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위기가 발생해 위기관리팀이 소집되었습니다. 각 부서별로 위기관리 경험이 없어, 외부 자문회사에 연락해 자문을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서별로 한두 개 자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거죠. 여러 부서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안합니다. 어떻게 하죠?”

[컨설턴트의 답변]

가끔 그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기업이나 조직이 있습니다. 발생한 위기가 너무 생소하고 위급하다고 느끼다 보니 다양한 외부 자문회사들에게 상당히 많은 SOS를 치는 거죠. 심지어 직간접적으로 해당 기업 위기관리팀에 연결된 외부 자문사들이 십여 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해당 자문사들이 인하우스 위기관리팀의 리더십 하에 일사불란함을 가지고, 각 전문분야별로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각 자문사들이 서로 간 중복되는 업무를 반복하게 됩니다. 위기관리팀에 소속된 각 부서들이 중구난방으로 자문사들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각 부서들이 옆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문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법무팀이 로펌을 고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일부는 로펌을 복수로 고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펌에게 요구하는 위기관리 업무가 단순히 대소송 관련 업무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그 업무 외에도 대언론전략을 짜라고 요구한다든가, 사과문이나 해명문 초안을 짜 달라는 부탁도 합니다. 피해자와의 협상안도 요구합니다. 물론 대부분 로펌들은 이런 업무에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해당 요구들을 수용합니다.

전문사에 대한 이런 비전문적 업무 요청을 한 부서가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서들이 엇갈려 가면서 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회사에게 법적 소송전략이라든가, 향후 검찰 조사 대응 프로세스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도 있을 만큼 두서없는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죠.

인하우스 내부적으로 당황스러움과 혼동이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많고 빨리 여러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자문사들이 대부분 유사한 중복 업무를 하게 됩니다. 동일한 이슈에 대해 로펌도 언론대응안을 만들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사도 언론대응안을 만들게 되는 것이죠.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자문하는 전직 언론인도 언론대응안을 만듭니다. 인하우스 위기관리팀 내부에서 ‘A라는 부서가 언론 대응안을 만들고, B라는 부서가 소송 전략과 대응안을 만들어라, C부서는 피해자 협상안을 만들어라’ 같은 역할과 책임 배분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언론대응안이 만들어지면 얼핏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전문 회사와 비전문 회사들이 각자 언론대응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것들이 취합되면 더욱 더 언론대응 결정은 어려워집니다. 그 대응안을 내부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존재하기 힘든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딱히 그렇게 어려운 노력을 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단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위기관리팀은 빨리 마주 앉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문사를 통해 조력을 얻으려면 그들 또한 같이 마주 앉아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배분해야 합니다. 당연히 자문사들은 위기관리팀 내부에 공히 알려져야 하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내부적으로 관제되어야 합니다. 중복 업무는 없애야 하고, 자문사 전문성에 맞지 않는 업무는 맞는 자문사에게 돌려야 합니다. 자문사간에도 협업 마인드가 생길 수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 위기관리팀은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 갈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