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보수적이다. 정해진 루트 안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뿐이지 혁신적인 움직임이 결코 자주 있을 수 없다. 필요에 따라서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자주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존재하기 어렵다. 점차 완성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다르지만, 비슷해야 하고 또한 비슷하지만 달라야 한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은 포지션 자체가 참 애매하다. 모두가 엇비슷한 출신과 실력으로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를 고려해보면 각자 생각할 수 있는 한계는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비슷하면서 다른 것을 요구하고, 그게 통해야만 이른바 잘 팔리는 제품, 서비스, 인재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그 다름과 비슷함의 간극은 미묘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늘 헷갈린다.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할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읽어내려 가야 한다. 또는 그 데이터의 진위를 파악해, 그 속에 담긴 주요 메시지를 읽고, 고객의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하고 그들이 원한다고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나 다양한 사례로 나뉜다. 조직 내에서 만든 기획(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없을지, 그래서 고객에게 도달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설령 상급자가 이를 승낙했다고 해도 모두의 인사이트가 고객을 설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우스갯소리로 일주일 전의 기획을 제목만 바꿔서 다시 제출했을 때, ‘바로 이거야’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그냥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준은 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래서 그 기준은 늘 지금 일의 최후 수혜자가 누구인지 생각하고 접근하고 그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곧 그들의 입장에서 다른 것을 제시하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설득은 그들의 관점에서 해야 하고, 기획의 방향 속의 ‘다름(Different)’은 최종 수혜자로 해금 어려움(Difficult)으로 받아들여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쉽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최고의 솔루션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방향 및 방법으로 일을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고 아티스트처럼 일하는 사람이 이런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고, 연결된 이들이 효과 효율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고려해 일을 하되, 일을 대하는 것에는 열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한 늘 다른 것을 보려고 하고, 스스로가 만든 것을 때로는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계속해서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쫓되, 그 기준이 나 그리고 조직 안에서 찾아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수적인 비즈니스에서 혁신을 꿈꾸기 위해서 꼭 필요한 관점이다.

마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제품 자체를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은 그 기업의 고객으로서 받아들일 만한 전략 방향이지만, 갑자기 식품제조나 IT 기술 등 문어발식 확장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 변화 및 혁신의 방향에도 어느 정도의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그 폭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이면 누구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기에 비즈니스는 보수적 성격을 띠고 진보적인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것이다.

일에 대한 태도도 엇비슷하다. 조직에서 제시한 방향을 우선적으로 따르고, 그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아티스트처럼 생각하고 디자이너처럼 일하면, 본질은 내 멋대로 일하면서 마치 다른 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조직에서 결정한 일의 폭 안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의 방법에 의해 그만의 자유로움을 누려야 한다.

과거의 우리 사회는 분명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였고, 다양성이 가치의 중심이 아니라, 일관성 자체가 더욱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던 사회였다. 그래서 우리는 튀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고, 남과 다른 것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거부감이 더 컸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 세상은 점점 다양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남과 다른 것 그리고 그 다름이 남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 다름이 살짝 변화를 하는 넛지 수준이라면 이 또한 환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각자가 달라야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다르고 또한 비슷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결국 감이고, 실력으로 드러나는 척도이다.

회사에서 늘 듣게 되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뭐 다른 거 없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다른 것을 내밀지 말자. 그들의 말에는 늘 정해진 ‘규격’이 있다. 그 규격을 충분히 준수하면서 나름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내 상사도 고객도 설득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생존을 위한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