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가 지배구조 문제로 시끄럽다. 우리나라 금융지주사의 대부분은 은행 중심이다. 국민들의 예·적금과 펀드 가입 등으로 대부분 이뤄진 금융지주사의 자산은 국내 총생산량의 80%를 웃돈다. 금융지주사가 공익성과 공공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지주사 임원들도 경영상 문제를 일으켰다면 책임을 져야한다. 금융당국은 국민이 맡긴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지주사에 대해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언론이나 금융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을 관치금융으로 매도해서도 안된다. 관치와 감독은 다른 것이다.

국민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지주사인만큼 국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지주사는 국민 생활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 않다. 금융지주회사야말로 개인 경제생활에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의 CEO연임이 과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 그 내면을 살펴보고 금융지주사법이 제정된지 17년이나 지났으나 법 제정당시 생각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지주사가 단 하나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찾아봤다.[편집자 주]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도입 목적과는 달리 금융지주회사는 금융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와 관련돼 가장 큰 이슈가 됐던 하나은행의 특혜대출 사건과 KB·신한 사태 등은 모두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이 자회사인 은행의 인사와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제도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민간 회사임에도 부실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은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은행, 정유라 특혜대출 사건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은 2015년 말까지 독일 법인에 근무하면서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게 특혜대출을 제공하고, 최순실이 말 구입대금 명목으로 삼성전자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했다는 것이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리고 그 대가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시켜 이 전 본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킨다.

이 전 본부장은 2016년 1월 한국에 온 뒤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났다가 한 달 만인 2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당시는 하나은행의 정기 임원인사가 이미 끝난 시점이었고 기존에 있던 글로벌영업본부를 두 개로 쪼개서 낸 단독 임원 발령이었기에 인사청탁 의혹이 증폭됐다.

또 당초 하나은행은 이 전 본부장이 근무하던 프랑크푸르트 법인을 폐쇄하고 룩셈부르크에 유럽통합본부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독일에서 최순실의 자금을 관리할 이 전 본부장의 역할이 필요하자 압력을 행사해 유럽통합본부 설립을 무산시키고 프랑크푸르트 지점을 존속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의 납품업체 선정 개입 논란, KB사태

2014년 5월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는 금융감독원에 주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특별검사를 요청한다. 이 은행장과 정 감사는 기술검증 과정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부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시스템 결정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건의는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들은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다.

2014년 9월 금감원은 교체 예정인 시스템에 대한 성능검증 결과 하루 1억건의 거래가 이뤄질 경우 400만건의 오류가 발생하고, 1700여회의 시스템 다운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달리 KB금융과 국민은행 실무진들은 이런 내용을 배제한 채 시스템 점검 결과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허위·왜곡 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체 비용이 애초 예상했던 2064억원에서 3055억원으로 크게 올라갈 것이란 예측이 나왔음에도 1898억원으로 금액을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와 같이 감사 내용이 왜곡되는 과정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주전산기 교체와 은행임원 인사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힌 후 임 회장을 중징계한다. 검찰은 2015년 1월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임 회장은 2014년 9월 이사회에 의해 해임된다.

 

신한금융, 7년간 이어진 내분

2010년 9월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신 전 사장의 혐의는 2009년까지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6000만원을 빼돌린 것과 2006부터 2007년까지 총 438억원을 부당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재일동포 주주 3명에게 8억6000만원을 전달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가 적용됐다.

이에 직무정지된 신 사장은 인터뷰를 통해서 15억600만원이 아닌 7억1100만원은 고문료로 이 명예회장에게 지급했고, 8억6000만원은 이 명예회장 동의 아래 은행업무 비용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함께 사용했음을 주장했다.

라 전 회장은 예전 2007년 3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한 50억원에 대한 차명계좌 문제가 다시 언급되었고 결과적으로는 무혐의로 판단받았지만 도덕성 문제에 크게 타격을 입게 됐다. 이후 시민단체와 재일동포 주주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며 라 전 신한금융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신한은행장이 모두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결국 신한사태는 7년여의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으며 2017년 3월에서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