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업무서 돈 벌 생각 말고, 은행 본연 업무에 충실해라.”

“국제 업무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카드, 증권 등) 구색 맞추기 식의 금융기관 인수 추진은 멈춰야 한다.”

임수강 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국회에서 열린 '금융지주사체제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변화방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 체계에 변화가 절실하다”면서 “은행이 본래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금융지주업계에 쓴소리를 낸 바 있다. 

금융지주회사 체계는 한국·미국·일본 등이 채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도 김대중 정부 이후 적극 도입, 17년이 지났으나 이 체계가 발전하기 힘든 근본적인 제약 조건이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지주회사와 은행장이라는 사공을 둘 가진 배의 문제점을 해결한다거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은행장 위에 금융지주사 회장이라는 옥상옥(屋上屋)구조 고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임 전 연구위원은 우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인 국제화에 대해 더 이상 무리한 전략을 삼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제화를 추진하더라도 금융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머니 게임 참여가 아니라, 전통적인 상업은행 업무를 기반으로 한 기업 활동 지원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는 “현재 여러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편중이 심하다는 인식에서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대로라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된 후 나타난 은행권의 잇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등은 신용정보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회사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

임 전 연구위원은 은행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며 무엇보다도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스크 테이킹(위험 선호)을 줄이고, 생산과 산업을 중시하며 장기적 안목을 갖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또 금융지주사의 출발점이 됐던 대형화와 겸업화에 따른 부산물 격인 금융권 배제의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아울러 너무 유연한 현재의 구조조정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과 분리가 너무 쉬운 데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심각하다면서 이를 규제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유연하게 사용하는 고용조정 전략에 대해서도 일정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제도 자체에서만 답을 찾으려는 현 상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발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치는 것보다 되레 이 체제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점진적으로 제거하고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정부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이라는 공격에 맞서 당당하게 감독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금융감독당국의 지주사 임원 선임에 대한 감독 기능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 전 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 임원의 경우 임원 취임 시는 물론이고 취임 이후에도 금융지주법 위반 시 임원자격 자동상실이 가능하게 하는, 보다 적극적인 금융지주회사법이 신설돼야 한다”면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의 임원 자격요건 등 조항에 동태적이고 적격성심사를 강화한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