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법과 사건] ‘가상화폐와의 전쟁’, 누가 이길까

정부, 입법규제 마련까지 시간벌기...금융실명제 사례와 유사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1.12  09:41:24

공유
ad59

#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사회적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가상화폐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에 따르면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포함해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며, 가상화폐라는 표현조차도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호도하는 면이 많아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역시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에 법적 권한이 없는 만큼 법무부가 결정해 줘야 하는 문제라고 하면서도 법적 근거만 마련된다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혀 강도 높은 가상화폐 제재를 예고했다.

사실 가상화폐와 관련한 정부의 강경 대응은 이미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국세청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빗썸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위한 현장실사를 벌였고, 같은 날 경기 남부지방경찰청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대하여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기관은 향후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사기, 유사수신 등의 혐의도 확대 수사할 뜻임을 밝혀 정부가 주도하는 ‘가상화폐와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상화폐의 법적 성질은 무엇인가?

가상화폐를 둘러싼 법적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는 원화처럼 국내에서 강제통용력을 가지는 화폐가 아니다. 만약 다른 국가들처럼 가상화폐를 이용한 거래를 인정한다면 달러화처럼 국내에서 유통되는 외국 화폐 내지는 어음, 수표와 같은 유가증권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이나, 사인 간의 거래는 물론 소유, 소지까지도 금지하려는 현 정부가 보는 가상화폐란 일종의 ‘불융통물(不融通物)’, 특히 앞으로 법령이 마련될 경우 이를 근거로 거래가 금지되는 ‘금제물(禁制物)’에 해당할 여지가 많다. 박 장관이 가상화폐라는 표현 대신 굳이 가상‘증표’라는 표현을 고집한 것도 따지고 보면 화폐라는 표현이 주는 ‘거래가능성’의 이미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거래가 금지 또는 제한되는 지정문화재나 거래, 소유 및 소지가 금지되는 마약처럼 가상화폐 역시 통용, 유통, 거래가 모두 불가능한 물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법적으로 가능한가?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질서 체제가 인정되는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는 설사 그것이 불법적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 사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거나 재산권을 함부로 제약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거래 상대방을 정해 거래행위를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것은 개인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인 행복추구권, 재산권 행사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 즉 법률이 필요하다(헌법 제37조 제2항 참조). 앞서 살펴본 지정문화재, 마약 등도 모두 거래가 제한되거나 소유 및 소지까지 금지되는 물건이지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문화재보호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의 근거법률이 이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입법 가능성을 언급하고, 금융위원회 역시 입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법률 없이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우리 헌법은 국가긴급권의 일종으로 대통령에 대하여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부여하고 있어(헌법 제76조 참조),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모든 금융거래 시 실명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일명 금융실명제 조치를 한 것처럼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그 즉시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상화폐에 대한 강경 대응은 당장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많은 민감한 사안으로, 문 대통령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수사기관의 도박개장죄 등의 수사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입법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ad68
ad69
ad70
ad71
ad72
SPONSORED
ad61
ad62

헤드라인

ad63

중요기사

default_side_ad1

최근 전문가칼럼

ad66
default_side_ad2
ad36

피플+

1 2 3
set_P1
1 2 3
item4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7
default_setNet2
ad67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