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람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달콤한 케이크(과자)를 찾는다. 이것은 어쩌면 인생이 씁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복한 순간을 더 달콤하게 보내려는 것은 아닐까?

-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中-

국내에서 수입 판매되는 한 감자 스낵 브랜드는 TV 광고물에서 “한번 열면 멈출 수 없어!”라는 카피를 사용했다. 이는,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이 계속 먹게 되는 과자의 마력(魔力)을 가장 단적으로 잘 설명한 문구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만큼 과자는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는 식품이다. 늘 곁에 있어 의외로 잘 모르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게 ‘과자’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 아닌 ‘과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혼의 음식(Soul Foood)’이라고 부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식품을 꼽자면 뭐니뭐니 해도 라면이 떠오른다. 2013년 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는 인구 1인당 ‘세계에서 가장 인스턴트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의 순위를 매긴 적이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2위인 인도네시아의 연간 라면 소비량 60.1개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1인당 74.1개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면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소비자들의 라면 사랑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우리 소비자들에게 라면을 넘어서는 선호도가 나타나는 식품이 있으니 그게 ‘과자’다. 

시장조사 회사 AC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의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라면’의 등장으로 2조원대로 올라섰다. 그런데 국내 과자 시장의 규모는 이미 2015년에 3조원을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과자류 시장 규모는 3조3462억원을 기록했다.

이 조사에 들어간 ‘과자류’라는 범주에는 스낵·비스킷·캔디 등 다양한 품목들이 합쳐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면보다 과자를 많이 먹는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과자도 라면만큼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식품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250조’ 세계 과자 시장

시장조사 회사 글로벌데이터의 식품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세계 식품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6조1000억달러(약 6600조원)로 추산됐다.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 1조3000억달러(약 1408조원)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9000억달러(약 975조원)를 웃도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렇다면 세계 과자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영국의 시장조사 업체 캐나딘(Canadean)은 2015년 세계 과자류 시장 규모를 약 2211억달러(250조원)로 추정했다. 이는 세계 식품 시장 중 약 3.7%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도대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2012년 정부 예산(326조원, 약 2863억달러)과 견줘보면 결코 작은 게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쓰고 간 돈이 250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과자’ 제품의 단가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 형국이다.

‘1만5000년’ 과자의 역사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과자를 먹기 시작했을까. 소비자들이 오늘날 먹는 공산품 과자의 역사는 아주 길어야 몇백 년이다. 그러나 밀 등 곡물을 가공해 빵이나 과자처럼 섭취한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흐름을 함께 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길다는 게 식품학계의 의견이다.

이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는 인류가 ‘밀(小麥, 소맥)’의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약 1만년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밀을 심기 시작했다. 이후 기원전 7000년께부터 연질밀(軟質小麥, 제과용 박력분의 원료가 되는 밀. 단백질 함유량이 10% 내외로 낮아 쉽게 가루로 부서지는 성질이 있는 곡물)이 재배되기 시작했고 당시 인류는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식품을 만들었다.

▲ 이스라엘 오병이어 기념교회에 새겨진 오병이어 문양. 출처=위키미디어

기원전 6000~4000년께 중동 지역 평원에 사는 사람들은 야생 소맥을 따서 반죽한 음식을 먹었으며 이것은 오늘날의 과자와 흡사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대 이집트인들은 밀과 여러 곡식을 가공해 만든 과자와 빵들을 만들어 먹었다. 고대 이집트에는 과자나 빵을 만드는 전문가들이 있어 40가지 이상의 빵과 과자 제조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에는 제과 기술이 발달됐고 그 종류도 다양해져 80종 이상의 빵, 과자를 제조했다. 로마 제국으로 계승된 과자 제조법은 종교의식을 바탕으로 크게 발전했다. 

신약 성경 <요한복음>에서도 ‘과자’가 등장한다.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예수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회중 5000명의 사람을 배부르게 먹인 일)에 나오는 ‘떡’도 곡물을 반죽해 만든 지금의 빵이나 과자와 같은 식품이었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류가 음식 가공에 불을 활용한 시기와 밀 재배 시기를 연결하면 과자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만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캔디 인더스트리의 '글로벌 탑 100' 제과업체. 출처= 캔디 인더스트리 홈페이지

‘의외로’ 강한 우리나라 과자의 힘

우리나라 최초의 과자는 1945년 출시된 해태제과의 ‘연양갱’이다. 최초의 사탕은 1946년 출시된 ‘해태캬라멜’이다. 1970년대는 수많은 장수 브랜드들이 등장한 우리나라 과자의 전성기였다. 1970년 해태 ‘부라보콘’을 시작으로 1971년 농심 ‘새우깡’, 1972년 삼양식품 ‘뽀빠이’, 크라운 ‘죠리퐁’, 농심 ‘꿀꽈배기’ 1974년 오리온 ‘초코파이情’ 등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과자 시장은 풍요로워졌다.

이 시기에 탄생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과자 브랜드들은 국내 제과업체들을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에 우리나라 제과 업체들의 매출은 글로벌 식품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세계 100대 제과 기업에 우리나라의 3대 업체(오리온·롯데제과·크라운 해태제과)는 모두 연간 매출 기준으로 25위 이내 상위권에 들어 있다. 

▲ 출처= 캔디인더스트리 홈페이지

미국의 글로벌 제과업계 전문지 <캔디 인더스트리>(Candy Industry)는 지난 1월 2016년 연간 매출을 기준으로 세계 제과 업체 순위를 1위부터 100위까지 매겼다. 미국 제과업체 마스 인코포레이티드(Mars Incorporated)와 몬델레즈(Mondelez)가 각각 연 매출 180억달러(약 19조원)와 129억달러(약 13조원)로 1위와 2위에 올랐다. 이어 이탈리아의 페레로(Ferrero)와 일본의 메이지(Meiji)가 106억달러(약 11조원), 98억달러(약 10조원)로 3위와 4위에 올랐다.

국내 제과 업체 중에서는 오리온이 연 매출 19억달러(약 2조원)로 세계 14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로 기록됐다. 롯데제과는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로 16위에, 크라운해태제과는 9억달러(약 9700억원)로 21위에 올랐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오리온, 롯데제과의 연간 매출이 미국의 글로벌 시리얼 제조업체 켈로그(Kellogg’s)보다 높다는 것. 효자 상품 ‘초코파이’, ‘오!감자’ 등의 글로벌 판매 신장세를 감안한다면 우리 제과업체들이 더 많은 세계 소비자들의 미각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