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가 지배구조 문제로 시끄럽다. 우리나라 금융지주사의 대부분은 은행 중심이다. 국민들의 예·적금과 펀드 가입 등으로 대부분 이뤄진 금융지주사의 자산은 국내 총생산량의 80%를 웃돈다. 금융지주사가 공익성과 공공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지주사 임원들도 경영상 문제를 일으켰다면 책임을 져야한다. 금융당국은 국민이 맡긴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지주사에 대해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언론이나 금융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을 관치금융으로 매도해서도 안된다. 관치와 감독은 다른 것이다.

국민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지주사인만큼 국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융지주사는 국민 생활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 않다. 금융지주회사야말로 개인 경제생활에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사의 CEO연임이 과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 그 내면을 살펴보고 금융지주사법이 제정된지 17년이나 지났으나 법 제정당시 생각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지주사가 단 하나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찾아봤다.[편집자 주]

IMF(국제통화금융) 위기가 발발한 지 20년.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1997년 미국 달러부족으로 야기된 IMF체제는 국내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지주사 전환이다.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은 1999년 논의되기 시작해 2000년 시행에 들어갔고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다.

당시 김대중 정부(국민의 정부)가 금융지주사 도입을 추진했던 궁극적 목표는 ▲대형화(금융사의 몸집을 키우자) ▲겸업화(외부 영향에 맷집을 키우자) ▲국제화(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서 돈을 벌자)였다.

그 후 17년. 결과는 참담하다. 대형화 과정에서 합쳐진 은행들은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아직도 패권 경쟁을 벌이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책이어야 할 은행장은 금융지주사 회장 다음 2인자 자리로 전락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때로는 능력 없는 사람이 어부지리로 얻게 되는 자리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다.

겸업화는 어떠한가. 금융지주사들이 운영하는 비은행업체들은 기업들이 운영하는 보험사, 카드사, 캐피탈사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세 따라잡을 수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국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하고 7개 금융지주사(신한·하나·KB·SC·BS·DGB·농협·JB)들의 경우 모두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들이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내에서 은행 보유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1.2%에 이른다. 겸업화는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력은 주력 자회사인 은행 중심이라는 얘기다. 금융지주사 설립의 또 다른 이유는 겸업화를 통해 위험분산을 다각화하자는 것이었으나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위험분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 중심의 대마불사(大馬不死, Too Big To Fail)전략은 가계부채가 1400조를 돌파하고 부동산시장이 조정국면을 맞게 될 경우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국제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이나 유럽 금융선진국에는 제대로 진출조차 못하는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을 앞세워 만만하게 보고 들어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선 투자전략 부재보다는 환차손 때문이라는 외부 영향 요인을 이유로 제대로 된 이익창출을 내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의 정점에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다. 지금 금융계에선 “금융지주사 회장 되기가 어렵지 한번 되면 10년”이라는 자조적 말들이 나돈다. 지주사 회장이 사외이사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3년(보통금융지주사 회장 임기)마다 회장을 추천하는 회장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한다. 회장추천위원회가 회장 재임의 거수기 역할을 하기에 잘 짜인 구조다.

 

금융지주사의 한 임원은 “회장 선출 시 여러 가지 평가기준으로 회장추천위원회가 평가를 한다”며 “재임기간 수익이 월등하다면, 다른 회장 후보 선출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회장을 연임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난 2015년 초 재선임 이전인 2014년 당기순이익(9377억원)은 2013년(9930억원)보다 280억원(2.81%) 줄어들었어도 재선임의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즉 대외 변수에 민감한 금융지주사 회장의 경우 소폭의 순익 감소 정도가 재선임 걸림돌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문제는 금융지주사 회장이 전 계열사 사장은 물론 은행장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불특정 다수 금융소비자의 돈으로 운영하는 금융업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자칫 회장이나 외부 권력집단의 사익 편취를 위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지주사들이 업계 순위 1위, 2위 다툼을 벌이며 자주 인용하는 자산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불특정 다수 금융소비자들이 맡긴 예금성 자산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9월 말 기준 KB금융지주의 자산은 433조원, 신한금융지주는 430조원, 하나금융지주는 362조원에 이르렀다. 3개 금융지주사만 합치면 1225조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1659조원. 3개 금융지주사 자산은 국내 GDP의 무려 73.8%이다. 이렇게 GDP와 버금가는 자산을 소유한 금융지주사는 결국 고객이 맡긴 돈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금융지주사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국민들 역시 금융지주사의 지배 문제를 관심 밖의 일이 아닌 개인의 일로 생각해야 한다. 바로 개인의 자산을 보관하고 운용하는 업무를 금융지주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업무는 보다 세밀하고 철저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감독업무를 관치금융과 혼동해선 안 된다. 관치금융은 정부가 직접 금융업을 지도하고 관리하고 인사권에 개입하는 것이다. 감독은 감독일 뿐인데,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문제나 경영상의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이 머뭇거린다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14년 발표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의 제도적 문제점’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지배구조와 자회사 신설 등에 관한 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신설하는 등 법 전체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F위기 발발 20년. 금융지주사 출범 17년. 2017년 12월 대한민국 금융지주사는 과연 출범 초 목표로 삼았던 대형화, 겸업화, 국제화에 얼마나 다가섰나를 짚어본다. 또 금융지주회사를 더욱 키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은 없는지 알아봤다.