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비트코인, 이더리움, 블록체인. 봐도 모르겠고 볼수록 머리 아프니 더욱 싫다.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취미활동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취미나 취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자고 일어나면 급등락해 있는 비트코인은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애써 기른 동물과 식물을 바라보자니 뿌듯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그 뿌듯한 마음을 동호회 회원들과 공유했더니 거래가 이뤄지고 시장이 형성됐다.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다 보니 남들이 안 가진 것도 모으게 됐고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것도 갖게 됐다. 희소성이 만들어지니 돈은 자연스럽게 벌렸다.

기발한 사업가가 좋아하는 공연과 음악에 투자한 후 수익을 얻는 회사를 만들었다. 중요한 건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취미와 취향이라면, 같은 공감대를 갖는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 수요는 그래서 생긴다. 수요가 생기고 공급이 이뤄지면서 거래가 시작된다. 돈을 좆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다 보니 돈이 됐다. 이색 투자의 세계다.

◆다육식물 키워 월 500만원 수익 짭짤

조그마한 화분에 짧고 뚱뚱한 잎사귀를 가진 식물 한 그루가 1000만원을 호가한다. ‘방울복랑금’이라는 다육식물의 값어치다. 처음 50만원으로 구매해 약 2년간 기르면 700만~8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종류에 따라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다육식물은 사막이나 높은 산악지대에 수분이 적고 건조한 지역에서 산다. 줄기나 잎, 뿌리에 수분을 저장하는 식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다육식물이 선인장이다.

다육식물은 재배가 쉬워 주부나 퇴직한 가장이 재테크하기에 알맞다. 일정 기간 자라면 잎을 떼 다른 화분에 살짝 심으면 한 달 후 그 잎에서 뿌리가 나온다. 뿌리 내린 후에 성장을 시키기에는 갖은 정성이 들어가 마치 아이 키우듯 애간장이 탈 때가 많다.

물론 까다로운 부분도 있다. 다육식물은 최소 하루 6시간의 햇빛을 봐야 하는 종이 대다수다. 그나마 선인장이 비교적 적은 햇빛으로도 살 수 있다. 선인장과 일부 종을 제외한 다육식물은 신경 써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다.

 

‘우리 집 애’ 다육식물… 월 500만원 수익 가능해

선인장을 제외한 다양한 다육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약 30년 전. 주로 아파트에서 기르기 편리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졌다.

초기에는 실내 장식용으로 기르던 것이 공기 정화능력에 효능이 있고 관상용으로 이목을 끌면서 수요층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제는 ‘반려식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다육식물을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육식물을 ‘우리 집 애’ 혹은 ‘다육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다육식물을 ‘반려식물’이라 부르며 재배하며 정서적 만족감을 얻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금전적 수익은 부수적이다.

경기도 인근에 사는 김 씨는 남편과 함께 앞마당에서 다육식물을 기르고 있다. 김 씨는 방울복랑금을 비롯해 약 200~300종의 다육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다육식물 중에서도 희귀종인 방울복랑금은 키가 클수록 값이 올라간다.

김 씨 부부가 재배하는 다육식물은 현재 총 6000만~700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년 전 2000~3000원에 다육식물을 사들였던 김 씨는 현재 월 500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김 씨와 같이 부업으로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공급자가 되어 주로 인터넷 카페에서 이를 판매한다.

카페명 ‘꽃신’은 회원 수만 1만6000명이 넘는 최대 다육식물 온라인 거래 시장이다. 재배자는 이 카페에서 자신이 기르는 다육식물의 사진을 올리고 구매자에게 가격을 제시한다.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다육식물의 값은 판매 당시의 수요와 선호하는 경향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 카페 꽃신의 박나원 회장은 “처음 50만원에 구입해 약 6개월 정도 기른 뒤 잎을 떼 내어 팔면 그 잎을 파는 시점의 수요나 선호 경향에 따라 50만원도 될 수 있고 100만원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나원 회장은 이어 “일부 사람들은 재테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처음부터 비싼 품종을 사서 더 비싸게 팔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며 “비싼 품종은 그만큼 기르는 시간이 길거나 빨리 죽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안목을 기르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낭패를 본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꽃신’이 알려진 뒤 지난해 열린 2017 서울머니쇼에서 다육식물이 정기예금 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재테크 상품으로 대중에게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다육식물의 수요가 높아져 수출액이 2013년 10만7000달러에서 2014년 145만2000달러, 2015년에는 184만9000달러로 늘어나는 추세다.

다육식물 재배자들은 주로 마니아다. 초기에 취미로 기르다 마니아가 되면 화원으로 사업자 등록을 내고, ‘꽃신’ 등 인터넷 카페에서 다육식물을 판매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수요와 공급의 이탈이 많지 않아 다육식물의 재배는 꾸준히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벌레와 새우’로 하는 펫테크

“우리 집 아이는 용돈을 안 줘도 돼요. 벌레를 키워서 자기가 알아서 용돈을 벌어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말하는 벌레는 다름 아닌 사슴벌레다. 이같이 펫테크(Pet+재테크)는 곤충이나 애완동물을 수단으로 재테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호전적인 사슴벌레는 서로 싸움을 붙이는 재미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수요층이 형성됐다.

만원에 구매해서 먹이, 온도, 습도를 조절해 잘 키워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6만원에서 10만원에 분양한다. 블로그에서 사슴벌레를 분양하는 한 초등학생은 월 30만~4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사슴벌레의 가치가 수십만원을 훌쩍 넘어서기도 한다. 1999년 일본에서 사육된 80㎜ 왕사슴벌레는 경매에서 1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사슴벌레 사육에 관심이 커졌다.

사슴벌레를 전문적으로 양육해 판매하는 ‘숲속의 작은 친구들’ 이용화 대표이사는 “사슴벌레는 양육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정상적인 성충이 된다”며 “마니아 사이에서는 이 정성을 사고 파는 것”이라고 사슴벌레 시장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슴벌레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형성된 가격은 낮게는 7만~8만원에서, 많게는 200만~300만원까지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사슴벌레 외에도 애완동물중 관상어가 펫테크 족의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다. 관상어 시장은 이미 연평균 7~8%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4000억원 규모이고 세계 시장규모는 4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관상어 동호회 회원도 50만명이 넘어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최근 관상어 수조가 공기정화 기능·천연 가습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관상어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관상 어류, 새로운 트렌드 관상 새우

“저도 매일 관리해 많은 새우를 팔아야 하는데 본업이 있으니까 그렇지는 못하죠. 그래도 지금 기르는 것 중 제일 비싼 건 30만원이에요.”

대전 괴정동에서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김남규 씨의 새우사랑은 남다르다. 몇 달 전에 한두 마리씩 기르다 지금은 작은 방 하나를 새우 어항으로 가득 채웠다. 종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관상 새우는 번식을 통해 개체 수를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가 수익을 좌우한다.

관상 새우가 낳는 새끼는 평균 약 20~30마리다. 부업으로 기르는 관상 새우는 어항 상태 때문에 살아남는 개체가 5마리 내외에 불과하다. 1만원에 산 관상 새우를 잘 길러 5마리가 되면 5만원이 되는 구조다.

어항을 잘 관리해 많은 개체수가 살아남으면 수익률이 높아진다. 이들은 번식 주기가 짧을 뿐더러 혈통 교배 등을 통해 희귀하고 아름다운 관상 새우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인기다.

마리당 수십만원씩 하는 새우에서부터 마리당 100만원을 호가하는 새우도 있다.

 

취미로 시작했던 투자자 중 일부는 온종일 어항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전업하기도 한다. 사업으로 전환한 사람들은 월 200만~3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대전 서구 용문동에 위치한 카페 ‘클립’의 내부는 관상 새우 수족관이 즐비하다. 카페 주인은 취미로 기르기 시작한 관상 새우에 푹 빠져 카페 인테리어를 관상 새우 수족관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인근에서는 이색적인 커피숍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원하면 판매하기도 한다.

카페 주인 이성혁 씨는 “관상 새우를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족관의 환경”이라며 “수족관을 너무 높은 곳에 놓지 말아야 하고 수온은 영상 22~24도, 수질은 Ph6이 가장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관상 새우에 대한 펫테크 관심이 높아지자 해양수산부도 관상 새우의 양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펫테크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통신판매법상 6개월간 10회의 통신판매가 지속되고 600만원 이상 거래되는 경우에는 세금부과 대상이다.

세무 관계자는 “애완동물을 집 안에서 키워 분양할 때 세금 부과의 대상은 되지 않지만 반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되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고, 단종을 노려라

“레고에 대한 투자는 금에 대한 투자보다 낮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내용이다.

‘레테크(Lego+재테크)’는 레고를 싸게 사서 이익을 남겨 파는 리셀러(Re-Seller)방식과 레고 본사에서 생산하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사서 단종을 기다렸다가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방식이 있다.

레테크로 주로 활용되는 것은 두 번째 방식이다. 마니아들은 레고에서 생산하는 조립식 구조의 빌딩 제품(모듈러 시리즈)을 구매해 파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제품은 카페 코너, 마켓스트리트(Market street) 등 총 10가지로 구성됐다. 이 중 6가지 제품은 단종됐다. 이 단종된 제품은 출시 당시 약 10만~18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00만원을 넘는 제품들도 있다.

제품 단종은 덴마크 본사가 결정한다. 레고가 단종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출시 당시 인기가 높은 제품이 단종 되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최근 동향은 이미 단종되어야 할 제품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어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단종에 패턴이 없다는 점에서 레테크를 하는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레고 코리아의 관계자는 단종 예상 제품이 계속 출시되는 것과 관련해 “이는 아직도 이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레고는 레테크를 하는 사람들을 고려해 공급을 조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는 앞으로 공급량을 늘려 많은 사람들이 레고를 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와인 재테크, 수입업자 위탁 구매

최고급 와인은 그 자체로 투자의 대상이다. 제품의 희소성 때문에 앞으로 가격은 얼마나 오를지 모른다. 재테크로 활용되는 와인은 프랑스 샤또 브르고뉴 지방이 ‘로마네 꽁띠’라는 제품이다. 이 와인은 한 병씩 판매되지 않고 반드시 12병의 지역 와인과 로마네 꽁띠 1병을 한 상자에 넣어 같이 판매한다.

한 상자의 가격은 질에 따라 달라지지만 약 3000만~4000만원 선이다. 이 중 ‘로마네 꽁띠’의 가격만 절반에 가까운 1500만~2000만원이다.

와인 업계 관계자는 “품질과 브랜드가치를 갖추고 재테크를 할 만한 와인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으며, 매년 3~4월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크뤼 와인 연합회가 주관하는 와인선물거래시장 ‘앙 프리뫼르’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전문가와 수입업자들만 참여하는 이 시장은 선물시장과 같다. 와인바 ‘하프 패스트 텐’의 양윤주 소믈리에는 “시장에서는 전년도 생산된 수백가지의 와인을 다음해 3~4월에 시음한 후 가격을 결정하고 7~8월에 이미 결정된 가격으로 와인을 인도받는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떨어져도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개인이 와인구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개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네고시앙과 영국 머천트 등 와인 판매업자에게 구입이 가능하며, ‘앙 프리뫼르’에 참여하고 싶을 경우 와인 수입업자에게 위탁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