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흥소장님, 오늘 인터뷰 잊지 않으셨죠?”

“흥!”

흥소장을 잘 모르는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카톡 대화에서 그는 ‘흥’을 연발했다. “천천히 오세흥!”, “흥모닝!”, “하겠흥니다!” 흥소장의 정체는 서대웅(43) 기획흥신소장. 평소 ‘흥’을 과도하게 사용해 주변에선 이름을 ‘서대흥’으로 바꾸라고도 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부암동 아트포라이프에서 흥소장을 만났다.

“주변에선 그만 좀 하라고 해요. 어떻게 2년 반 동안 계속 하느냐며. ‘흥’엔 두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꼰대 같은 사람 꺼져, 뻔한 얘기 싫어! 이런 뜻이죠. 둘째는 흥하리, 그러니까 굿럭(Good Luck) 개념이고요.” 흥소장이 생각하는 흥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저자다. 흥신소 시리즈(<컨셉흥신소>, <기획흥신소>)로 이름을 알렸다. 마케팅, 기획, 브랜딩에 대해 남에게 알려주고 함께 ‘액션’하길 즐긴다. 스스로를 ‘객원 브랜더’라 규정하더라. 최근엔 SNS 채널 ‘삼행시(3인칭 행동시점)’에서 얼굴을 알리고 있다. 슬램덩크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슬램덩크 빌런(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이기도 하고.

▲ 사진=노연주 기자

‘마흔, 두 번째 스무살’의 선택

흥소장도 월급쟁이 직장인이었다.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서 오래 일했으며 브랜드 컨설팅 회사와 N으로 시작하는 유명 게임사를 거쳤다. ‘마흔, 두 번째 스무살’이란 일본 광고 카피에 꽂혀 회사에서 뛰쳐나왔다. 당시 흥소장은 39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욕망에 집중해 그걸 충족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시트콤 PD가 오랜 꿈이었는데 시험을 치긴 늦었다 여겼죠. 내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주변에선 책을 써보라 권했죠.”

우여곡절 끝에 2015년 첫째를 출산(?)했다. 흥소장 분신이자 자식인 <컨셉흥신소>의 탄생이다. 책 띠지엔 ‘코믹, 액션, 로망+휴먼 시트콤형 컨셉지침서’라 적혀 있다. 이 내용 그대로다. 돌소장과 나오미라는 가상 2인조가 등장하는 시트콤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흥할 기획, 마케팅, 브랜딩을 저절로 알게 된다. 중간중간 슬램덩크 흔적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책을 쓰고 인생이 달라졌어요.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졌죠. 회사에서 나와 겉으론 센 척을 해도 내면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다시 취업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책이 가져다준 인연이 진짜 많아요. 삼행시를 함께 하고 있는 문종현 MOON P 감독도 책을 보고 제게 연락했거든요. 책을 웹 시트콤으로 만들어보자고.”

▲ 사진=노연주 기자

“윤종신이 015B 객원 보컬이라면 난 객원 브랜더”

지난해 출간한 둘째 <기획흥신소>는 전작보다 더 잘 팔린다. 출간과 함께 기획 부문 책 판매 1위에 올랐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책 쓰고 강연만 하진 않는다. 현장에서 함께 흥할 프로젝트를 ‘액션’한다. 돈이 되든 안 되든 ‘객원 브랜더’로서 뜻이 맞으면 과감히 참여한다.

“브랜드 컨설턴트? 자문? 이런 거 싫어요. 015B에서 윤종신이 객원 보컬이었던 것처럼 전 스스로를 객원 브랜더라고 합니다.” 흥소장은 여러 회사와 객원 브랜더로서 브랜딩 작업에 참여해 함께 고민하고 액션 중이다. 흥을 불어넣어주는 건 덤이다.

올해 그가 객원 브랜더로 참여하기로 한 프로젝트가 10건은 된다. 흥소장은 회사들이 시험 삼아 객원 브랜더 제도를 운영해보길 권했다. 그 브랜드를 격하게 사랑하는 팬들이 브랜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얘기다. 애정하는 마음 가득 담아 돌직구를 날려줄 테니.

기업 임원이 ‘브랜딩 왜 해야 하느냐’ 물으면 흥소장이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친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오래된 친구를 잘 챙기도록 해주는 게 브랜딩이란 뜻이다. 비록 친구가 배신할 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이 바로 ‘브랜드 옹호자’다. 팬덤이라 할 수도 있고.

“브랜드는 자기다움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우린 이렇다!’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인정하는 모습이 브랜드의 자기다움이죠. 자기다움은 말로만 할 수 없습니다. 말과 행동을 같이 해 계속 경험하게 만들어줘야 하죠.” 흥소장은 브랜드의 진정성이 언행일치에서 나온다고 본다. 얼마나 ‘액션’하고 ‘실천’해왔느냐가 관건.

흥소장은 브랜딩을 제대로 해내려면 ‘소비자 분석’이 아닌 ‘소비자 헤아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최면 걸어야 해요.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합니다. 브랜딩도 결국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사람이 행동을 하려면 변연계가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대뇌 피질이 아니라 뇌 깊숙이 있는 부분이죠.”

▲ 사진=노연주 기자

‘슬램덩크 리부트’ 외치는 브랜드 액셔니스트

흥소장은 새해 새로운 일을 잔뜩 벌이려 한다. 그중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대한민국 슬램덩크 리부트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서태웅과 이름이 비슷한 슬램덩크 빌런답다. 이렇게 인터뷰는 ‘기승전슬램덩크’로 흘러가고 있었다.

흥소장은 곧 출간할 <슬램덩크 포에버>라는 단행본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공저자가 15명이다. 변호사부터 평범한 학생까지 다양하다. 인세는 모두 다문화 가정·장애아동을 돕기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슬램덩크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책이에요. 하하는 성경책이라 했는데, 제게 슬램덩크란 최고의 자기계발서입니다. 지금도 우울할 때 보면 흥이 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책 뒤엔 ‘슬램덩크 포에버 기부농구대회’를 연다는 내용이 나온다. 3월 31일이 디데이다. 1회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열 계획이다. 이달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슬램덩크를 소재로 30회 분량 라디오 방송도 시작한다. 전국 대학을 돌며 ‘슬램덩크 인생 특강’을 벌이는 상상도 하고 있다.

“인생에 장기 목표는 없어요. ‘프랭클린 플래너’ 같은 거 쓰는 사람과는 다른 지점에 살고 있죠. 하루하루 열심히 ‘액션’하다 보면 내일이 기다려지고, 다음날이 또 기다려집니다.” 흥소장은 흥할 기획을 좇는 객원 브랜더이자 브랜드 액셔니스트로 올해도 ‘액션’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