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요건에는 '시가총액 1,000 억원 이상' 또는 ‘자기자본 250 억원 이상’ 단독요건을 신설했다. 거래소는 상장요건이 개편으로 잠재 상장 대상기업의 수가 기존 4454개에서 7246개로 62.7%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이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을 유인하는데 효과적이었다면, 이번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는 다양한 업종의 비상장 기업들을 유인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해 코스닥시장 개설 이후 공모규모 신기록을 세웠다면, 올해는 공모건수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떠난 자리 매울 수 있나

IPO 시장이 달아오를 분위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새롭게 진입하는 종목들이 내달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셀트리온의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시총이 40조에 육박하는 코스닥 대장주로 그동안 셀트리온의 등락에 따라 코스닥 지수도 크게 일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코스닥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쏠림현상’은 약점으로 꼽혀왔다. 900선을 밟으며 승승장구하던 코스닥이 최근 다시 880선까지 후퇴한 이유도 ‘셀트리온 삼총사’로 불리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약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이전으로 코스닥 자금의 일부가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카카오게임즈와 지누스 등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는 만큼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유입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스튜디오드래곤 등 공모규모 측면에서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공모가 이뤄짐에 따라 시장의 자금유입이 높아졌다”며 “정부가 세제혜택과 연기금의 투자 비중 확대를 비롯해 상장요건 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도 기대되고 있어,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중호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이 코스닥150지수에서 이탈하면 해당 비중만큼 다른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이기 때문에 셀트리온 이전은 기존 코스닥150지수 구성종목 입장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신라젠 등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은 수급적 우위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