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NBC 캡처

미국 시카고 옵션 거래소(CBOE)는 10일 오후 5시(미국 중부시간·한국시간 11일 오전 8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거래 시작 후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6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1월물 767 계약이 체결됐다고 CNBC가 보도했다.

비트코인 1월물 가격은 1만 5000 달러에서 시작해 개장 직후 1만 6660 달러까지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가격(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 한국시간 오전 9시 30분)은 1만 5850 달러를 기록 중이다. 선물 시장이 개장되면서 현물가도 요동쳤다. 오후 6시 1만 4890달러였던 코인베이스 거래소 현물가는 오후 7시를 넘기면서 1만 5500.13달러로 상승세를 보였다.

선물거래는 미래 특정한 시점에 계약을 이행하기로 약속하는 거래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다는 것은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현물 가격은 선물 가격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CBOE의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비트코인 거래소 '제미니'에서 오후 4시에 거래되는 가격을 기초로 산정되며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1회 투자 한도는 5000개로 제한됐다. 비트코인 가격에 10% 이상 변동성이 생길 경우 거래는 2분 동안 정지되며, 20%가 초과될 경우 5분 동안 멈추게 된다. 선물의 개시증거금(Initial margin)은 일일 정산가격의 44%로 책정됐다.

CBOE에 이어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ME)도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온라인 증권사 TD 아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의 수석 시장 전략가 JJ 키나한은 "아직까지는 거래가 순조로웠다. 사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걱정이 바로 그것이었다"면서 "약 1 시간 동안, 700 개 이상의 계약이 거래되었으므로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첫날 비트코인 거래량이 예상보다 많아져 시장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시카고 금융투자업체인 그레이스 홀 트레이딩의 조 반 헤케 이사는 “첫날 거래는 꽤 쉬웠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서 CBOE의 웹 사이트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CBOE는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 웹 사이트의 트래픽이 많아서 www.cboe.com 사이트가 평소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 있으며 때로는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거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BOE의 선물 시장에 개장됨에 따라 기관 투자가들도 가상 화폐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비트 코인은 대부분 소수의 기업가들 보유하고 이들에 의해 거래됐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일요일(10일, 현지시간)에 가상화폐 수영장으로 먼저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알파샤크 트레이딩(AlphaShark Trading)의 앤드류 킨 CEO는 선물 거래량이 아직은 매우 적다며, 거래량이 적다는 것은, 거래자들이 거래에 뛰어들기 전에 선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고 싶다는 신호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선물 거래를 바로 시작하기에는 매도 요청 가격의 폭(bid-to-ask price spread)이 너무 넓었다고 지적하고 "폭이 120 달러나 되면 거래하기가 어렵다. 폭이 좀 좁혀지면 사람들이 거래하기가 보다 수월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업체인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Fundstrat Global Advisors)의 공동 창업자 겸 투자전략가인 톰 리는 "이와 같은 파생 상품 도입은 기관들이 가상화폐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할당 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제공해 줄 것이며, 향후 ETF나 다른 유동성 상품(단기 채권)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출처=픽사베이.

한편 통상 시장에 새로운 거래상품이 들어올 경우 첫날 거래량은 그리 많지 않다. 시장 전문가는 물론 CBOE 조차도 대량 거래가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 '광풍'이라 불릴 만큼 급등한 비트코인 거래량을 감안하면 선물 거래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 상장한 상품 치고는 거래량이 많다고 볼 수 있다"면서 "현지 시간으로도 오후 늦은 시간이라 주거래 시간이 아니고, 국내에서도 투자가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열풍을 고려하면 거래량이 '매우' 많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8일부터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면 시장은 더 뜨겁게 반응할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트코인 선물 거래의 자본 요구량이 높고 위험 한계가 타이트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미국 투자회사 DV트레이딩의 자회사인 DV체인의 가렛 시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모든 선물 거래소가 비트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물 거래 접근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