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크릿우먼 대표 김영휴. 출처=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여성의 감성이 미래 자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02년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 동상’ 수상을 시작으로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 여성가족부 장관상까지 총 12개의 상을 휩쓴 주인공이자 세상에 유일무이한 ‘헤어웨어’ 장르를 만든 김영휴(55) ‘씨크릿우먼’ 대표의 말이다. ‘헤어웨어라니. 머리를 입는다는 뜻인가’ 하는 의아한 마음으로 지난 9일 약속 장소인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의 씨크릿우먼 매장에 도착했다. 김 대표를 만나 그의 풍성한 헤어스타일을 보는 순간 헤어웨어의 개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헤어웨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단순히 빈모나 탈모를 가리는 가발이 아닌 여성의 자존감을 높이고 아름다움을 더하는 패션의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길 바랐던 것이다.

 

여성들의 ‘자존감’ 되찾아주고 싶었다

김영휴 대표는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일을 하고 싶었지만 사회의 유리천장에 막혀 제대로 뜻을 펴지 못했다. 결혼 후 12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다. 집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스스로 만족하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울증도 겪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내 삶의 에너지를 찾고, 나와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고 싶어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 38살 때로 17년 전의 일이다. 그는 여성들의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다 헤어웨어를 생각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초라해지는 자기 모습에 여성들이 자존감을 잃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여자들은 아침에 머리만 잘돼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행동과 말투에도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그 자신감은 생활 속에서 다시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가발 유통 시장에 진입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17년이 지난 요즘 ‘헤어웨어’ 업계에서 씨크릿우먼과 김 대표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창업한 다음 해 그는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 동상을 받는 등 각종 상을 거머쥐었다.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매출도 부쩍 늘었다. 최근 5~6년 동안 매출은 7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을 거둔 그는 현재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장 역할도 하는 등 사회적 책무도 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많은 여성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자기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씨크릿우먼 대표 김영휴. 출처=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헤어웨어는 ‘가채’를 현대에 맞게 재현한 두상성형

김 대표는 씨크릿우먼의 제품이 가발로 불리는 것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가발과 헤어웨어의 차이점으로 두상성형을 꼽았다. 대부분 가발은 수영모 모양의 빈모나 탈모를 가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그 안에서 ‘키높이 가발’을 내놓고 수정보완을 거쳐 ‘헤어웨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그가 애써 창의적인 시장을 만들었지만 유통업계는 헤어웨어를 가발로 취급한 탓에 유통 채널을 만드는 데 엄청난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선시대 양반가 귀부인들이 사용한 ‘가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머리에 볼륨이 생기면 몸에 균형이 잡히고 귀티가 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씨크릿우먼의 제품은 단층구조가 아닌 복층구조로 볼륨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와이어가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와이어는 기와집의 대들보처럼 머리털을 들어올려 기품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설명했다.

앞면은 스킨 컬러의 베이스와 나일론천 두 부분으로 돼 있다. 뒷면은 U자형 타원형으로 머리가 심어진 천이 복층구조로 감싸는 형태다. 복층 형태여서 두피의 피지가 제품에 닿지 않아 통기성이 뛰어나다. 또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와이어를 추가해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옷으로 설명하자면 규격화한 사이즈가 있듯이 헤어웨어 패션도 규격화해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콘셉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부분 볼륨 가발은 있지만 전체 볼륨을 주는 가발은 씨크릿우먼이 유일하다”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플랫폼으로서 스마트헤어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성의 감성이 자원이라고 믿는 그의 소신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꽃필지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증표

김 대표는 인터뷰 끝 무렵 명품을 가지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올라가듯이 씨크릿우먼과 함께 하면 인생의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어주겠다며 의욕을 다졌다. 김 대표는 “씨크릿우먼 홈페이지에서 ‘Furtune Story(행운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실제 사용자들이 씨크릿우먼 제품을 이용하면서 자존감을 되찾고 삶의 행복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