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다. 작년 말까지도 1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4일 현재 1670만원으로 16배 가까이 크게 올랐다. ‘거품’과 ‘투기’의 우려 속에도 비트코인을 향한 투자 열기는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비트코인 가격만큼이나 그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리고 여기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이가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변동폭이 매우 크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변함없이 영원히 간다는 것. 홍콩과 런던을 베이스로, 전세계를 누비며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에디 트라비아 코인실리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에서 그를 만나고 왔다.

▲ 에디 트라비아 코인실리움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코인실리움은 어떤 회사인가

코인실리움은 2013년 비트코인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 기업으로 코인실리움의 초기 투자대상은 6개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코인실리움은 2015년 블록체인 관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업상장(IPO)을 하게 됐고 현재는 전세계에서 70개 스타트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인큐베이터에서 ‘엑셀러레이터’로 거듭나 블록체인에 대한 교육부터 시스템 운영 및 보상체계까지 수 주에 걸쳐 멘토링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Q. 한국에도 투자 중인 스타트업이 있는지?

아직까지는 없다. 현재는 미국과 홍콩, 유럽을 위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잠재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과 이번달 진행한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포럼인 ‘스타트업토큰’에서 아시아 투어를 마쳤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 서울에서 각국의 스타트업들을 만나고 왔다. 좋은 파트너를 찾는다면 언제든 투자할 계획이 있다.

Q. 한국의 블록체인 사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술은 여기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발전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다. 비단 블록체인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은 이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기업들이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고 엔지니어를 발굴하고 양성해야 블록체인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에디 트라비아 코인실리움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전세계 블록체인 시장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매우 초기 단계다. 충분히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버드나 MIT에서 연구 중인 블록체인은 기술의 근간(Foundation)이 될 것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터넷’의 잠재력을 능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만 집중된 측면이 있는데 매우 다양한 섹터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새로운 신뢰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다른 블록체인에 즉각적으로 정보가 입력된다. 중앙집권형이 아닌 분산형의 표본이다.

Q. 블록체인의 분산형(Decentralize)이 의미하는 것은 뭔가

핵심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P2P네트워크로 이뤄지는 시스템은 ‘합의 도출’이 매우 어려운 시스템이었다. 블록체인은 하나의 합의를 끌어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데이터를 투명하게 만들었다. 각각의 거래값은 하나의 블록을 이루고 이는 다시 체인으로 연결된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비트코인의 거래 해시 값에는 그 거래에서 움직인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경로로 흘러왔는지에 대한 모든 정보가 기록돼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는 그 자체로 다른 정보에 대한 개런티를 제공하는 셈이다.

Q.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

블록체인은 어떤 형태의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순히 가상화폐 등 돈을 거래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전세계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에 편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데이터 입력 과정이 각각의 데이터에 모두 입력되기 때문에 조작의 우려도 없고 데이터 축적도 편리하다. 많은 양을 소프트웨어로 저장하고 공유하기가 어려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편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 헬스케어나 이베이∙아마존 등 이커머스 등 광범위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보험∙중고차 시장처럼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시장에 적용되면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에디 트라비아 코인실리움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최근 한국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으로 파산한 일이 있었다. 소식 들었나.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파산했다고 들었다. 거래소 시스템은 블록체인의 근본인 ‘분산형’과 정반대되는 중앙집권형 개념이기 때문에 명백한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같은 중앙집권형이지만 은행 등 기존 체계와 다른 점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아직 보안에 취약하고 시스템이 갖춰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앞으로도 거래소는 계속해서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Q. 해킹으로부터 가상화폐 투자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많은 이들이 거래소 계좌에 투자금을 그대로 두고 거래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거래소는 해킹세력의 주요 타겟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 각자가 갖고 있는 가상화폐 ‘지갑(Wallet)’에 투자금을 옮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소는 중앙집권형이지만 각자의 지갑은 분산형이다. 분산형 시스템으로 옮겨진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술이 해킹을 근본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 만약 투자금을 지갑으로 옮겼다면 각 계좌에 있는 프라이빗 키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컴퓨터나 인터넷 등 해커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상에 키를 저장하지 않아야 한다.

Q. 한국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투자자들 대부분은 이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산다고 하니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단 돈부터 넣고 본다. 그러다보면 위험에 노출되는 건 시간문제다. 가상화폐 시장으로 돈이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해킹의 주요 타겟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도 필요하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이나 시스템이 안정을 되찾으면 보안은 더 커질 것이다. 

▲ 에디 트라비아 코인실리움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에디 트라비아는 누구

모나코 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금융학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금융 공학을 전공했다. 2013년부터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투자자이자 런던에 상장된 코인실리움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6년 TEDx IE 마드리드를 비롯해 전 세계 핀테크 투자와 비트코인, 블록체인 관련 포럼에서 연사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