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온다. 그저 하루의 시간 차이지만, 새로운 마음이 생겨난다. 다시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직은 보통 그런 마음으로부터 출발한다. 나에게 변화를 주고 싶은데, 그 변화가 머리나 옷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나 스스로를 송두리째 바꿔보고 싶다. 여기가 싫어서든, 더 좋아 보이는 곳이 있든 관계 없다.

이직스쿨의 커리어 코칭 주요 아젠다는 이직이고,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를 옮기기를 바란다. 만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소연하듯이 이야기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한 가지로 압축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연봉, 근무조건, 회사 위치, 상사와 갈등,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 등, 아마도 밤새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정도로 한 가지 이유는 절대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꼭 말해주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홧김에 그만두지 마세요.” 그리고 두 번째는 꼭 가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이다. 이직은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쉽고 편한 연애처럼 자주 바꾸고, 교체하는 것이 연애 능력과는 전혀 관계 없는 것처럼 일 또한 비슷하다. 연애처럼 언제든 쉽게 옮길 수 있지만, 커리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결혼처럼 신중해야 한다. 특히 이직이라면 그렇다.

이직은 한 곳에 진득하게 있고, 제대로 된 일의 경험을 쌓으며, 그 일을 통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한 노력 중에 발생해야 한다. 홧김에 욱해서 하는 이직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마치 연인이 화가 나서 ‘헤어져’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라고 대답하는 것만큼 황당한 일이 있을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이직이든 창업이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새로운 변화 차원만의 접근이라면 다소 위험할 수 있다.

추천하는 이직의 목적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현재 회사에서는 그 일을 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경우,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정의 내리고, 심지어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을 발견했고, 그 쪽에 갈만한 실력과 조건이 충분하다면 ‘시도’해보는 것이다. 무작정 옮겨서는 내 커리어를 제로로 설정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쌓았던 커리어의 대부분을 포기하고, 새롭게 출발 하고 싶은 분야를 발견했고, 정말 간절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살면서 얼마나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수 십년 동안 농구를 하던 마이클 조던이 야구선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은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다. 농구에서 쌓아놓은 내 커리어를 모두 무시해도, 나는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야구계로 왔다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고, 후에 다시 농구계로 와서 다시 선수이자 구단주로 활약했고, 지금도 커리어는 계속 되고 있다. 그가 다시 돌아간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원했던 분야에서 경험을 했고, 농구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서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노력은 했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만두고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것이다.

혹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이직의 이유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일까? 아니면 함께 일하는 사람 때문일까? 이런 류의 질문을 스스로 끊임없이 해봐야 한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만한 인연을 만날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조금 더 신중해야 하고, 나만의 철학이나 기준 없이 무작정 외적 조건에 휘둘려 옮기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하는 것도 문제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그 논리가 옮겨가는 회사에 충분히 설득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조직도 당사자도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

모두가 만족하기 위한 이직은 옮겨갈 조직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 증거들을 기존의 회사 경험으로부터 제시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의지 표명 정도는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직장을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돈도 벌지만,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여러 경험을 함께 하고 이를 통해 인정과 존경, 나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만약, 돈이 유일한 내 직장을 유지하고 존속시켜야 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