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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업계, 누가 갑질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스타트업과 국내 포털, 글로벌 기업

최진홍 ICT부장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12.08  09: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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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과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로 7일 열린 ‘포털뉴스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의  화두가 두 포털사의 공정성 논란으로 번졌다. 네이버 유봉선 전무가 자사의 뉴스 콘텐츠 배치 과정과 투명성에 대해 장기간 시간을 할애하자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은 "사실 이 자리에는 페이스북과 구글 관계자가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를 꺼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글로벌 기업 역차별, 실재한다

글로벌 기업 역차별이라는 단어는 모순 투성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가 경쟁하듯 자국기업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보호 무역주의를 가동하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5일 중국 우전에서 열린 제4회 세계 인터넷 대회에서 규제때문에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미국 기업인들을 겨냥해 "어디를 가든 다른 나라에서 사업하는 것은 어렵다"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런데 국내만 의아하게도 토종 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 역차별 논란을 가장 선명하게 문제제기하는 곳이 네이버다. 지난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라인 상장 당시 춘천 데이터 센터 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글로벌 역차별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한창 구글 지도 반출 이슈가 뜨겁던 시절 이 창업주는 "네이버는 공룡이 아니다"면서 " 영상은 유튜브, 이미지는 인스타그램, SNS는 페이스북이 다 가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매출도 밝히지 않고 세금도 잘 내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이 바로 거인”이라고 주장했다.

   
▲ 국감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오른쪽). 출처=뉴시스

이 창업주는 10월31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작정한 듯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를 꺼냈다. 그는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다"며 "심지어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네이버 뉴스 조작 파문이 극에달한 상태에서 일종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네이버가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이 창업주의 발언이 나온 후 11월2일 구글 코리아가 입장자료를 발표해 반박에 나섰다. 구글 코리아는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두며 한국 경제와 사회에 널리 기여하고 있다"면서 "네이버 뉴스 배치 조작을 비롯한 자사에 대한 다양한 쟁점에 대한 답변 가운데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나아가 이 창업주가 지적한 세금과 고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11월9일 2차 반박자료를 통해 작정하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네이버는  “(이 창업주의) 국회 발언에서 구글과 관련된 언급은 ‘세금을 (하나도) 안 낸다’, ‘고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제대로) 안 낸다’, ‘(이익에 합당한) 고용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이는 해당 문제들이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것인 만큼 맥락상 분명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과 고용에 대한 민감한 카드를 먼저 공개하며 구글 코리아를 압박했다. 네이버는 “(구글 코리아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도 존 리 구글 코리아 사장은 세금의 근거가 되는 국가별 매출은 민감하다는 이유로(due to some sensitivities)공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는 포털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과 캐시서버 설치를 두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 본사 임원을 국내로 불러 조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꾸준히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내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견제심리가 최근 부쩍 커졌다. 현재 구글은 유럽에서 시장 독과점과 세금포탈 의혹을 받아 천문학적인 벌금을 낼 처지에 놓여있으며 페이스북과 애플 등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지 시장 지배력 강화에 따른 독점적 횡포현상을 보여준다는 대목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6일 인터넷기업인의 밤 행사에서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를 풀어야 토종 인터넷 산업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 역차별이 실재하는 위협이라고 본다. 대부분 유한회사로 설립되어 매출과 세금납부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어렵고, 막강한 인프라로 국내 사업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음란영상이 무분별하게 풀려 논란이 된 SNS 텀블러도 국내법으로 제재하기가 어려워 방통위가 고심을 거듭하기도 했으며,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구글에게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구글 코리아는 지난 8월22일 서울 구글 캠퍼스에서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를 발표하며 "안드로이드가 2010년 이후 5년간 한국 연간 GDP가 최대 0.27%p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안드로이드 개방성 생태계 발표. 출처=구글 코리아

문제는 국내 ICT, 특히 플랫폼 기업

네이버를 필두로 글로벌 기업 역차별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ICT 대기업, 특히 포털의 횡포도 극에 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 역차별을 운운하며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견제하면서도 자기들은 '마음대로 사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형은 플랫폼 인프라에서 기인한 갑질부터 공정성 논란까지 광범위하다.  글로벌 기업의 포악함으로 고통받는 글로벌 ICT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에게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네이버다. 최근 네이버는 간편결제 솔루션인 네이버페이의 갑질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사실상 오픈마켓 역할을 하며 입점 업체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페이 결제 시 네이버는 판매자로부터 판매대금의 2%를 수수료로 받는 등 과도한 '플랫폼 사용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네이버라는 플랫폼 전체가 갑질이 만연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문제는 국감에서도 문제가 됐다. 10월31일 열린 국감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점유율 70%를 넘기는 네이버가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남용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민신문고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기업 중 네이버와 관련된 민원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715건으로 삼성과 LG,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모두 눌렀다. 네이버에 대한 일반의 불만이 팽배하다는 증거다.

갑질로 보기는 어렵지만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는 카카오도 '시장 지배자적 위치에 따른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상 O2O 업계를 제패하며 플랫폼 사업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삼은 카카오 모빌리티는 현존하는 비슷한 사업모델의 스타트업을 모두 퇴출시켰다.

   
▲ 김상조 공정위원장. 출처=뉴시스

갑질과 불법, 합법의 간극

현재 ICT 업계에는 최상위 포식자에 글로벌 ICT 대기업, 아래에 국내 ICT 대기업, 그 아래에 스타트업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상위 포식자의 공포를 말하며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을 압박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트업 업계다. 현재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인터넷기업협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을 결성했으며, 네이버와 구글 코리아의 글로벌 기업 역차별 논란 당시 적극적으로 네이버의 편에 섰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내부 역차별 이슈에 대해서는 뚜렷한 소신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합법과 탈법의 경계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기계적이라도 상생을 위한 균형감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성의 가치가 모두 다르듯, 스스로가 느끼는 갑질의 기준도 모두 다르다"면서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들도 자기가 차별을 일으키는 주체는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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