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업계 '절대 강자' 농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농심은 1965년 창립 이후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장수 브랜드로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농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예전과 달라졌고 도전 또한 거세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25년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킨 농심은 2014년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농심 제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농심의 위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격인상, 내수와 수출 제품의 품질 차이 문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농심의 라면 가격은 여러 차례 인상됐다. 경쟁사인 오뚜기가 10년 동안 라면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농심은 2011년 11월에 라면 권장 소비자 가격을 6.2% 올렸다.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은 730원에서 780원으로, 안성탕면은 650원에서 700원, 너구리는 800원에서 850원, 짜파게티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올랐다.

2016년 12월에도 5.5% 인상했다.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육개장사발면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농심의 라면 값은 6년 사이에 730원에서 830원으로 약 13% 올랐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가격 인상은 누적된 판매관련 비용, 물류비, 인건비 등 경영비용의 상승 때문”이라면서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격 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약 3년 전부터 현재까지 농심의 수출용 라면과 내수용 라면의 품질 차이 논란은 오랫동안 제기돼 온 문제다. 한때 인터넷에서는 농심의 수출용 컵라면과 내수용 컵라면의 건더기스프의 양과 크기, 면의 양, 분말스프 상태의 차이가 회자됐다. 육안으로 보기에 수출용 제품이 품질이 국내용보다 훨씬 품질이 좋았다.

이 문제에 대해 농심 측은 "나라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의 기호 그리고 현지 판매 가격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 농심  2017년 1~4월 라면 시장 점유율 변화. 출처= 닐슨코리아

농심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 서서히 외면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농심 제품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1월부터 4월까지 계속 하락했다. 물론 제품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3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7억원)보다 37.6% 늘어났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라면시장은 현재 2조원대에 정체돼 있다. 인구감소와 라면 시장의 성장둔화도 문제”라면서 “국내 점유율 1%를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현재 농심 라면의 해외 매출은 매년 평균 10~20%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라면시장 점유율이 최근 3년 15% 점유율이 오른 오뚜기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진짬뽕, 진짜장 등 신제품을 연달아 히트상품 대열에 올리며 라면 시장 진출 28년 만에 점유율 20%를 넘어섰다.

아울러 오뚜기는 해마다 1000억원의 국산 원료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또한 10년간 라면가격을 올리지 않아 국내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갓뚜기’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착한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국내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최근 식료품이나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라면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 이지영씨(30)는 “인터넷에서 한 편의점이 진열대를 모두 오뚜기 제품으로만 채운 사진도 종종 봤다"면서 "서민 경제를 생각하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오뚜기 제품에 눈길이 더 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식품 업계에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짜장라면 '짜왕'으로 국내 프리미언 라면 시장을 여는 등 변화를 선도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확고한 입지를 '과신하는' 듯한 농심의 행보에 소비자들은 하나 둘씩 등을 돌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틈을 국내 라면 시장 '2등' 기업 오뚜기는 소비자 인식 개선으로 업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경쟁 업체들도 품질 좋은 라면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확실히 이전보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심은 수십년간 축적된 연구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국내 업계 최초로 전자레인지에서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컵라면 제품 '신라면 블랙사발'을 출시해 업계에 화제를 일으켰다. 

국내 시장에서 다소 주춤한 농심은 전략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의 대표 제품 신라면은 현재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되는 글로벌 식품으로 부상했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농심은 매년 두자릿수 해외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약 15% 성장한 6억3500만달러(액 6700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이 업계 최초로 미국 내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됐고 국내 전 항공사 기내식으로도 공급되는 등 식품 한류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업계를 대표해 지구촌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이 조금 흔들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업계 1위'다. 그러나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영원히 지속되는 권세는 없다. 농심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