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예술이 온라인과 만나 재테크의 대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법까지 가세, 예술작품이 자산 증식의 바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저평가 되어 있는 아트테크(Art+재테크)시장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전통적인 미술품 투자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경매로 구매해 작품의 값이 오르면 다시 되파는 방식이다. 하지만 작품의 기본가격이 높고, 큰 규격의 그림이나 조각 등 작품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의 주거공간을 갖추지 않은 경우 미술품 투자는 쉽지 않았다.

상류층의 비밀스러운 투자 대상이었던 미술작품은 온라인 경매와 P2P 투자기법이 발달하면서 안목 있는 일반인들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오랜 저금리 시대가 맞물리면서 참여 열기가 달아올랐다.

국내 미술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약 3904억원 규모로, 이는 2016년도 대비 11.6% 늘어났다. 거래된 작품 수는 약 2만 8415점에 달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전시를 통한 작품판매 비중은 2014년 65.5%에서 2015년 28.9%로 급락한 반면, 아트페어 판매 비중은 각각 국내 26.0%, 해외 23.6%로 늘어났다.

또한 총 거래 작품 수의 50.6%가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돼 컬렉터들의 편의를 고려한 온라인 경매 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온라인 경매는 직접 경매장에 오지 않아도 되는 시공간적 편리성과 익명성으로 젊은 층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경매는 일반 오프라인 경매보다 매매 기간이 짧다.

온라인으로 아트테크를 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낙찰받은 후 주로 1~2년 정도 소장했다가 구입한 가격에 30~50%를 더해 다시 판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온라인 미술 경매에는 주로 30~40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 젊은 세대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구매할 능력이 안 된다. 대신 작은 사이즈 작품에다 주로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에 초점을 맞춰 구매한다. 시간이 지나 작가의 명성이 높아지면 가격은 덩달아 올라간다.

서울옥션의 관계자는 “미술품의 가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마치 주식처럼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라 함께 움직인다”며 “특히 기계, 재고 물품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되는 것과는 반대로, 미술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올라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술품의 구매에 있어 투자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술품의 성격상 단기간의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을 금물.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라면 단기 차익을 위한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

사진=서울옥션 제공

◆연봉 10%를 아트테크에 투자하며 시장을 배워라

작품은 갤러리나 아트페어 등 1차 시장에서 구매하거나 2차 시장인 경매절차에서 응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아트페어는 몇 개의 화랑들이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대되는 신진작가의 작품이나 남들이 찾지 못한 미술품을 미리 선점하려면 경매시장보다 아트페어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아트테크의 수익률을 표준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 수년 동안 미술에 대한 수익률이 주식보다 높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기준은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연봉의 10% 안팎 또는 500만원 미만으로 투자하라”고 권한다. 아트테크 초기에는 저렴한 작품에 투자를 하면서 시간을 갖고 미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려면 오랫동안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아트테크의 투자 원칙 중 하나다. 신진작가의 작품일수록 기간이 길어야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빛을 발하지 않는 작품도 있다.

미술품 거래 시 양도소득세는 작가의 생존 유무와 작품가격에 따라 다르다. 6000만원 이상의 고가 예술품을 거래할 때에는 시세차익의 20%를 내야 한다. 단 생존 작가의 작품에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 ‘아트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트테크가 점점 대중화되는 상황이지만 미술품의 투자는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심미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미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직접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간접투자 방식 ‘아트펀드’가 도입되기도 했다.

아트펀드는 펀드 운용사가 국내외 작가들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현재 국내에서는 더블류자산운용이 지난해 2월에 서울옥션의 자문을 받아 3년 만기의 제 1호 아트펀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총 운용자금은 353억원이다.

아트펀드를 운용하는 더블류자산운용의 김우기 대표는 “아트펀드의 수익률이 외형상 정체된 듯 보일 때도 있는데, 이것은 미술품을 단기적으로 매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좋은 미술품은 상대방이 높은 금액을 호가해도 응하지 않을 때가 있고 시기적으로 작가와 작품의 호평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아트펀드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듣는 것에서 소유하는 것으로… ‘음원 저작권’ 지분 투자

음원의 저작권을 유동화해 거래하는 투자기법도 눈에 띈다. 2000년대 유명 R&B 여가수 씨야(SeeYa)는 뮤직코인 홈페이지에서 저작권 지분을 팔았다. 이들은 2007년도 발매된 ‘슬픈 발걸음’이라는 곡의 음원 중 일부를 75개의 조각으로 나눠 경매했다. 개당 입찰 시작가는 1만원. 이 저작권 중 일부 조각은 2만원에서 낙찰되기도 했다. 씨야는 과거 연평균 저작권료가 개당 1166원이었다. 낙찰받은 투자자는 이 음원 조각의 저작권료를 원작자 사후 70년간 받게 된다.

‘저작권 재테크’는 원작자가 공개한 저작권료 일부를 지분화한 것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플랫폼 회사를 통해 입찰 형식으로 구매한다.

원작자가 지분화한 저작권료는 플랫폼 회사의 금융전문가들이 개별창작자들의 창작활동과 성향에 따라 효율적인 저작권료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자들과 옵션을 통해 저작권료 수익을 나눈다.

투자자들은 지분화된 저작권을 통해 6개월 동안 입찰 시작가에 대해 연 8%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받는다. 8% 수익률이 나오게 경매하는 음원 조각수가 결정된다. 공동 소유하는 저작권료의 가치는 원작자 사후 70년까지 보장된다.

투자는 저작권 플랫폼 회사에 접속해 입찰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저작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지코인’이 밝힌 대표적인 저작권 경매 사례는 버스커버스커가 2011년 <슈퍼스타 K>에서 부른 ‘서울 사람들’, 다이나믹 듀오의 ‘어머니의 된장국’, 2PM의 ‘I can’t’ 등 11곡이다. 이 중 지난해 12월 입찰에 나온 버스커버스커의 ‘서울 사람들’은 1조각당 1만원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음원저작권료는 시작가 대비 연평균 9%씩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뮤지코인에 공개된 곡은 51곡이다. 뮤지코인 측은 “각 곡의 특성과 실제로 낙찰받은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상이하기 때문에 하나의 수치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경매 시작가를 기준으로 연평균 8~13% 정도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저작권 지분을 낙찰받은 투자자들은 팬들과 거래를 할 수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음원의 가치는 더 상승한다. 음원의 가치가 상승하면 팬들 사이의 교환가치도 커진다. 가수 이선희의 ‘그 중의 그대를 만나’는 1조각당 평균 1만7650원에 낙찰되었으나 현재 팬들 간의 거래는 최소 3만원 선으로 저작권 지분이 거래되고 있다.

대다수 창작자들은 음악을 만드는 데 많은 돈을 지출한다. 주로 음원제작비용, 사업비용, 작업실 확장비용 등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저작권 지분을 통해 창작에 지출되는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또 효율적인 지분 운용 후 새 창작물에 재투자하게 된다. 투자자는 수익과 함께 창작활동에 기여하는 효과가 생긴다.

뮤지코인 관계자는 프로듀서 겸 가수인 라디의 경매 사례를 들며 “그의 대표곡 ‘I’m in love’을 3000개의 저작권 조각으로 경매에 내놔 1만3500원에서 1만원 사이에 낙찰돼 작업실 확장을 위한 자금 3000만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저작권 생태계가 커지고 체계화되면서 무형가치를 활용해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뮤지코인의 김지수 대표는 “문화계 플랫폼이 투자와 동시에 더 나은 음악 생태계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향후 저작권 시장은 투자로 이익과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2P 뮤지컬 투자

P2P 투자는 문화영역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P2P 문화 투자에 가세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와디즈를 통해 공개된 뮤지컬 <캣츠>와 영화 <노무현> 투자상품이 오픈되어 투자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마감됐다. 또한 기관 투자자를 통해서만 진행되던 영화제작 투자도 일반인에게 많이 오픈됐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 장르를 골라 영화에 투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P2P 뮤지컬 투자는 투자자가 P2P 플랫폼 회사에 투자하고 P2P 회사는 이 자금으로 뮤지컬 제작회사에 대출을 하는 구조다. 뮤지컬 제작회사는 이 대출금으로 각 뮤지컬 작품에 투자를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티켓 수익이 P2P투자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간다. 작품성이 좋아 흥행에 성공하면 P2P회사는 이익의 일부를 다시 뮤지컬 회사에 재투자하기도 한다.

뮤지컬 투자의 수익율은 작품의 흥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P2P금융 플랫폼 회사 ‘8퍼센트’가 투자한 ‘더 뮤지컬’은 연 수익률 18%를 목표로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에는 1620명의 투자자가 몰려 출시 상품이 모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투자는 대출자가 투자자의 자금으로 만든 뮤지컬을 관람하고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는 효과도 있다. 8퍼센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티켓 판매처 매출채권을 대출액의 100% 이상 규모로 우선 확보하고, 투자한 뮤지컬 제작사의 재산을 담보로 설정했다”며 “제작사와 제작과정을 정기적으로 감사하고 재무 현황도 보고받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